inheritance 제 187호 (2020년 12월)

패밀리오피스와 100년 미래를 준비하다

기사입력 2020.11.26 오후 01:43


패밀리오피스와 100년 미래를 준비하다
[한경 머니 기고=젠티 씨씨 미국 웰씨앤와이즈 투자컨설턴트·국제공인재무설계사]앞서 패밀리오피스의 정의, 사례, 장점, 가문 경영의 원칙, 후손을 위한 재정 교육 등을 소개했다. 이제 기고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의 내용들이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는지 미국의 한 가문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자산가들이 자녀들을 위한 현명한 상속 플랜과 상속세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곤 한다. 혹여나 한꺼번에 갖고 있는 모든 재산을 다 물려주었다가 평생 모은 재산이 다 사라지지는 않을까. 상속 중에 가족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자녀들이 다른 것에 열정과 소질이 있어서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후손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100년이 훌쩍 흘러갔다고 생각해 보자.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은 다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자산가가 생전에 이루고 싶었던 비전에 맞게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을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곳에 자산이 탕진되진 않았을까. 


어느 자산가나 그들이 물려준 유산으로 후손들이 풍요롭고 평화롭게 지내길 바라지만 그러한 사례를 주변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유산이 많은 경우에 공평하게 자녀들에게 상속되지 않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이 발생하는 등 가문 구성원 간의 불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한 70대 자산가가 이러한 고민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알아보자. 이 자산가는 아버지가 경영했던 사업을 물려받아 큰 성공을 이루었다. 이 자산가는 40대 후반의 두 아들과 며느리와 네 명의 손자가 있었다. 장남은 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긴 했지만 가업을 승계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차남은 의과대학에 진학해 치과의사가 됐다. 자산가는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마음 먹고 자녀들 몰래 미리 상속 준비를 시작했다. 


유산을 한꺼번에 물려주는 것도 부담스럽고 가문에 불화를 초래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산가는 자녀들이 유산을 활용해 가문의 가치와 비전을 대대손손 보존하고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자산가는 여러 금융기관의 자산관리사를 만난 후에 한 가문의 필요에만 집중해 금융 서비스를 포함한 가문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기존에 함께 일했던 변호사, 세무사와 업무를 같이 진행할 수 있는 패밀리오피스 컨설팅 회사를 선택했다. 


기존의 다른 금융기관과는 달리 패밀리오피스 컨설팅 회사는 자사의 금융상품을 판매하고자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제3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커미션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70대 자산가 부부와 두 아들과 며느리로 이루어진 가문 구성원 여섯 명은 패밀리오피스 컨설팅 팀과 첫 미팅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가문 구성원들이 패밀리오피스에 대해 기대하는 것들과 운영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가문의 가치와 비전을 담은 ‘가문헌법’을 수립했다. 가문헌법을 수립한 후 가문 구성원들은 1년에 두 번씩 직접 만나 가문회의를 가졌다. 가문회의에서는 가문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 가문 내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항들에 대해 투표로 결정했다. 


둘째로는 ‘투자계획서’를 수립했다. ‘투자계획서’는 가문 구성원들이 투자와 관련된 모든 절차와 방침들을 이해하고 투자 전문가들과 함께 투자를 이행할 수 있는 절차를 담고 있었다. 셋째로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산가와 함께 ‘상속 플랜’을 수립했다.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가문 구성원들 모두 함께 노력해야 했다. 가문 구성원들은 서로 협력하고 의논해 좋은 방안을 마련하면 가문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함께 의논한 사항들은 문서로 기록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공식적인 문서로 보관했다.  


다음 사항은 가문 구성원들끼리 함께 의논해 결정한 사항이다.
 패밀리오피스 컨설팅 회사의 자문에 따라 가문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 가문 구성원들의 기본 생활과 외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상속재산의 1%만을 가문 구성원들을 위해 지급하기로 했다. 또 다른 1%는 패밀리오피스 운영비와 자문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가문의 비전, 가치와 일치하는 자선활동 등에도 1%를 지급하기로 했다.


 매년 지출되는 비용이 전체 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조정했다. 상속재산의 97%는 계속 보유하며 연평균 9∼10%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곳에 투자하면 지속적인 자산 증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 70대 자산가 부부는 지역사회와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 자산가는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기에 암 퇴치를 위한 연구·개발비 지원을 지속하기를 원했다. 자산가의 아내는 재정 관리에 관해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후손들이 올바른 재정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 장남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동물 복지에 대해 비전을 가지고 기부하고 싶어 했다. 자산가 부부는 후손들이 열정과 비전을 가진 곳에도 기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다. 


 매년 6월과 12월, 1년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이는 가족모임을 계획했다. 25세 이상의 가문 구성원은 ‘가문위원회’의 일원이 돼 가문 모임에서 논의하는 사안에 대해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15세 이상의 가문 구성원은 25세가 될 때까지는 투표권 없이 ‘가문위원회’에 참관만 가능하도록 했다. 


 투자계획서는 자산이 실질구매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산의 70~80%를 비용이 적게 발생하는 소극적인(passive)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뮤추얼펀드에 투자하고, 20~30%는 특정 주식이나 벤처 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에 투자하도록 자산 배분을 했다. 가문 구성원과 외부 투자 전문가로 이루어진 투자위원회에서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 또 가문의 가치를 보존하고 홍보하는 비용을 담당하는 ‘기부위원회’를 신규로 만들었다. 기존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고 새로운 자선단체를 직접 설립해 기부할 수도 있도록 했다. 사회적 가치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벤처 펀드 운용도 ‘기부위원회’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패밀리오피스 설립 후 100년 
 
1세대인 자산가 노부부와 장남은 패밀리오피스 설립 50년 후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차남은 이제 거의 90세가 됐으며 가문 구성원은 5대째로 30명으로 불어났다. 가문은 패밀리오피스 설립 초반에 계획했던 교육 지원에 대한 목표를 이루었다. 장남의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반영해 장남의 이름으로 된 수의과 대학을 설립했고 가문의 이름으로 된 병원도 설립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을 중요시하던 가문의 비전에 따라 성인이 된 후손들을 대상으로 가문의 역사, 문화, 가치, 의사결정 등을 가르치는 교육을 제공했다. 


지난 50년 동안 투자도 계획대로 잘 운용됐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한 후에 두 번 정도의 경제공황이 있었지만 투자계획서에 따라 가문 구성원에게 매년 총수익의 3% 이내에서 지급한 결과, 1억 달러로 시작한 투자금액은 18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100년이 지난 후에는 7대째 가문 구성원들이 120명으로 불어났다.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 후 100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해 한번에 상속하지 않음으로써 가문 구성원 간 불화를 사전에 방지하고 1세대 자산가 부부의 가치도 잘 보존될 수 있었다. 


가문의 기부위원회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태양열로 특정한 지역에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거주지와 농장에 저렴하게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장남의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농장 사업은 고급 품종의 말 사육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문 구성원은 1세대 부부의 가문 가치, 교육, 복지에 대한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회복지, 친환경, 글로벌 교육 양성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결실을 맺은 것 중 하나로는 1세대 부부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암 치료센터다. 암을 치료하는 백신을 생산함으로써 1세대 부부가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신사업으로 금융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법인을 운영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액수수료를 기반으로 장기 투자를 실행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하고 있다. 가문 구성원은 비영리법인을 운영하며 연평균 9%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패밀리오피스의 자산은 350억 달러로 불어났다. 


가문 구성원들은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가문의 가치를 보존하고 가문의 목표도 이룰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출 수 있었다. 한 가문의 5세대 가문 구성원은 가문의 가치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고 가문으로부터 다양한 교육 등의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가문 내부의 문제, 가문 구성원의 교육과 직업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정기적으로 만나 의논하는 ‘가문 모임’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가문 구성원 모두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가문 구성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고 가문 구성원과의 불화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가문 구성원 모두 개별적인 재정적 지원을 받음으로써 충분히 풍요롭게 살 수 있었다. 또한 가문이 추구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했던 1세대 부부는 하늘나라에 갔지만 이들이 추구했던 가치는 지속적으로 가문의 후손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며 록펠러나 로스차일드와 같은 명문 가문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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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11-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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