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머니 베터골프 = EDITOR 성범수 PHOTOGRAPHER 김린용 ] 존재감 가득한 골프레스너로 향하는 길 위에서 있는, 아니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박진이 프로를 만났다. 투어 프로에서 레스너로 옷을 갈아입은 후 새로운 물결처럼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그렇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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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털 트리밍 쇼트 다운점퍼, 숄더라인 그래픽이 포인트인 모크 넥 스웨터, 밑단 슬릿과 유연한 느낌의 절개선이 돋보이는 퀼로트 모두 핑골프웨어 골프슈즈 박진이 프로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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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멜트 기법을 텍스트 느낌으로 변형한 세피아 컬러 덕다운 패딩 베스트, 사선 그래픽 포인트 스웨터, 언밸런스 디자인의 블랙 퀼로트 모두 핑골프웨어 블랙 골프슈즈 박진이 프로 소장품


인스타그램을 보니 요즘 굉장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골프를 칠 수 있는 시즌의 막바지다 보니 필드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레슨 프로그램이나 방송 일정들이 촘촘히 잡혀 방송을 하거나 필드에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2014년에 정회원이 되었고, 투어 프로로 활동했다. 2019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걸로 안다. SBS Golf <골프에 반하다>를 보니 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은 것 같던데, 투어 프로로 다시금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
사실,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골프 선수로서 당연히 시합 뛰고, 경기하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다. 아직 나이도 많지 않고, 투어 그만둔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주위에서도 한 번 더 해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근데 시합을 뛰고 우승을 하는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운동하는지 알기 때문에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레스너로서 좋게, 재밌게 활동하고 있어서 투어 도전은 생각 속에만 있다.

레슨 방송을 보면, 말을 참 조리 있게 잘한다. 귀에 쏙쏙 잘들리고 쉽게 이해된다. 방송 때문에 트레이닝을 받았나? 아니면 원래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능숙한 편인가?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다. 어릴 때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다. 방송에 처음 출연했을 땐, 카메라가 낯설어 편하게 말하지 못했다. 근데 카메라와 친해지고 난 후, 내 모습 그대로를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오히려 방송을 하면 할수록 나와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레슨은 누군가를 성장시켜야하는 목표를 두고 하는 일이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와 마주하게 될 듯싶다.
시합은 나만 잘하면 되고, 나만 스코어를 내면 되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레슨을 하고 방송을 하는 건 아무래도 내가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고, 다양한 유형의 아마추어 골퍼들을 만나다 보니 당연히 그런 고민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스너로서 레슨에 대한 가치관만 뚜렷하게 있으면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추어분들이 전에 받아왔던 레슨 방식과 나의 레슨이 다를 경우 의견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내 레슨 방식에 흔들림만 없다면 그걸 이해시켜드리면 되고, 받아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레슨에 대한 주관이 생기기 전에는 좀 어려웠다. 내가틀린 건가? 내가 못하는 건가? 하는 물음을 내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던지기도 했다. 레슨을 거듭하며, 내 주관이 생긴 뒤로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들었다.

열 살 때 골프에 입문했다고 들었다. 어린 나이였으니 당연히 부모님의 권유가 있었겠지?
맞다. 부모님의 영향이었다. 내가 골프를 시작할 무렵은 박세리 프로님과 장정 프로님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좋은 성적을 거둘 때였다. 아, 그리고 내 고향이 대전이고 부모님이 골프를 너무 좋아하셨다. 더구나 난 인형 놀이보단 동네 남자애들하고 뛰어다니고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운동을 잘하고 좋아하는 딸이었고, 대전엔 골프 붐이 있었고, 결국 난 자연스럽게 골프에 입문하게 됐다.

투어 선수 생활을 그만둔다고 결정했을 때, 꽤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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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밸런스한 짧은 기장이 시선을 끄는 구스다운 베스트, 슬림한 느낌을 완성해주는 그레이 컬러 터틀넥 스웨터, 패셔너블한 디자인의 A 라인 다이아 퀼팅 퀼로트 모두 핑골프웨어

그 결정을 하게 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우선 투어를 뛸 때 너무 예민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예민하겠지만, 유독 시합을 앞두고 있으면 잠을 잘 못 잤다. 샷 하나라도 조금의 미스가 나면 골프채를 놓지 못할 정도로 예민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못 자고, 잠이 부족하니 체력이 약해졌다. 원래 그렇게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런 악순환들이 계속되니 너무 힘들었다. 매주 시험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주니어 때부터 투어 생활까지 쉼 없이 1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 이겨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될 거라 믿었다. 근데 그게 쉽지 않았다. 이겨내지 못하면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리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내 인생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 부모님은 존중해주셨다. 그래도 혼자 고민 참 많았다.

인기가 정말 많다. 내 주변에도 박진이 프로 팬이라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것들이 은근 부담일 수도 있겠다.
사실 기회가 주어져, 운이 좋아서 좀 빠르게 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롱런하기 위해선 실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골프를 몸으로만 쳤다. 골프 이론을 깊게 공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부터 이론으로도 골프를 많이 접하려고 한다. 실망을 시켜드리고 싶지 않다. 골프 레스너로서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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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폭스 퍼가 우아한 베이지 컬러의 롱 다운 점퍼, 블랙과 화이트 패턴이 남다른 방풍 스웨터, 밑단 슬릿과 유연한 느낌의 절개선이 포인트인 퀼로트 모두 핑골프웨어

쉬는 날이 있긴 한지 모르겠다. 쉬는 날엔 뭐 하나?
혼자 카페 가는 걸 좋아한다. 레슨 주제 정리하고, 골프 서적 같은 것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솔직히 취미가없다.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보니 취미를 가질 기회가 없었다. 취미를 만들어보고 싶은데,어떤 게 좋을까? 그것 또한 고민이고, 생각이 많다.

<골프에 반하다>가 굉장히 지루할 줄 알았다. 근데 보다 보니, 끝까지 다 봐버렸다. 특별한 건 없지만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골프인데, 경쟁도 아니고 레슨도 아니며 그렇다고 예능도 아니었다. 다큐는 더더욱 아니고. 피디님께서 그냥 평상시 처럼 골프 치듯이 하라고 하셨고, 그렇게 편하게 촬영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집에 많이들 계시고, 골프 선수들이 걸어 다니며 샷을 하고 18홀 전체를 라운드하는 걸 볼 기회가 없으셔서 그런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 같다. 나도 내가 출연한 거라 보다가 졸려서 자려고 했는데, 결국은 끝까지 보게 되더라. 그런 잔잔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어떤 매력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요즘 박진이 프로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특별한 건 없다. 골프 치는 걸 원래 좋아하지만, 시합은 경쟁이라 즐길 수 없었다. 레슨이나 행사를 위해 필드에 나가즐기는 골프를 치는 게 참 좋다. 나한테 딱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레슨 방송을 했을 때 많이 공감해주시고, 내 레슨 때문에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듣는 게제일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