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변호사]상속인이 자신의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는 재산을 상속받은 경우에는 수증자나 수유자에 대해 유류분 침해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증여와 유증이 모두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느 것을 먼저 반환해야 할까.
유류분 부족 시, 반환 청구 어디까지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재산 등의 가액이 자기 고유의 유류분액을 초과하는 수인의 공동상속인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반환해야 할 재산과 범위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2013. 3. 14. 선고한 2010다42624,42631’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재산 등의 가액이 자기 고유의 유류분액을 초과하는 수인의 공동상속인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반환해야 할 재산과 범위를 정할 때에, 수인의 공동상속인이 유증받은 재산의 총 가액이 유류분 권리자의 유류분 부족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유류분 부족액의 범위 내에서 각자의 수유재산을 반환하면 되는 것이지 이를 놓아두고 수증재산을 반환할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수인의 공동상속인이 유류분 권리자의 유류분 부족액을 각자의 수유재산으로 반환할 때 분담해야 할 가액은 각자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재산 등의 가액이 자기 고유의 유류분액을 초과하는 가액의 비율에 따라 안분해 정하되, 그중 어느 공동상속인의 수유재산의 가액이 그의 분담액에 미치지 못해 분담액 부족분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그의 수증재산으로 반환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유재산의 가액이 자신의 분담액을 초과하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분담액 부족분을 비율에 따라 다시 안분해 그들의 수유재산으로 반환해야 한다.

나아가 어느 공동상속인 1인이 수개의 재산을 유증받아 각 수유재산으로 유류분 권리자에게 반환해야 할 분담액을 반환하는 경우, 반환해야 할 각 수유재산의 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115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해 각 수유재산의 가액에 비례해 안분하는 방법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정구태 교수의 논문 ‘상속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본 유류분 제도의 개선 방안에서 제시한 예를 인용하면 이렇다.

피상속인에게는 자녀 네 명이 있고, 상속재산은 12억 원이다. 망인은 생전에 자녀 1에게 5000만 원, 자녀 2에게 4억 원, 자녀 3에게 7억5000만 원을 증여했고(합계 12억 원), 12억 원의 상속재산에 대해 유언을 남겼는데, 유언에 따르면 자녀 1은 7억5000만 원, 자녀 2는 4억 원, 자녀 3은 5000만 원을 받는다.

자녀 4에게는 생전 증여도 없었고, 유언으로 다른 형제들이 다 가져가게 돼 받게 되는 상속재산도 없다. 자녀 4로서는 형제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구할 수밖에 없다. 자녀 4의 유류분 부족액은 3억 원이다[= (상속재산 12억 원 + 생전 증여한 특별수익 12억 원) × 법정상속분 1/4 × 유류분 1/2].

한편 민법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 ① 유류분 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해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유증가액의 비례로 반환해야 한다. 제1116조(반환의 순서)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 자녀 4는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하되, 법률에 따라 유증재산에서 청구해야 한다.

앞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자녀 4는 자녀 1·2·3을 상대로 3억 원에 대해 균분해 각 1억 원을 구하면 됐다. 자녀 1·2·3은 모두 본인의 유류분액인 3억 원보다 5억 원을 초과해 증여와 유증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공평에 반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민법 제1116조에 따라 유증부터 유류분 부족분을 반환해야 하는데 사례에서처럼 공동상속인 중 1인이 받은 유증액이 반환해야 할 유류분 부족분보다 적은 경우다.

앞의 사례에서 자녀 3은 5000만 원의 유증을 받았기 때문에 자녀 3은 5000만 원만 반환하면 된다. 그리고 자녀 3이 반환하지 못하는 5000만 원은 자녀 1과 자녀 2가 각 2500만 원씩 분담해야 한다. 즉, 대법원 판결대로 반환하게 되면 자녀 1·2·3이 모두 8억 원의 증여와 상속을 받았지만 자녀 1과 2는 1억2500만 원을 유류분으로 반환하고 자녀 3은 5000만 원을 반환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민법 제1116조에 대해 유류분을 반환해야 할 사람의 유류분 부족분을 정한 뒤에는 유증에서 먼저 반환하고 그것이 부족하면 증여받은 재산으로 반환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이와 같이 해석하면 사례에서 자녀 1·2·3은 모두 자녀 4에게 각 1억 원씩 반환하면 될 것이다. 자녀 3도 1억 원을 반환하되 먼저 유증받은 재산에서 5000만 원을, 그리고 나머지 5000만 원은 증여받은 재산에서 반환하면 된다.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공동상속인 사이에서 공평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피상속인이 공동상속인들에게 증여와 유증을 하면서 이런 유류분 반환의 순서와 반환할 액수까지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유숙 대법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유류분 의무자들이 받은 증여·유증재산이 많아질수록 유류분 부족액은 커지는데 유류분 부족액에 따라 반환 비율이 달라져서 증여를 많이 받은 상속인은 유류분을 적게 반환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 가능성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많이 할수록 높아진다. 민법이 증여재산을 유류분 산정에 포함시킨 이유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공평을 기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결과는 오히려 공동상속인 사이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것이다.

한국가족법학회는 2018년 12월 ‘상속법’의 중요 쟁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해 정리한 바 있다. 설문조사의 방법으로 이른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영광스럽게도 필자 역시 전문가의 1인으로서 설문에 참여했다. 당시 설문에 답을 적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제출해달라는 독촉을 받고서야 비로소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그 설문에는 유류분 반환의 순서도 포함돼 있었다. 그 후 그 결과로 개정안을 제안한 논문이 있어 그 내용을 공유하려고 한다. 개정 내용은 민법 제1115조 제2항을 개정하고 제3항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제1115조 제2항]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증여 및 유증가액의 비례로 반환하여야 한다.

[제3항]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

‘상속법’ 개정 논의, 유류분 제도의 개정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모쪼록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공평이라는 법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길 소망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