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SC제일銀 이사 "자산관리, 디지털 혁신 갈 길 멀다"
[한경 머니 기고=김영숙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대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산업 곳곳에 영향을 미치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불러왔다. 금융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며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자산관리(WM) 사업 역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영향권에 놓여 있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저금리 환경에 진입하면서 시작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대중화 요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2015~2016년경에 등장하기 시작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 등이 1세대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였다면, 지금은 좀 더 정교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


여전히 갈 길 먼 디지털 혁신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핀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Personal Finacial Management, PFM) 서비스를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도권 금융사들도 발 빠르게 도입해 나가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디지털 혁신’은 금융계의 공통 과제였으나,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감은 이를 제대로 잘 실행하기 위해 숙고한 시간을 단숨에 실행으로 이끌 만큼 강력한 모습이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서비스 확대는 이미 대세지만, 아직 실효성과 유용성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 기존에 출시됐던 다양한 모바일·인터넷용 자산관리 서비스들은 단순하게 가계부, 자산 및 부채 현황을 모바일 채널로 보여 주는 단편적인 정보 제공에 그치거나, 개인의 니즈와 상황을 면밀하게 반영하지 못한 일반적인 투자 정보 제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고객의 호평을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했다.


현재는 좀 더 기술적, 보안 차원의 문제들이 많이 해결돼 이전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으나, 그 사이에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의 필요와 니즈는 더 높아지고 세분화돼 여전히 간극은 존재한다.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현재 당면한 과제는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에서 보다 차원 높은 고객 경험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채널을 통한 서비스 도입은 시작했지만, ‘과연 콘텐츠까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모델, WM 서비스의 미래
올해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여러 변화 중 전방위적인 투자 열풍이 확대된 것도 중요한 점이었고 이런 다양하고 폭발적인 수요를 겨냥한 투자 정보 제공 서비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넘쳐나는 투자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정보들은 신뢰할 만한 것인가’,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성향이나 자금 용도까지 감안해서 참고할 만한 양질의 정보인가’ 등의 질문을 가장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만 2021년 이후 자산관리 서비스의 미래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언택트 시대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편의성에 더해, 세분화된 고객 니즈에 맞춰진 자산관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hybrid model)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수식어 중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이전과는 다른’ 등이 있다. 이 시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한 가지는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점일 거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의지와 무관하게 바꿨고, 변화를 비자발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함없이 중요한 것도 있다. 고객 자산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유행을 좇고 검증되지 않은 상품이나 단기 실적을 목표로 고객의 성향이나 자산 용도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를 권하지 않는 것,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산관리를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 고객을 돕는 것 등이다.


특히 올해에는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전반적인 은행권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신뢰받는 자산관리 조언가(wealth advisor), 투자 의사결정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