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 신뢰를 쌓는 ‘좋은 질문’이 있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학창시절부터 우리는 ‘답’을 어떻게 잘 하느냐 하는 훈련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시험도 면접도 답을 잘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소통에 있어서 의외로 답변 이상으로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문에 대한 여러 연구들의 결론은 적절한 질문은 대화에 있어서 효율적인 정보 교환을 가능케 하고, 더 나아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과의 신뢰관계를 증진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질문도 많이 해야 는다고 한다. 좋은 질문을 만들어 대화하는 것은 쉬운 기술은 아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서지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꾸준히 질문 기술을 연마하면 거꾸로 정서지능이 개발될 수 있다.

면접시험에서도 적절한 질문을 하는 응시자가 시험관에게 더 열의가 있고 호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응시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앞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질문이 이렇게 좋은 면이 많은데 실제 우리 대화를 살펴보면 질문의 양과 질이 다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질문을 너무 많이 하거나 부적절한 질문을 하는 사람도 짜증이 나지만 회의나 만남에서 상대방이 너무 질문이 없으면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섭섭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왜 적절한 질문이 소통에 있어 부족한가에 대한 이유로는 여러 주장이 있다. 먼저 사람이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경우인데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데 치중하다 보면 질문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질문을 해도 ‘내 생각이 맞지’ 같은 코너에 모는 닫힌 질문을 하게 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질문에 대한 욕구도 적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흥미가 적어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 이미 상대방의 생각을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과도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질문이 없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기가 잘못된 질문을 해 상대방이 부정적인 평가를 할까 두려워서 질문을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제일 큰 이유는 질문이 얼마나 소통에 있어 중요한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린 질문은 신뢰를 증가시켜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의 형태가 상대방과의 신뢰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보통 네 가지 형태의 질문을 구사한다고 한다. ‘안녕하셨어요’ 같은 진입 질문,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셨죠’ 같은 거울 질문, ‘그런데 지난번 그 일을 잘 해결되셨나요’ 같은 대화전환 질문, 그리고 ‘아, 그래서 어떻게 되셨는데요’ 같은 플로업(follow-up) 질문이다.

이 중 플로업 질문이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관심이 있구나 생각하게 해 신뢰관계를 증진시키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플로업 질문의 큰 장점이 상대적으로 질문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말 잇기처럼 받아서 질문을 다시 던져 주면 되기 때문이다.

‘오늘 공부 했니’처럼 상대방의 답변을 구석에 모는 닫힌 질문보다 답변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열린 질문도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고 배려한다고 느껴져 신뢰를 증가시킨다. 사람의 건강 행동을 증진시키는 소통 기술 중 동기부여 소통이라는 것이 있다. ‘술 끊어’라는 식의 직면적 소통은 변화에 대해 상대방에게 강하게 이야기하는 형태인데, 실제로 음주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청개구리 심리마저 있어 술이 더 당기기도 한다. 우리 마음엔 자유란 욕구가 있어 옳은 이야기도 ‘넌 문제가 있어’, ‘네 자유를 좀 줄여라’고 느껴지면 변화에 대한 동기가 꺾여 버린다.

이에 반해 동기부여 소통은 저항을 일으키지 않고 상대방의 동기를 강화해 변화를 일으키는 소통인데 핵심 기술이 열린 질문과 반영적 경청이다. ‘술 끊어’는 직면적 닫힌 소통이다. ‘술 안 끊을 거야’는 질문이긴 한데 역시 닫힌 질문이다. ‘술 줄이는 게 쉽지 않지. 왜 그럴까’가 열린 질문이다.

반영적 경청, 소통에 윤활유 역할해

반영적 경청은 플로업 질문을 곁들이는 경청이다. 앞에 질문에 “술을 줄이고 싶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확 술이 당겨서 쉽지가 않아”라고 상대방이 답했다면 “그렇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당기는구나. 특히 어떤 상황에서 그런 거야” 하는 식으로 내가 경청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더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소통에 윤활 작업을 하도록 한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할 때 저항이 덜 생기고 변화에 대한 동기도 증가한다. 대화를 통해 “술을 줄이려면 등산 등 스트레스를 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러면서 동시에 술도 줄여 볼게”라고 변화대화(change talk)가 상대방에게서 나올 때 변화 가능성이 더 커진다.
사실 기술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르고 ‘열린 질문’과 ‘반영적 경청’을 이어간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엄청난 사랑이다.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뵙고도 싶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함께 모이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취직했니”, “결혼 언제 할 거니” 같은 질문에 잔소리로 느껴져 소통이 꺼려진다는 고민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혹시 대면 모임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에게 양질의 ‘질문’을 통해 애정을 전달하는 새해 1월이 되길 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8호(202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