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대에 오디오북 뜬 이유는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각 사 제공] TV 광고에는 유명 배우가 광고하는 오디오북 소개가 흘러나오고, 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영상 시대, 사양 산업이 될 줄 알았던 오디오의 재발견이다.


“비디오 킬드 더 레이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 영상 시대에도 오디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공지능(AI) 스피커, 커넥티드 카 등 다양한 플랫폼에 연계되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오디오북’이다.


오디오북, 양질의 콘텐츠 잡고 시장 공략


오디오북은 음악처럼 귀로 듣는 독서 서비스를 말한다. 과거에는 딱딱한 기계음으로 대중의 외면을 샀지만, 최근 들어 생생한 성우들의 명연기와 음악이 녹아 있는 높은 수준의 오디오북이 등장하면서 독서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시공간의 제약 없이 독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기다.


또한 과거 오디오북은 테이프나 CD 등 물리적 저장 혹은 재생 매체를 통해서만 유통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인터넷 스트리밍 또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방식으로 일반인들에게 보다 손쉽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여건이 마련됐다.


디지털 음원 형태의 오디오북 등장은 오디오북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활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책을 쓰는 작가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 주는 음성 아티스트, 제작자, 음향 엔지니어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출판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오디오북을 통해 책을 ‘청취’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 독서'가 가능해졌다. 미국 오디오출판협회에 따르면, 미국 오디오북 소비자들은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영상 시대에 오디오북 뜬 이유는
오디오북은 모바일로 빠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보편화되면서 규모가 급성장했다. 스낵컬처란 마치 스낵을 먹듯이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의미하는 말이다.


틈새 시간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하는 오디오북 시장 역시 웹소설과 웹툰 장르에 뛰어들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출판사와 정보기술(IT)업계 역시 블루오션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점해 충성도 높은 장르문학 팬층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은 지난 2018년 오디오북 플랫폼인 ‘윌라’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 오디오북 서비스 중 최신 베스트셀러를 완독한 오디오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6월 국내 유명 배우인 김혜수를 광고 모델로 발탁해 ‘책. 듣다. 쉽다’라는 슬로건으로 2편의 TV 광고를 선보였다. 해당 광고 캠페인의 영향으로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윌라는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김혜수 배우 낭독 에디션으로 독점 제작해 공개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낭독 에디션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수준 높은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월정액 독서 앱인 ‘밀리의 서재’는 이병헌 배우와 박찬욱 영화감독 등 유명인이 읽어 주는 리딩북을 통해 성장했으며,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토리텔 또한 1인 1낭독 방식이 아닌 오디오 드라마 형식을 채택해 웹소설 청각 독서 서비스를 내고 있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지사장은 “인기 웹소설이나 웹툰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처음 시각으로 원작을 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로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며 “실제 스토리텔의 웹소설과 웹툰 작품에 대해 많은 청취자들이 낭독자의 목소리로 인해 몰입도가 높아지고 공감이 훨씬 잘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오디오북의 스케일도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오디오 시네마 세 편을 공개했다. 오디오 시네마는 ‘귀로 듣는 시네마’를 콘셉트로 네이버 웹툰 및 웹소설의 인기 원작을 오디오 영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오디오클립이 공개한 총 3편의 오디오 시네마는 하일권 작가 웹툰 원작 <두근두근두근거려>, 플라비 작가 웹소설 원작의 <그대 곁에 잠들다>, 혀노 작가 웹툰 원작의 <남과 여>다. 이제훈, 유인나를 비롯해 엑소 찬열, 이세영 등 인기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을 했고 방준석, 달파란, 김태성 등 영화음악감독들이 연출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오디오 시네마는 공개 일주일 만에 누적 재생 수 70만 돌파를 기록했다. 웹소설 및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오디오 콘텐츠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며 앞으로도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시네마의 영역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오디오 시장은 아직 비디오 시장에 비해 관련 콘텐츠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최근 드라마, 코미디, 추리 등 플랫폼 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그 영역이 커지고 있다”며 “AI 스피커처럼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신생 플랫폼 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콘텐츠 경쟁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