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정되기 마련이다. 유류분 제도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개정됐으면 하는 유류분 제도의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우리나라 민법에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7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우리 사회가 농경사회라고 할 수 있었고, 피상속인 소유 토지를 통해 일가족이 생계를 유지했였는데 피상속인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거나 일부 상속인이 토지 전체를 상속받게 되면 다른 상속인의 생계가 문제되는 측면이 강조됐습니다.
물론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배우자를 고려하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도 부각됐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 유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0. 4. 29. 2007헌바144 결정).

이와 같은 상속인의 생존권, 즉 피상속인 사후 유족의 부양 측면을 고려하면 유류분 제도 전부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인구 동향 조사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연령이 70세 이상인 경우가 전 연령 사망자 수의 70% 이상이라고 하니 상속 당시 자녀의 대부분은 30대 이상인 성년일 것입니다.

이렇게 이미 고령화사회가 된 우리나라에서 피상속인 사후 자녀의 ‘부양’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여전히 ‘상속인의 부양’을 위한다면 유류분은 피상속인과 같은 고령으로서 누구보다 부양이 필요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유류분 제도가 있는 대륙법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언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특정상속인에게는 상속권을 박탈시키거나 제한할 수도 있는 미국에서도 생존배우자를 최소한 보호하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배우자가 유언으로 생존배우자에게는 전혀 재산을 남기지 않고 자녀나 제3자에게만 상속을 하는 경우에 최소한 생존배우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부부가 혼인생활 중 형성한 재산은 그 소유 명의에도 불구하고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인데 유언을 통해 배우자 이외의 자에게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은 형평과 정의의 이념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여전히 생존배우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유언으로 다른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에게 전적으로 재산을 상속하도록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미국의 주는 상속에서 배제된 생존배우자를 위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상속인이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무유언상속법’에 따라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데, 이 경우 주에 따라 법정상속인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성인 자녀들이 상속인인 경우 뉴저지 주법에 따르면 배우자만 상속을 받지만, 뉴욕 주법에 따르면 배우자가 절반 정도를, 나머지 절반은 자녀들이 상속하게 됩니다.

이때 미국의 유언에 관한 ‘통일법전(Uniform Probate Code, UPC)’에 따르면 생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경우 원칙적으로 상속인에 대한 선급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한다면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한 생전증여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돼 상속분을 구해야 하는데, 뉴욕 주법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들의 상속분을 산정할 때 생전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니고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피상속인이 가지고 있었던 재산만으로 상속분을 구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상속재산 분쟁이 훨씬 간명해질 것입니다.

다만 피상속인이 생전증여 당시 그 증여가 상속분으로 지급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작성하거나, 상속인이 확인한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상속재산으로 간주해 그 상속인의 상속분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유류분 제도가 되려면
유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법을 통해 어쩌면 우리나라에서의 유언의 자유와 유류분 제도의 한계를 더 잘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즉, 배우자의 유류분권은 무엇보다 보장돼야 한다는 점, 반면에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은 유지돼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 직계비속의 유류분권도 일률적으로 보장할 것이 아니라 부양의 필요성이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앞서 헌법재판소 결정 시부터 문제가 됐던,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해 유류분을 산정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생각을 가능하게 합니다.

헌법재판소 사건의 결정 요지는 유류분 제도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유류분권리자의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 개시 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 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됐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 개시 시로 하는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어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해 유류분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관 2분(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은 다음과 같이 한정위헌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민법 제1008조를 준용해 수증자의 유류분에서 수증재산을 공제하는 것은 수증자의 유류분을 조정할 뿐이고 피상속인의 처분 결과나 다른 수증자의 재산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준 재산에 포함되는 산입 재산의 범위를 넓히면 그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부인하는 범위도 커지게 된다.

그래서 민법 제1114조에 의해 산입 재산의 범위를 제한하고 민법 제1115조에 의해 유류분 청구의 대상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거나 유증받은 수증자가 유류분을 청구한 경우에도 민법 제1113조에 의해 유류분 산정의 기준 재산에 포함되는 산입 재산의 범위는 민법 제1114조에 따라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의 1년간 증여한 재산과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재산에 한정돼야 하고, 그렇게 산출된 유류분에서 민법 제1008조에 따라 수증자의 수증 재산을 공제해 유류분을 정해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와 같이 피상속인의 상속인에 대한 증여나 유증은 민법 제1114조에 불구하고 그 시기나 해의(害意) 유무를 불문하고 모두 민법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준 재산의 범위에 포함되고 민법 제1115조에 의해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으로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거나 필요한 한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과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유류분 제도의 존재 이유를 살펴보면 유류분 제도가 폐지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변해야 할 때가 됐음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지향적인 제도로서 제대로 개정되기를 희망하는 이유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