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예나 지금이나 현실을 떠나 자연 속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여기에 메르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공포가 우리의 일상을 휩쓸며 그린 또는 에코 라이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도 커지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린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참고 문헌 <자연 몰입>


현명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거창할 것도 없다. 건강, 가족, 행복 추구 등 누구나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들을 이들은 선제적으로 실천할 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통감하곤 한다.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듯 보였던 것들이 사실은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 돼야 유지될 수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깨닫는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연 없이 결코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어떤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산업계 지도자들과 비정부기구(NGO), 학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0년대에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위협은 기상이변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 재난이 2~5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현재 인류가 당면한 지상 과제는 세계 위험 요인인 환경문제라는 셈이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박물관장은 “지금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은 고민할 것도 없이 기후 위기”라며 “과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부분을 지적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끊임없이 얘기했지만 제대로 되질 않았다. 지금부터 10년간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급격한 온도 상승을 멈출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에 인류가 정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에볼라, 메르스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원인도 환경 파괴와 연계성이 깊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축산연구소(ILRI)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삼림 파괴, 야생동물 착취, 자원 고갈, 기후변화 때문에 동물과 인간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이 변하고, 이 때문에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옮기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회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자연에서 멀어졌고, 기술적 탐색과 인공적인 것을 훨씬 더 중시해 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환경 위기에 무관심해졌고, 자연과 접촉할 기회를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환경오염에 대한 위험이 나날이 부각되고, 갑갑한 도심생활에 지친 현대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자연친화적’ 그린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 강화에서 10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67세 박 모 씨는 “30년간 정신없이 회사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다”며 “처음엔 그저 내 안위를 위해서 선택한 이유가 컸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말마다 서울에 사는 손주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껏 뛰어노는 걸 보면 뿌듯하다. 주변에서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9세 직장인 김 모 씨는 “도시생활을 좋아한다. 다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자연을 가까이 하려고 한다”며 “점심시간에는 회사 주변 그린공원을 걷기도 하고, 집 안에 나만의 화단을 가꾸기도 한다. 주말에도 근교 산이나 강으로 떠나 쉬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연친화적’인 그린 라이프는 그 자체로도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에바 M. 셀허브와 앨런 C. 로건의 저서 <자연 몰입>에 따르면 1만1000명 이상의 덴마크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녹지(숲, 공원, 해변, 호수 등)에서 1km 이상 떨어져 사는 이들은 스트레스가 높고 전반적으로 건강, 활기, 정신건강, 신체적 고통 관련 검사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42%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km 반경 안에 녹지가 10%도 안 되는 이들은 집 주변에 녹지율이 아주 높은 이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5%나 더 높았고, 불안장애에 걸릴 가능성은 30%나 더 높았다. 동식물 연구가 J. 아서 톰슨 교수도 1914년 영국의학협회 연차대회의 기조연설인 ‘자연치유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자연의 치유력은 혼잡하고 요란한 문명 때문에 시름시름 앓는 우리 인간에게 대자연이 부여해 준 선물로, 삶을 유지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한다. 나의 첫 번째 요점은 인류와 대자연은 오랫동안 뿌리 깊고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자연과 친밀함을 유지하면 ‘일상생활의 정신병리가 줄어들 것이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의 장엄함, 산의 신비로움, 영원히 새로운 바다, 공중을 나는 독수리, 피어나는 야생화, 개의 눈에 담긴 표정에서 경이를 느끼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아주 강력한 치유력을 포기하는 셈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즐기는 그린 라이프
비단, 그린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 가운데 100%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생활 터전은 도심에 두되 온·오프라인을 통해 최대한 자연친화적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전원생활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는가 하면, 자신의 집이나 사무공간에 화분을 심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을 벗 삼아 여행하는 캠핑족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남들에게 보여 주거나 과시하기 위해 유명 관광지, 값비싼 호캉스를 즐기는 것이 아닌 오롯이 ‘쉼’을 위한 에코 힐링형 여행과 더 나아가 환경보호까지 생각하는 에코투어도 각광을 받고 있다.

박영운 비단길여행사 대표는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분들 중에 ‘자연친화적’ 휴양형 여행을 선호한다”며 “결국, 휴양형 여행도 에코여행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본다.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의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에코투어에 임했으면 좋겠다. 에코투어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여행의 미래와 트렌드를 바꿔 나가야만 앞으로 남겨 주어야 하는 우리의 환경을 보다 더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