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올해 잇달아 현직 부장판사들이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며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화제가 됐다. 그간 제기됐던 유류분 제도 개정 요구 쟁점들을 정리해 봤다.

민법이 제1112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류분 제도는 상속인 또는 근친자에게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해 일정한 형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행 민법에서 유류분은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경우 법정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인정하고 있다.

초고령화로 인해 부부가 함께 사는 기간은 과거에 비해 훨씬 늘었고, 황혼이혼이 급증하면서 부부간 재산 분할이나 상속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가족 간 갈등은 유류분 전쟁에서 극에 달한다. 유류분은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불씨가 되곤 한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가족 간 재산 분쟁의 하나인 유류분 반환 청구는 2005년 158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 911건으로 5.8배가 넘게 늘어났고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은 분쟁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자식들 간 재산 다툼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이혼과 재혼 등 가족 형태는 다양해지는데 부모들은 유류분 비율대로 재산을 배분하지 않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혼이 늘면서 전처와 이혼 후 후처와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 대한 재산 분배에서 드러나는 갈등의 골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비단, 과거에는 계모가 사망한 경우 계모자 관계에 따른 상속이 가능했다.

그런데 1991년 민법이 개정된 이후로는 계모자 간의 상속이 인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계모이지만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정말로 부모처럼 모셨는데 상속이 되지 않는다면 적잖이 억울한 측면도 있을 터다.

물론 이 경우 입양을 해서 계모의 양자가 돼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또다시 파혼할 경우 그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처럼 세대와 가족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상속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게 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유류분 불만 고조…위헌법률심판 제청 잇달아
이런 흐름 속에 올해 잇달아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해묵은 유류분 제도 개정 논란에 새바람을 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 이동연 부장판사는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113조, 1118조 등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지난 2월 21일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8일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관련 조항인 민법 1112조와 1114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간 헌재에 유류분 산정 시 기초재산에 증여가액을 가산하도록 규정한 민법 1113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적은 있지만, 유류분 비율과 관련된 조항이 제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부장판사는 “국민 개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든지 원칙적으로 자유”라면서 “민법에 정해진 유류분 제도는 이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이 제도가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부부 공동생활에 따른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및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입법 재량 범위 내에서 정해진 걸로 볼 수 있다”며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과도한 유류분은 유증이나 증여를 받은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불효자 방지법 또다시 수면 위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 내 여성이나 노령의 배우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유류분 제도’ 개정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법조계는 물론 국회에서 유류분 제도의 일부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기류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7일 유산 기부의 활성화를 위해 현행 유류분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직계비속의 유류분 비율을 현행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축소하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 범위에서 제외하며,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 또는 유지에 기여가 없는 직계비속이 피상속인 사망 전 5년 이상 피상속인과 연락을 단절해 그의 연락처 등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유류분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유류분의 사전포기 제도를 도입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및 배우자가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상속 개시 전에 유류분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원혜영 의원의 발의안에 찬성한다”며 “유류분 제도가 처음 제정됐을 때랑 지금 사회 현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상속을 ‘아들이 받느냐’, ‘딸이 받느냐’가 중요한 것보다 부양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류분 제도 개정 논의와 함께 자주 언급됐던 것이 ‘불효자 방지법’이다. 앞서 권 분장판사도 “재산 형성과 유지에 아무 기여가 없거나 심지어 불효나 불화로 가족 관계가 악화된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이 무조건 귀속되도록 재산 소유자를 강제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부양의무를 약속하고 증여받은 자녀 또는 친족이 증여자를 학대하거나 폭행을 저지르는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는 물론 다양한 상속분쟁으로 이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조건부증여가 아닌 한 일단 증여가 이행되고 나면 증여를 취소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유류분 제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과 관련해 불효자 방지법도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외 유류분 제도는
독일은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민법 개정을 통해 유류분 반환 비율을 줄였다. 즉, 상속 개시 전 1년간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는 증여재산이 100% 산입되고, 상속 개시 전 1~2년간 증여가 이행된 때에는 90% 산입하는 식으로 해서 상속 개시 전 9년에서 10년 사이에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는 10%가 산입되며, 그 이전의 증여는 산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도 이 같은 유류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상속법’을 개정해 특별수익에 산입되는 기간을 명문화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등 유류분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피상속인이 유류분에 대해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 민법에는 ‘피상속인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자녀가 조력을 제공하지 않고 방임한 경우’에 자녀의 유류분권을 상실시키도록 하고 있고, 체코의 민법에는 ‘피상속인이 질병·고령이나 기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조력을 제공하지 않은 때’에 직계비속의 유류분을 상실시킬 수 있도록 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