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1980년대에 빠진 1020세대. 4050세대는 이 상황이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다. 넘을 수 없던 세대 간의 벽. ‘뉴트로’가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지구상 모든 전쟁이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이 하나 있다면, 바로 ‘세대전쟁’이 아닐까. 늘 청춘 같았던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요즘 애들은 말이야” 하며 꼰대가 돼 간다는 것에 서글픔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새로운 조류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요즘 옛날’로 표현되는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retro)다. 이는 기성세대가 자신이 경험한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가 ‘옛날’에 열광하는 기묘한 문화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는 요즘, 뉴트로가 세대 화합을 여는 키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는 어떨까.

한경 머니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모바일 리서치 전문 업체인 오픈서베이를 통해 지난 1월 14일 하루 동안 10~50대 남녀 500명(남녀, 세대 동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4.38%, 신뢰수준 95%)를 실시했다. 1020세대가 체험하고 있는 뉴트로, 이를 바라보는 4050세대의 뉴트로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를까.

1980년대, 같은 시간을 꿈꾸는 1050세대

“당신은 뉴트로 문화를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까?” 지난해는 그야말로 뉴트로의 물결이었다. 근·현대사의 굴곡을 안은 서울 중구 을지로가 젊은이들의 성지로 부활했으며, 할머니 댁에서나 봄직한 일력, 유리컵들이 젊은층의 ‘핫’한 소비 제품으로 떠올랐다. 10대부터 30대까지 집어삼킨 뉴트로에 전 세대의 관심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big story] ‘요즘 옛날’에 빠진 세대별 동상이몽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뉴트로 문화를 접했을까.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로 100명씩 총 500명에게 뉴트로 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는지 묻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5.2%로 과반을 차지했다. 트렌드를 주도한 이는 20대로, 응답자 중 70.9%가 “뉴트로 문화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50대에게 뉴트로는 생소한 문화였다. 응답자 중 59.0%가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없다’고 답한 응답자 중 절반을 넘는 59.3%가 “뉴트로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뉴트로를 바라보는 인식에서도 세대 간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응답자의 75.7%가 ‘재미있다’는 것에 동의했지만, 50대 응답자에게서만 기타 의견(9.8%)이 나왔다. 이들은 ‘그때 그랬었지’ 하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생각이 난다 등 흥미보다는 과거 회상을 선택했다.

최근 갑자기 생겨난 이 기묘한 현상에 반응은 어땠을까. 그간 미디어에서는 뉴트로 트렌드가 경기 불황 등 현실에 대한 시대적 절망을 품고 있다고 분석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설문 결과는 이를 뒤집는다. 뉴트로를 이끄는 1020세대의 과반(평균 60.6%)은 “과거의 것이 좋아서”란 답을 택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19.4%),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7.8%), “현실이 재미없어서”(4.9%) 순으로 나타났다(이상 1020세대 평균치). 현실에 대한 불만이 아닌 과거에 대한 동경으로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좇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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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의 타임머신은 어느 시대를 집중적으로 소환했을까. 가장 소환하고 싶은 시대를 묻자 전체의 35.6%가 1990년대를 선택했다. 이어 1980년대(27.4%), 2000년대(15.0%) 순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응답자들의 최다 득표가 1990년대를 향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나이 차가 큰 10대(27.8%)와 50대(33.0%)는 1980년대에 표를 몰아줬다. 당시 10대였던 지금의 50대와 오늘날의 10대가 각각 그리운 옛날, 신비한 오늘로서 40년 전인 1980년대를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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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45.6% “기성세대 이해하는 것과 관계없다”


뉴트로란 기묘한 타임머신을 통해 그 시간을 공유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뉴트로 문화를 통해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지” 묻자 전체의 58.0%는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란 응답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응답 역시 41.6%나 됐다.

특히 세대 간 응답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란 문항에는 50대(65.0%)의 응답률이 다른 집단 대비 높은 반면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란 응답은 상대적으로 20대(45.6%)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뉴트로는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이라는 정의를 설문 결과가 보여 준 셈이다. 설문에 참여한 26세 남성 A씨는 “뉴트로 문화를 통해서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본다”며 “뉴트로는 과거와 현재가 합쳐진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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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성세대는 뉴트로를 통해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옛 문화를 꺼내들어 다시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동일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는 응답률이 평균 72.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40대의 긍정적인 응답 비율이 78.0%로 다른 집단의 응답률을 크게 상회했다.

물론 과거를 모르는 1020세대들이 옛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대해 낯선 느낌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50대의 경우 68.0%가 “동일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를 택했지만, “전혀 다른 문화로 여겨진다”를 택한 이들도 31.0%를 차지했다.

이는 다른 집단(평균 26.8%) 대비 높은 응답률이다. 50세 여성 응답자 B씨는 “참 희한한 일”이라며 “그 나이 그때의 감성이 같아 생기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뉴트로 문화를 통해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것보다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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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를 통해 얻는 감정도 세대별 이견을 보였다. 1020세대의 경우 ‘즐거움’을 택한 이들이 평균 22.5%로 다른 집단의 응답률을 크게 앞섰지만, 4050세대의 경우 평균 5.0%만이 ‘즐거움’을 택했다. 대신에 ‘추억’을 선택한 이들이 64.5%로 가장 높게 나왔다. 4050세대에게 과거는 지난날의 향수인 레트로라면, 1020세대에게 과거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신선한 뉴트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준 결과다.
[big story] ‘요즘 옛날’에 빠진 세대별 동상이몽은
뉴트로로 세대 간 공감대를 느끼는 감정 역시 기성세대가 더 컸다. 뉴트로를 통해 세대 간 공감대를 느낀다는 이들은 50대가 23.0%로 가장 높게 나왔다. 10대와 20대의 응답률이 12.4%, 12.6%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big story] ‘요즘 옛날’에 빠진 세대별 동상이몽은
뉴트로는 잠깐 스쳐가는 찰나의 유행일까.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공저)은 “뉴트로는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다”라며 “개성의 영역에서 현대인에게 또 하나의 정체성과 취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설문 결과 역시 이와 동일했다. “앞으로 뉴트로 문화가 지속 성행할 것이라고 보는가”란 질문에 “오래 갈 것이다”라는 보기를 선택한 것이 71.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뉴트로 문화를 향유하는 20대(74.8%), 10대(75.3%)의 응답률이 다른 집단 대비 높았으며,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를 선택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50대(39.0%) 응답자에게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조사 기간: 2020년 1월 14일
설문조사 응답자 수: 500명(남녀, 세대 동수)
표본오차: ±4.38% (95% 신뢰수준)
설문기관: 오픈서베이 및 한경 머니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