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러움, 공간에 새로운 개성을 입히다
LIFE • house & story
[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매뉴팩트·빌라레코드 제공]

올해 인테리어의 화두는 단연 뉴트로(new-tro)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한 단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으로 해석된다. 패션계에 먼저 분 뉴트로 바람은 인테리어업계는 물론 문화, 마케팅 영역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중년층에게는 그때 그 시절의 향수에 젖게 하고 젊은 층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뉴트로. 인테리어는 어떤 변화를 맞고 있을까.

새로운 옛것, 뉴트로
뉴트로 인테리어는 다양한 색감이 쓰인다. 핑크, 에메랄드 등 기존 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색상이 눈에 띈다.
뉴트로 인테리어는 다양한 색감이 쓰인다. 핑크, 에메랄드 등 기존 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색상이 눈에 띈다.
뉴트로는 ‘옛것’이지만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뉴트로가 비단 북미지역이나 유럽의 1960~1970년대 무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뉴트로는 우리의 과거와도 절묘하게 결합된다. 이미 상업공간에서는 한옥을 개조한 카페가 줄을 잇고, 옛 공장을 개조해 맥주 브루어리나 카페로 변신시키기도 한다. 과거를 입은 새로운 공간은 그 역사성이 주는 이야기 덕분에 더욱 재미난 공간으로 입소문이 난다. 서울 을지로나 익선동 등 옛 거리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트로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와 역사성이 담겨 있는지 여부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테리어업계의 한 전문가는 “뉴트로가 어느 시기를 모방하는지를 정확하게 짚을 수는 없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을 비롯해 문민정부가 시작된 1980년대를 추억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장년층에게는 1980년대 소위 잘나갔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주고, 젊은 층에게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트로는 상업공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뉴트로 무드가 그대로 전해지는 가구와 가전, 건축 소재가 이미 인테리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다 날것 그대로, 소재의 변화
뉴트로 인테리어는 다양한 색감이 쓰인다. 핑크, 에메랄드 등 기존 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색상이 눈에 띈다.
뉴트로 인테리어는 다양한 색감이 쓰인다. 핑크, 에메랄드 등 기존 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색상이 눈에 띈다.
뉴트로는 소재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한다. 합판, 파벽돌, 고재, 황동, 유리 등에서부터 패브릭 소재로는 벨벳에 이르기까지 날것 그대로가 주는 느낌에 주목한다. 합판으로는 스테인을 몇 차례 덧입혀 나무가 주는 고유의 색깔에 집중하고, 원목은 보다 깊이감을 더한 색상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유리, 황동 등의 자연물 그대로의 소재가 사용돼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신 패브릭의 색감은 보다 과감해졌다. 핑크, 블루, 노랑 등 가구는 차분한 색상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깬다. 다소 올드하다고 치부돼 온 벨벳이라는 소재가 다양한 색을 덧입고 소파나 침대의 헤드 부분에 사용되는 것. 이러한 과감한 색 배치가 기존의 가구와 어울려 새로운 무드를 자아낸다.

뉴트로 분위기의 가구를 출시, 론칭한 임성빈 빌라레코드 대표는 “공간에서 컬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지금까지의 인테리어가 소위 말하는 ‘북유럽 인테리어’ 위주의 흰색 집이거나 미니멀하고 모던한 것이 유행이었다면 뉴트로 무드는 조금 더 컬러를 많이 써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점점 더 집을 통해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까지의 가구업계가 원목가구 위주이다 보니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았다”며 “뉴트로는 공간에 대한 개성을 보다 다양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원형의 디자인도 두드러진 점이다. 1960, 1970년대에는 다양한 패턴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는데 천편일률적으로 모서리를 마감하는 것이 아닌, 반원형의 마감을 통해 보다 키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반원형의 파티션이나 거울 제품이 대표적이다.

과거 상업공간이나 공공시설물에 사용되던 테라조 역시 뉴트로의 인기와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테라조는 대리석 조각을 시멘트에 섞어 굳힌 후 표면을 가공한 소재다. 옅은 회색 바탕에 불규칙한 크기와 여러 가지 색상의 조각이 박힌 테라조는 1980년대 학교나 관공서를 건설할 때에 바닥재로 많이 사용됐다. 최근에는 주방의 싱크대 상판으로 활용되거나 벽의 일부에 사용해 포인트를 주는 데 활용되고 있다.

옛 디자인, 최첨단 기능의 가전

뉴트로는 가전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LP레코드가 다시 유행하거나 옛날 오락실의 조이스틱을 이용한 미니 오락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이 같은 전자제품의 인기는 뉴트로 붐과 함께 ‘와비사비’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접목된다. 와비사비란 불완전하지만 본질적인 삶, 불편하지만 한적한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버튼 한 번으로 추출되는 캡슐 커피는 기본, 커피를 직접 갈아 내려 마시는 반자동 커피머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지’ 커피머신이나 ‘브레빌’ 커피머신 시리즈의 인기가 그 방증이다.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를 직접 분쇄하고 수동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느림의 미학’을 즐긴다.
닌텐도가 최신형 게임기인 ‘스위치’와 함께 즐기도록 출시한 ‘라보’는 이런 복고적인 불편함을 적극 활용했다. 라보는 게임을 위한 골판지 키트로 다른 게임 회사들이 온라인에만 국한된 게임을 출시할 때, 골판지 키트를 직접 접고 붙여 오프라인에서 즐기는 게임을 만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기 밖으로 나온 게임인 셈이다. 골판지 키트로 리모컨 카를 만들거나 낚싯대, 피아노를 만들어 게임기 속 화면과 연동해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게임기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를 불편함으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재미로 여긴다. 라보를 접는 과정 또한 레고를 만들거나 딱지를 접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뉴트로는 아날로그적인 불편함을 기꺼이 즐기며 불편함이 해소될 때의 그 짜릿함에 주안점을 두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