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적인 감정 습관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습관은 문신처럼 깊이 자신의 마음에 새겨져 있어 완전히 지워 버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마음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심리 치료 시 치료자가 주의해야 할 것으로 ‘이른 해석(early interpretation)’이라는 것이 있다. 내담자가 아직 자기 내면의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자가 자기 눈에는 보인다고 너무 일찍 그 문제에 대해서 오픈해 해석해 버리면 내담자의 마음에 강한 저항감이 생기면서 오히려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가진 내담자가 있다고 하자.
“전 언니를 너무 좋아해요. 저에게 다정하게 잘해주고 예쁘고 저보다 능력도 있어요. 그런데 언니 말고는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아요. 저를 무시하는 것 같고 항상 저 혼자만 좋아하다가 버림받는 것 같아요.”
“당신은 언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도 같이 가지고 있어요. 또 언니보다 못한 자신에 대한 열등감도 크고 동시에 잘해주는 언니를 미워하는 데에 대한 죄책감도 함께 가지고 있죠. 그 열등감이 관계에 영향을 미쳐 관계에서의 작은 갈등에도 크게 실망하고, 결국 관계가 멀어지면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는 거예요. 동시에 언니를 미워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벌을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렇듯 잘난 척, 으쓱하며 섣부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내담자가 마음에 충분한 힘이 있어 그것을 어렵지만 받아들이고 변화의 동기로 삼으면 좋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상처는 더 깊어지고 자신의 속마음을 더 깊이 숨겨 버리기 쉽다.
그럼 언제 해석을 시작해야 하는가. 내담자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나서 조금씩 세기를 늘려 가며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감정 반응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자아, 즉 내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인 자아에서 일부를 분리해 연기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관객의 시점에서 볼 수 있을 때, 즉 관찰자적 자아의 힘이 커졌을 때다.
주인공이기만 할 땐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다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자아를 분리해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관찰자의 시각을 가지게 되면 그 관찰자는 치료자와 같은 편인 셈이고, 해석에 여전히 주인공으로선 저항이 생기겠지만 동시에 관찰자로서 치료자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커진다. 그러고 나면 점점 자신의 속마음의 갈등, 결핍, 부정적인 부분 등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다. 그럼 이해가 되면 금방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마음에 이미 회로가 생긴 감정 반응에 변화를 주기 위해선 꾸준한 마음 훈련이 필요하다.

◆ 마음 훈련을 통한 극복
앞의 예로 돌아가 보면, 대인관계 시 상대방과 갈등이 생겼을 때 ‘쟤도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아. 결국 나는 버림받을 거야’라는 감정 반응이 생길 때 스스로에게 ‘이 감정은 내 안에 열등감과 연결된 거야. 어느 관계든 갈등은 생길 수 있어. 이 갈등을 극복해 가는 것이 만남의 묘미이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셀프 해석을 하며 조금씩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변화를 주는 마음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부정적인 감정 반응에 대해 여유로움도 생기고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앞의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 습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습관 돌아보기의 첫걸음은 자신의 감정 습관을 객관화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며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감정 습관을 만드는 내면의 여러 콘텐츠들은 우리 무의식 깊이 숨어 있기에 우리가 노력을 해도 주관적인 내 마음의 내면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을 보는 것일 것이다. 구구단 외우기를 완성하듯 마음 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 숨을 쉬듯 자신을 알아가는 마음 훈련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감정 습관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습관은 문신처럼 깊이 마음에 새겨져 있어 완전히 지워 버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마음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글로 써볼 것을 추천한다. 먼저 감정을 글로 써보고 다음에 이 감정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도 정리해 써본다. 짧은 연기 대본인 셈이다. 그리곤 관객이나 감독의 입장에서 이 사건에 꼭 이러한 감정 반응만이 가능한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그것을 또 적어본다. 그리고 가장 긍정적인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행동해보는 것이다. 실제 그 행동에 긍정적인 결과가 찾아왔을 때 점점 부정적인 감정 습관에서 벗어날 힘을 강화할 수 있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자신의 감정 습관을 공감과 신뢰가 가능한 친구와 함께 나누는 것도 좋다. 믿을 수 있는 친구의 객관적 시각을 도움 받는 것이다. 오픈하기 쑥스러우면 남의 이야기인양 그 사건과 감정 반응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이때 좀 더 비판적인 친구 한 명, 잘 받아주고 보듬어주는 친구 한 명, 이렇게 두 명과 각각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의 감정 습관을 객관화하고 힐링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멋진 가을, 자신의 마음을 바라봐주고 이해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닌가 싶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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