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문제는 우리 사회의 특수한 문제에서 보편적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가족 간 재산 분쟁의 대표적 유형인 유류분 반환청구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2016년에도 상속 분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에 한경 머니는 김앤장, 율촌, 태평양, 화우, 충정 등 로펌들과 삼일, 딜로이트 안진, 삼정KPMG, EY한영 등 주요 회계법인 전문가들에게 물어 2016년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 이슈 7가지를 정리해봤다.

늙어가는 한국 사회. 이제 60대는 노인 축에도 못 낀다. 요즈음 아파트 노인정에서는 70세 노인들이 주전자 심부름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같은 고령화 때문에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게 바로 상속 문제다. 경제 발전을 일구며 자산을 축적한 경제 1세대들이 고령이 되면서 최근 자식세대에게 재산을 이전해주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2015년 11월에 발표한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이라는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소득 대비 상속액의 비율은 1980년 5%에서 2010년 8.2%로 높아졌고, 자산 축적 중 상속 자산의 비중은 1980년 27%에서 1990년 29%, 2000년 42%로 부쩍 늘었다.

김 교수는 부의 축적에서 상속 비중이 높아진 이유를 두고 성장 둔화와 고령화가 중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는데, 이는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유산 상속과 관련한 가사소송이 2000년 8207건에서 2013년 3만5031건으로 무려 4.3배나 늘어난 대목은 상속 문제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에 한경 머니는 주요 로펌(김앤장, 율촌, 세종, 태평양, 지평, 화우, 충정) 및 회계법인(삼일, 딜로이트 안진, 삼정KPMG, EY한영)의 전문가들에게 국내 상속 문제의 현안을 물어 그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1. 깐깐한 가업승계, 차라리 회사 접는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은 상속 현안은 가업상속공제와 관련이 있다. 무려 6곳(삼일, 삼정, 한영, 지평, 충정, 화우)이 현안으로 꼽았을 정도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원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자 감세’ 논리로 공격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이 타들어 가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고충이 있다.

현행 세법상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증여하는 주식이 30억 원을 넘기면 50%의 세금을 내며, 상속세의 최고세율도 증여세와 같다. 기업가들의 경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고 나면 사실상 경영권을 지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회사 정리를 고민하는 창업주들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게 ‘그림의 떡’인 기업들이 많아 활용도가 낮다는 게 문제다. 실제 국세청 통계연보를 보면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2009년 43건에서 2010년 54건으로 늘었다가 2011년 46건으로 주춤했고, 2013년 소폭 증가해 70건을 기록했지만 전체 기업 수에 비하면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현행법에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세법상의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 원 이하 법인에 대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2015년 세법 개정을 통해 매출액의 규모를 확대하고자 추진했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사후관리 규정, 상속공제 제외 사업무관자산에 해외 자회사 등 포함을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다. 특히 엄격한 사후관리 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업 상속 후 해당 기업의 주 업종이 바뀌면 안 된다거나 10년간 일정 종업원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 혹독하다는 지적이다.

최소한 기준 고용 인원(10년간 일정 종업원 수 유지 요건)만이라도 현행 100%에서 80% 정도로 줄이고 요건 충족 기간을 사업의 주기를 고려해 5년이나 7년 정도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10년 동안 사업의 부침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고용의 유연화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고비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기업의 경쟁력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또한 업종 유지 요건은 상속 당시 없었던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대해서 제한하거나, 현행 규정과 같은 ‘세분류’ 유지 요건이 아닌 ‘소분류’ 유지 정도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 공제되는 가업상속재산가액을 산정할 때 영업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무관자산의 비율만큼 제외하도록 했는데 이 범위에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동일 업종의 완전자회사 주식 또한 포함돼 있다. 하지만 회사의 영업 목적으로 진출한 해외 자회사 등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가업상속공제 규정의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본사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사라면 업무 관련 자산으로 분류해 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들의 경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고 나면 사실상 경영권을 지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회사 정리를 고민하는 창업주들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2. 납세자 속 터지는 주식 가치평가
상속·증여 시 주식 가치평가와 세금 납부 문제는 납세자들의 속을 끓이는 문제인데 아니나 다를까 4곳(삼정, 안진, 한영, 세종)의 전문가들이 현실과 괴리된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상속·증여세는 고액인 경우가 많은데 상속받은 재산 중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이 많은 경우 정작 세금을 낼 돈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상장 주식의 경우 현금화가 그나마 용이하지만 주식 평가와 관련해서는 불만이 상당하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주식의 할증평가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식을 소유했던 피상속인이 최대주주였거나 그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경우 최대 30%를 할증해 평가하도록 규정한 부분을 지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주당 1만 원으로 거래되는 주식의 경우 피상속인이 최대주주였거나 그의 특수관계자라면 주당 1만3000원으로 평가한다는 것인데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피상속인이 최대주주에 해당하고 상속인들이 그 주식을 상속받아 그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나름 합당할 수 있지만 피상속인이 해당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인척으로 특수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할증평가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만일 상속인이 주식 매각에 나서고 상속 개시일 이후 해당 주식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해당 주식을 매각한 대가를 대부분 상속세로 납부하는 꼴이 된다.

유상학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도 “최대주주 주식의 상속·증여세 과세가액은 할증평가 된 가액으로 인해 세 부담이 증가하는 데 반해 상장 주식의 물납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세금 납부를 위해 상장 주식 처분 시 할증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처분될 가능성이 높아 납세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비상장 주식에 비하면 상장 주식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비상장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시가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상속·증여 시 과도한 평가가 문제다. 세법에서는 비상장 주식의 경우 보충적 평가 방법을 활용해 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대2로 가중 평균한 가액을 시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비상장 주식의 순손익가치를 계산할 때 결손이 나서 순손익가치나 순자산가치가 음수인 경우 이를 0으로 계산하는데, 이로 인해 자본 잠식 등의 악화된 재무제표 상태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주식 평가액은 높게 계산돼 과다한 상속·증여세가 납부될 위험이 있다.

정병수 삼정KPMG 상무는 “현행 비상장 주식 가치평가는 개별 기업이 처한 다양한 경제 상황이나 업종 특성 등 경제적 실질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미래 가치를 추정해 주식을 평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비상장 주식 평가 방식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비상장 주식의 순손익가치를 계산할 때 결손이 나서 순손익가치나 순자산가치가 음수인 경우 이를 0으로 계산하는데, 이로 인해 자본 잠식 등의 악화된 재무제표 상태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주식 평가액은 높게 계산돼 과다한 상속·증여세가 납부될 위험이 있다.

3. 신탁법 개정됐는데 세법은 게걸음
미국에서는 상속의 방편으로 일반화된 유언대용신탁의 활용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고민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비롯해 로펌과 회계법인에서 신탁 활용 방안을 심도 깊게 고민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로펌 중에 바른, 충정, 화우 등에서 신탁 문제를 상속 현안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7월 신탁법이 개정돼 신탁도 유언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다양한 옵션으로 피상속인의 욕구를 신탁 계약의 형태로 담은 뒤 수익자를 연속 지정할 수 있고, 피상속인의 상속 집행도 비교적 신뢰성이 있는 금융기관 등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유언은 유언법정주의에 따라 법에 정해 놓은 사항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피상속인은 자신이 원하는 사항을 모두 유언장에 담을 수 없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유언대용신탁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위탁자가 돼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속인들을 수익자로 정해 둘 수 있으며,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원하는 모든 사항을 담을 수 있다. 또 신탁은 유언이 아니라 계약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적법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한 유효하다.

유언대용신탁은 성년후견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피상속인이 치매에 걸리거나 정신지체여서 스스로 재산을 관리할 수 없을 경우 성년후견인을 정하고 그 사람을 통해 재산과 신상을 보호토록 한 것이 ‘성년후견제도’다. 하지만 성년후견인이 지정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상속인들 간 아무런 다툼이 없는 경우에도 6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2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동안 피상속인의 재산은 소실될 수 있고, 일부 성년후견인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위험도 상존한다.

김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은 성년후견제도 중 임의후견 제도와 결합할 수 있으며, 재산 관리는 신탁에 맡겨 두고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해 자신의 신상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 쓰임새가 많다”고 조언했다.

최수령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신탁을 활용해 가업상속공제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유류분(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도의 상속 지분)으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데 신탁계약을 맺어 경영권 지분은 신탁으로 묶어 놓고 상속인들이 해당 주식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배당만을 가져가도록 하면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탁의 활용에는 고민이 뒤따른다. 바로 세금 문제다. 신탁법이 개정됐음에도 이를 보완해줄 세법이 뒷받침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다시 손자로 수익자를 연속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신탁 단계마다 세금이 붙을 경우 곧바로 상속을 받는 것보다 세금이 커질 수 있다. 신탁 단계에서 소득세를 납부하고, 수익자에 대해 다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란도 생긴다. 또 경영권 지분을 신탁으로 묶고 수익과 배당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지는 부분은 아직 과세당국과 교감이 이뤄진 부분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과세당국이 신탁제도에 부응해 세법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좀 더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규정을 내놓아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탁의 활용에는 고민이 뒤따른다. 바로 세금 문제다. 신탁법이 개정됐음에도 이를 보완해줄 세법이 뒷받침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다시 손자로 수익자를 연속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신탁 단계마다 세금이 붙을 경우 곧바로 상속을 받는 것보다 세금이 커질 수 있다.
4. 명의신탁 증여의제 세금인가, 몰수인가
명의신탁 문제는 2곳의 로펌(율촌, 화우)이 상속·증여 분야의 ‘뜨거운 감자’라고 답변했다. 명의신탁은 남의 이름으로 주식이나 예금, 부동산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 중 주식명의신탁은 사법적으로는 유효한 행위이지만 세법적으로는 증여의제(사실상 수탁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취급)로 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만약에 누군가에게 주식을 명의신탁 했다면 사실상 증여로 봐 명의신탁 증여세를 50% 내야 하고, 상속이나 증여를 위해 되돌려 받을 때도 증여로 봐 또다시 50% 정도의 세금을 내 사실상 국가에 주식명의신탁 한 재산을 대부분 헌납하는 꼴이 된다.

이는 국세청에서 명의신탁을 악용한 세금탈루를 막겠다는 의도로 도입한 것인데 실질과세에는 어긋난 제재적 증세라는 비판이 높다. 더구나 명의자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는 것을 과세당국에 입증을 해야 하는데 법원에서 인정받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5번 이상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정부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상법에서 의무 발기인 수를 충족하도록 규정하는 바람에 1인 기업이나 비상장 기업들이 친인척으로 구성된 차명주주들을 발기인에 포함시킨 일들이 상당수 있는 가운데 주식명의신탁 부분이 기업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되고 있지만 막대한 세금 감당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 4월에는 부산과 경남을 거점으로 한 고속버스 운송회사 천일고속의 박남수(82) 명예회장이 38년간 숨겨 온 차명주식 지분 68.77% 전량을 손자 2명(박도현, 박주현)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이처럼 꼭꼭 숨겨 놓은 주식명의신탁이 상당수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세금이라는 이름의 무상몰수라고 혹평한다. 세금탈루를 막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그 행위에 비해 부과되는 세액이 턱없이 많다는 거다.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등은 증여로 규율할 수 없는 사항을 증여로 의제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인데 그 본질은 증여라기보다는 제재에 해당한다”며 “사회적으로 규율하고자 하는 현상에 대한 제재를 왜 세법을 통해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며, 증여세가 사회적 제재의 수단으로 남용되는 현상이 늘어나는 것에 납세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며 1997년 일시적으로 명의신탁 환원 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았던 것처럼 유예 기간을 두어 실명 전환을 유도하는 등 대승적 차원의 조세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세금이라는 이름의 무상몰수라고 혹평한다. 세금탈루를 막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그 행위에 비해 부과되는 세액이 턱없이 많다는 거다.
5. 돈은 내연녀가 챙기고, 세금은 본처가 내라?
상속세와 관련해 납세자들이 억울해하는 규정이 바로 제3자 증여와 상속재산추정이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 5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도 무조건 상속재산에 포함돼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과 피상속인이 사망 전 2년 이내에 처분하거나 인출한 현금의 거래 상대방이 확인되지 않는 등 용처가 명백하지 않는 경우 상속인이 현금으로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건데 웃지 못할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수 회계사와 마상미 변호사가 쓴 ‘상속전쟁’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보경은 대학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던 선배 형석과 결혼했다. 남편은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에서도 승승장구했고, 1남 1녀의 자식까지 두어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우나에 갔던 남편 형석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죽고 만다. 그로부터 1년 후 세무서에서 보경에게 한 통의 고지서가 날아온다. 그 속에는 듣도 보도 못한 ‘민주’라는 여자의 상속세를 대신 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이야기인즉 이렇다. 민주라는 여자는 남편의 내연녀였다. 남편은 그녀에게 몰래 돈을 주었고, 10억 원이라는 돈은 내연녀가 챙겼는데 아내인 보경이 그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거다.
구상수 회계사는 “사전에 증여한 재산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과세하는 이유는 피상속인이 죽기 전에 상속재산을 빼돌려 상속세를 적게 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라며 “이 규정이 없다면 피상속인이 사촌이나 친척 등에게 재산을 증여해 낮은 증여세만 낸 후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나서 상속인들이 다시 재산을 되찾아 오는 식으로 고율의 상속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규정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번 위헌소송을 냈지만 헌법재판소(헌재2005헌가4)에서는 “법률 조항의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합리적 근거에 따른 차별로써 이를 현저하게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조치이거나 차별적 과세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권 내지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재산 추정 규정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내연녀의 요청에 의해 가족 몰래 거액을 인출한 경우, 도박 비용, 민간요법이나 민간의술 치료에 지출된 비용, 개인적인 채무를 몰래 변제한 경우, 무속인에게 지출된 비용 등 상속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비용이 거액의 세금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2억 원 이상 또는 2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5억 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경우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의 재산 사용 용도를 입증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 세금을 물린다. 피상속인이 자금의 사용자인 데도 그 입증은 올곧이 상속인들의 책임으로 남는 것이다.

구 회계사는 “피상속인이 사용한 재산의 사용처를 전부 입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증빙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수준의 생활비나 치료비, 품위유지비 등 사회통념에 합치되는 기준의 금액은 입증하지 않더라도 인정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상속재산 추정 규정 역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위헌소송을 냈지만 헌법재판소(2010헌바342)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반대 의견도 상당해 당시 헌법재판소의 일부 재판관들은 “자신의 행위와는 무관한 사항에 대해 포괄적으로 납세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규정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상속인의 재산권 제한의 정도가 아주 심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반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상속재산 추정 규정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내연녀의 요청에 의해 가족 몰래 거액을 인출한 경우, 도박 비용, 민간요법이나 민간의술 치료에 지출된 비용, 개인적인 채무를 몰래 변제한 경우, 무속인에게 지출된 비용 등 상속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비용이 거액의 세금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6. 따질수록 꼬이는 유류분 방정식
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도의 상속 지분을 뜻하는 유류분에 대해 일반적인 오해가 있다. 바로 유류분의 범위다. 통상 상속인 간 유류분을 산정할 때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남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상 유류분의 범위는 무한대다.

생전에 아버지가 아들과 딸에게 준 대학교 등록금, 차량 구입비, 아파트 분양 대금 등은 모두 상속인의 특별수익이라고 부르며, 생전 증여한 특별수익 전부가 상속재산분할이나 유류분 산정에서 전체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

대법원은 1995년 6월 30일 판결(93다11715)에서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에 의하여 특별수익을 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증여는 상속 개시 전 1년간에 행한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산입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40년 전에 증여한 재산도 상속 개시 시점의 가액으로 유류분 산정 대상 재산에 포함된다. 40년 전에 부동산 증여를 받을 때 시가가 1억 원이었고 이후 3억 원에 매각했다고 했을 때 상속 개시 시점에서 해당 부동산이 폭등해 시가가 10억 원이라고 하면 10억 원이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60년 전에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한 유류분 반환 청구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만약 배우자를 먼저 보낸 자산가가 20년 전 장남에게 아파트를 1억 원에 사주고, 사망하면서 30억 원의 상속재산을 남겼다고 하자. 형제가 3명일 경우 상속재산은 30억 원이고, 유류분으로 따졌을 때 최소 5억 원의 재산을 형제들이 챙길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지만 여기서 간과한 부분이 바로 장남의 특별수익이다.

장남이 10년 전 아파트를 3억 원에 팔았다고 해도 상속 개시 시점에서 해당 아파트의 시가가 15억 원이라고 한다면 장남은 이미 유류분을 초과해 생전 증여를 받은 꼴이 된다.
이송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반인들의 경우 오래전에 증여한 것은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더욱이 매각하면 매각 대금만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복잡한 유류분 방정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상속인 간 공평의 문제로 유류분 제도가 있지만 공동상속인 간 증여를 기간 제한 없이 무조건 유류분 산정 재산에 포함하는 것은 지나치게 수증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간 증여 중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기간을 10년 정도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40년 전에 부동산 증여를 받을 때 시가가 1억 원이었고 이후 3억 원에 매각했다고 했을 때 상속 개시 시점에 해당 부동산이 폭등해 시가가 10억 원이라고 하면 10억 원이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60년 전에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한 유류분 반환 청구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7. 해외 자산 상속, 이중과세도 괜찮아?
글로벌 시대이다 보니 국경을 넘어 자금의 이동이 왕성한데 유난히 상속·증여와 관련해서는 국가 간 조세협약이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교민이 많은 미국의 경우 국적자를 자국의 거주자로 보아 증여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증여를 받은 자가 증여세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세법 차이로 인해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증여세를 내는 등 이중과세의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국가와 조세협약을 맺었지만 상속·증여세와 관련된 조세조약 체결은 전무한 상황이다. 사실 상속·증여세 세수가 크지 않아 국가별로 관심도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향후 국가 간 자금 이동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상속·증여세 이슈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자산정보기관 웰스X는 2015년 1월 미국 부자 전문 보험서비스 기업 NFP와 함께 발표한 ‘가계자산 이동 보고서’에서 30년 내 자식세대에 이전될 자산 규모가 최소 16조 달러라고 전망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5년 1월 발표한 ‘상속 시장 분석 및 고객 세분화 방안’ 보고서에서는 국내 상속 자산 규모가 2020년에 10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는 등 국내외 상속 자산의 대이동이 예고돼 있다.

유상학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상속·증여에 있어서 국가별로 상이한 거주자 개념 및 재산의 소재지 판단 기준 등으로 인한 이중과세나 이중비과세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의 상속·증여세 조세조약 체결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라고 강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국가와 조세협약을 맺었지만 상속·증여세와 관련된 조세조약 체결은 전무한 상황이다. 사실 상속·증여세 세수가 크지 않아 국가별로 관심도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향후 국가 간 자금 이동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상속·증여세 이슈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