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예술의 만남으로 브랜드 가치 껑충!

하얀 종이를 접은 듯 보이기도 하고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요트를 연상케도 한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에 이은 파리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이곳, 루이비통 미술관 개관식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개관을 선언하고 문화부 장관과 파리 시장이 참석했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필두로 다시금 럭셔리 브랜드의 ‘명품 미술관’이 주목받고 있다.
루이비통 재단에서 1428억 원을 들여 건립한 ‘창조를 위한 루이비통 재단’.
루이비통 재단에서 1428억 원을 들여 건립한 ‘창조를 위한 루이비통 재단’.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각 언론매체들이 앞다투어 파리 북서쪽 볼로뉴 숲 안의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루이비통의 미술관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은 전설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맡는다는 소식도 세간의 화제였다. 2014년 10월, 6년이라는 공사 기간과 1억2700만 달러(약 1428억 원)를 넘긴 건립비용을 들여 마침내 이 미술관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창조를 위한 루이비통 재단(The Louis Vuitton Foundation for Creation)’이 공식 명칭이다. 반짝이는 은빛 우주선처럼 보이는 이 미술관의 한쪽 면에는 루이비통의 브랜드 심볼인 엘(L) 자와 브이(V) 자가 겹쳐 새겨져 있다.
200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개관한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은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첫 미술관이다.
200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개관한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은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첫 미술관이다.
명품 그룹 경쟁으로 현대 미술 한자리에
이곳의 주인은 전 세계 명품 시장의 제왕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다. LVMH 그룹은 루이비통과 코냑 브랜드인 모에 헤네시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그룹으로 루이비통, 펜디, 쇼메, 태그호이어 등 60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의 럭셔리 시장을 주무른다고 표현해도 무방한 아르노 회장은 이미 소문난 미술 애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개인 소장품이 미술관의 수많은 방을 채웠는데 컬렉션 리스트는 그야말로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르는 현대 미술의 장이라 할 만하다. 평소 프란시스 베이컨, 마크 로스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해 온 아르노 회장은 여기에 더해 게르하르트 리히터, 제프 쿤스, 데미언 허스트 등의 작품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프랑스 작가 작품을 필두로 미국, 독일, 영국 작가는 물론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 중국의 장환(張洹), 한국의 백남준 작품도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덕에 베니스는 새로운 현대 미술의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덕에 베니스는 새로운 현대 미술의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규모 등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에는 루이비통 미술관이 성공적이었을지 모르나 한 발 앞서 명품 브랜드의 미술관 문을 연 선구자는 따로 있다. 유일하게 LVMH 그룹에 대적할 만한 케링(Kering)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다. 구찌, 이브생로랑, 알렉산더 매퀸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피노 회장은 이미 200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개관한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와 2009년에 문을 연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두 미술관을 갖고 있다. 항간에는 피노 회장의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 개관을 지켜보던 차에 아르노 회장이 경쟁적으로 루이비통 미술관 건립을 선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베니스에 자동차 기업 피아트가 지원하던 팔라조 글라시를 인수해 1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오픈했다.

뒤이어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로 17세기에 지어진 건물을 또 다른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도 열었다. 피노 회장 덕에 베니스는 현대 미술의 도시로 새롭게 태어났고 관광 홍보 효과도 톡톡히 얻은 것은 물론이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피노 회장은 자신의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전시했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사랑이 깊은데 그의 소장품은 피카소, 몬드리안 등 2000여 점이 넘는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세계 최대 미술 시장 아트 바젤에는 VIP 프리뷰 기간이 있는데 세계 최정상급 컬렉터들에게만 따로 작품을 보여주는 행사다. 아르노 회장과 피노 회장 둘 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한 ‘퍼스트 초이스’ 카드 소지자다.

럭셔리 비즈니스 수장이 세계적인 예술 애호가로 나서며 미술품 시장의 소장품 수집과 공공재로서의 미술 인식이 커진다는 긍정적 평가가 크다. 진정한 명품이 종국에는 아름다운 예술품의 가치에 비견되곤 한다. ‘상업과 미술의 결혼’을 연상케 하는 럭셔리 브랜드 예술을 향한 끝없는 구애는 그간 수많은 협업으로 이뤄져 왔다. 이제 럭셔리 브랜드는 스스로 ‘아트’가 되려 하는 걸까. 그 시도와 모험의 파고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 이지혜 객원기자 | 사진 이탈리아 대사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