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건축 베스트 7’과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한 방배동 단독주택은 주거에 대한 본질적 질문, 그리고 도시 건축으로서의 집이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의 문제를 예민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사진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제공
“새로 짓는 집이 얼마나 긴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주변의 거주 환경도 지금보다 더 많이 바뀌어 있을 걸 가정할 때, 사무실 혹은 미술을 전공한 딸이 사용하게 된다면 갤러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60대 후반의 건축주는 집을 짓기 전 향후 이 집이 다른 용도로 기능할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방배동 주택의 설계를 맡은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의 조남호 대표가 건축주와 나눈 이 대화는 방배동 주택을 설계하는 내내 중요한 단서가 됐다.


가능성, 자연 친화, 그리고 프라이버시
그런 이유로 방배동 단독주택의 키워드는 단연 ‘가능성’이 우선이었다. 미래에도 여전히 집일 수도 있지만 갤러리 또는 사무실이 될 수도 있다는 변화의 가능성. 집의 외관이 백색의 단순한 상자인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집의 특징을 중성적인 이미지로 나타냄으로써 집이거나 집이 아니거나 어떤 형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외형이야 그렇다 치고 정작 중요한 내면의 변화는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조 대표의 해답은 명쾌했다. ‘스켈레톤 앤드 인필 시스템(Skeleton & Infill System)’을 적용해 향후 가변성과 개조 보수의 용이성을 확보한 것이었다. 수명이 긴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이 개념은 쉽게 말해 건물의 골격과 내부의 재료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구조만 융통성이 없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하고, 모든 내부 벽을 친환경적인 목재 건식벽으로 적용해 쉽게 해체, 재활용하고 공간의 새로운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어디까지나 미래일 뿐. 건축주 가족의 현재 삶을 담은 공간으로서의 백색 상자는 집 안으로 자연을 들이고 그러면서도 주위의 고층 아파트와 빌라들로부터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사각의 상자 안에 동남향의 ‘기역(ㄱ)’자로 들어선 이 집은 전체 3층 규모지만 1층은 주차장으로 활용돼 주거 공간은 2층과 3층에 집중돼 있다.

식당을 중심으로 동쪽과 남서쪽으로 각각 안방과 거실을 배치함으로써 식탁 공간을 좀 더 오픈한 반면 거실은 더욱 내밀해졌다. 안으로 들어간 거실은 중정과 동쪽 게이트를 넘어 이웃집의 정원들과 시각적으로 연속되는 효과를 줌으로써 열린 구조를 통해 소통의 제스처를 취했다. 3층에는 ‘ㄱ’자 위에 ‘일(ㅡ)’자 평면으로 또 하나의 커다란 중정 마당을 만들었는데, 이는 겨울에 주변 아파트의 깊은 음영이 만들어내는 위협으로부터 따뜻한 햇빛을 담아내기 위한 역할이다.
방배동 단독 주택 대지 면적: 587.00㎡ | 연면적: 590.81㎡ | 규모: 지상 3층 | 외무 마감: 석재
방배동 단독 주택 대지 면적: 587.00㎡ | 연면적: 590.81㎡ | 규모: 지상 3층 | 외무 마감: 석재
자연 친화도 좋고 열린 구조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집이 갖춰야 할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집을 둘러싼 상자로 주변 아파트와 4층 빌라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막았다. 그러면서도 갇힌 것처럼 답답함이 들지 않는 이유는 위쪽이 뚫린 구조를 한 상자 형태와 필요한 곳에 제한적으로 개구부를 만들어 옆으로도 군데군데 뚫린 상자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조 대표는 “방배동 주택이 좋은 해답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미래의 변화 가능성과 현재 주거 기능을 위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까지 방배동 주택은 아주 영특한 집이 아닐 수 없다.


건축가 조남호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
“공유 가치 실천하는 단독주택 지향했죠”


방배동 주택이 ‘올해의 건축 베스트 7’과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단독주택이 중요한 상을 받는 일은 공공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건축 화두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긴 합니다. 방배동 주택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주거 환경이 여러 유형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 대안이 될 공동의 문제를 고심한 결과가 평가받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배동 주택 설계의 키포인트는 무엇이었습니까.

“주거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함께 도시 건축으로서의 집이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사실 오늘날 주거 건축에서 거주성의 의미는 약해졌어요. 과거에 집 안에서 하던 일들이 더 이상 집 안에서만 이뤄지지는 않아요. ‘거주가 길을 나섰다’고 이야기하는 철학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집이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없어졌습니다. 방배동 주택은 건축주 또는 주거 환경이 변했을 때 용도가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습니다.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하고, 자연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로 북촌 한옥과 같은 중정이 있는 주택을 만들었죠. 그러나 방배동 주택이 모든 관점에서 좋은 해답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과의 소통 문제는 프라이버시 유지와 대비되는 일이죠.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다수의 시선은 좋은 이웃이 되기 어려운, 일종의 폭력에 가까운 겁니다.”

주거 건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내밀함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시대적인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무엇으로부터의 변화인가 하는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야 해요.”

건축 설계에 있어 변하지 않는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맥락을 읽는 일에 집중하고 새로운 현상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합니다. 두 번째는 그렇게 해서 읽어낸 맥락을 고려한 재료와 구법 연구를 통해 잘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어떠한 정신적인 담론도 정확한 구축을 통해서만이 건축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주거형 건축의 트렌드를 예측해본다면 어떤가요.
“예측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건축가 알도 반 아이크는 ‘주택은 작은 도시, 도시는 거대한 주택이다’라고 말했어요. 아파트는 재산으로서 소유 개념이 강했습니다.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도 고무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개인의 개성을 담은 소유 의식이 강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대형 건축보다 단독주택 같은 작은 건축들이 공유 가치를 실천할 때 건강하고 활력 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