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역시 재계 ‘혁신의 아이콘’다웠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파워 금융인 조사에서 카드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리더십(7.50)과 업무혁신(7.34) 항목은 전체 평균(6.91)을 크게 웃돌았다. 현대카드는 2001년 출범 이후 서비스나 상품에서 ‘업계 최초’, ‘국내 최초’ 타이틀을 무수히 달았다. 카드명에 알파벳을 붙인 ‘알파벳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정 사장이 진두지휘한 ‘알파벳 카드’는 6000억 원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카드를 2000억 원 흑자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그중 현대카드 M은 단일 카드로는 최다 판매고(830만 장)를 기록하며 신용카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고에 혁신적인 디자인 기법을 도입하거나 직원들에게 업무 선택권을 주는 ‘커리어마켓’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영에 있어서도 톡톡 튀는 발상을 적용했다. 올 3월 서울 가회동에 문을 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갖자’는 느림의 미학을 불어넣은 도심 속 이색 공간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문화마케팅 선두 기업으로 떠오른 현대카드는 매년 새로운 테마로 도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최근 취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경영 전략을 발표하며 또 한 번 변혁의 바람을 일으켰다. 100개에 가까운 신용카드를 7개로 정리하고, 월 50만 원 이상 사용 고객에게만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 그는 이를 ‘챕터2 (Capter2) ’라 명명하고 “새로운 10년을 위해 과거 10년의 성공을 버린다. 이로써 기업의 위기를 타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생인 정 사장은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뒤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서 이사로 재직했다. 2001년 1월 설립된 현대카드에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003년 10월 이사로 승진했다. 현대카드 승진과 동시에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숫자카드 신화’ 최치훈·‘은행 업계 에이스’ 위성호 2·3위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이번 조사에서 67.17점으로 카드부문 2위에 올랐다. 수익성(5.90)과 리더십(5.85)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삼성전자 고문으로 오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은 그는 삼성전자 사장, 삼성SDI의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0년 12월부터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숫자카드(1~7) 시리즈’를 내놓으며 1년 6개월여 만에 200만 장 발급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숫자카드 흥행에 힘입어 현대카드에 빼앗긴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되찾는 등 1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최근 계속되는 업황 부진으로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4%가량 줄어들었다.
카드부문 파워 금융인 1·2·3위에 오른 (왼쪽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카드부문 파워 금융인 1·2·3위에 오른 (왼쪽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11월 8일 취임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수익성(5.56)과 업무혁신(5.48) 항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받아 총 50.35점을 얻었다. 위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래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담당,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등을 거친 ‘신한맨’이다. 전문성, 기획력,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은행 업계 에이스’의 카드사 경영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