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주역인 정현종(왼쪽)ㆍ박성준 전문연구원이 웨이퍼와 그래핀 구조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주역인 정현종(왼쪽)ㆍ박성준 전문연구원이 웨이퍼와 그래핀 구조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투명하고 구부러지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인쇄 기술을 활용해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인쇄전자, 친환경·고효율의 차세대 전지, 고성능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정보기술(IT)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핀(graphene)과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높은 잠재성으로 인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인 대표적인 신소재다.

두 소재는 모두 기능성(속도·에너지 효율·강도·수명 등), 경제성(가격·대량 생산 가능성), 편의성(휴대성), 심미성(디자인 차별화) 측면에서 기존 대비 우수한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활용 영역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다. 응용 분야가 넓으면 상용화와 대량 생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연구의 폭이 확대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흑연(graphite)은 탄소가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다. 그래핀은 이러한 흑연에서 탄소층 하나를 박리해낸 물질을 의미한다. 탄소 원자들이 평면 형태로 펼쳐져 있는 얇은 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핀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가임(Geim)과 노보셀로프(Novoselov)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흑연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분리해냈다. 1947년 한 캐나다 학자가 “여러 층의 탄소로 이뤄진 흑연을 한 층만 분리하면 독특한 물리적 특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한 이후, 그래핀을 실제로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그래핀은 두께가 0.2나노미터(nm)로 얇으면서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높다. 우선, 상온에서 구리보다 단위면적당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빨리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열전도성이 최고라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기 때문에 방열 재료로도 탁월하다.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랩 정도의 두께로 만들 경우 2톤짜리 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 신축성도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 전도성을 잃지 않기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될 경우 투명 전극 및 터치패널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래핀의 응용 분야는 투명 전극, 복합재, 에너지 소재, 방열 소재 등으로 다양하다. 누적 특허 건수로 보면 반도체 등 IT 부품 관련 특허가 가장 많고, 산업용 수요가 높은 그래핀 복합재가 그다음이다. 개별 제품 기준으로는 반도체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가 많은 것이 두드러진다. 특허 출원 건수가 많다는 것은 그 부문에 대한 수요가 높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그래핀은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3년 이내에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4년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초기 단계인 UBP(unbreakable panel: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음 단계인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그래핀 상용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래핀은 높은 투명성과 신축성으로 인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투명 전극과 터치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봉지(encapsulation) 재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전자들의 결합이 강해 기체와 수분의 확산, 투과를 막는 베리어(barrier)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포스텍 연구진이 개발한 그래핀 백색조명 시제품
포스텍 연구진이 개발한 그래핀 백색조명 시제품
한국화학연구원들이 IT 관련 화학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들이 IT 관련 화학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그래핀의 시장규모는 2015년 300억 달러(3조3000억 원)로 성장하고, 2020년에는 그 세 배인 9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초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은 방열 재료의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2015년 이후에는 투명 전극과 에너지용 전극 분야가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퀀텀닷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 결정
퀀텀닷은 스스로 빛을 내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결정이다. 스스로 빛을 낸다는 것은 OLED를 구현하는 유기물질처럼 전압을 가하면 외부 광원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발광을 하거나 같은 파장의 빛을 빨아들여 재방출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물질을 크기만 다르게 해도 방출하는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크기가 작을수록 파란색(blue)에, 클수록 빨간색(red)에 가까운 색을 구현할 수 있다.

퀀텀닷은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지며 중심체(core)와 껍질(shell)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체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발광 특성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하고, 최외곽의 고분자 코팅은 퀀텀닷을 수용액상에 분산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용액 상태일 때 퀀텀닷은 빨간색 혹은 녹색 잉크처럼 보인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흑연(graphite)은 탄소가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다. 그래핀은 이러한 흑연에서 탄소층 하나를 박리해낸 물질을 의미한다. 탄소 원자들이 평면 형태로 펼쳐져 있는 얇은 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퀀텀닷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 시작됐다. 1980년대 초 벨연구소의 루이스 브루스(Louis Brus) 박사와 러시아의 알렉세이 아키모프(Alexei Ekimov) 박사가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방출하는 반도체 결정을 발견하면서 퀀텀닷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퀀텀닷은 이론적으로 발광다이오드(LED)나 OLED 대비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우수하다. 따라서 외부 환경에 취약하고 수명이 짧은 OLED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색 재현성도 OLED 대비 10% 이상 높아 광학적 특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 미국의 QD비전(QD Vision)이 퀀텀닷을 최초로 LED에 적용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를 중심으로 퀀텀닷 기술개발이 가속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퀀텀닷 개발에 가장 선도적인 업체는 QD비전을 비롯해 미국의 나노시스(Nanosys)와 영국의 나노코(Nanoco)다. QD비전과 나노시스가 현재 LED 백라이트유닛(BLU)에 탑재될 수 있는 디스플레이용 퀀텀닷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나노코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조명, 태양전지, 바이오 등으로 응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주요 패널 및 부품 업체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퀀텀닷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2011년 삼성전자는 나노시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세계 최초로 풀 컬러 자체 발광 퀀텀닷 디스플레이(QD display)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퀀텀닷이 적용된 LED(QLED) 기술개발을 위해 QD비전과 개발 및 생산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었으며, LG이노텍도 같은 해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사용화를 위해 나노시스와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퀀텀닷 상용화를 위해서는 발열 문제, 배합 기술의 문제,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퀀텀닷은 자체 열효율이 높기 때문에 발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를 컨트롤 하는 것도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