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가 다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엔 사랑이다. 누구나 사랑으로 인해 한번쯤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을 터. 꾸뻬 씨는 전작들에서도 그랬듯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 안에 들어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우리를 대신해 겪어나가며 깨달음의 여정을 이어간다. 현대인들이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여행은,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마침내 사랑, 묘약을 찾아 떠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난 내 사랑을 떠올리고, 감정을 공유하며 때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의 문제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남의 이야기로 ‘객관화’되는 순간 명쾌하게 다가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인생이 늘 아이러니의 연속 아니던가.

우리에게는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의 저자로 가장 익숙한 프랑수아 를로르가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를 계속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터. 꾸뻬 씨의 진솔한 여행을 통해 각자 행복을, 인생을,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상처는 치유되고 희망을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꾸뻬 씨의 지난 여행들이 그러했듯 ‘꾸뻬 씨의 사랑 여행’도 역시나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진료실 안에서 시작됐다.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하고, 사랑하면 행복해야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사람들을 괴롭고 아프게 하며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로 문제를 안고 오게 만들었던 것. 저자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인 꾸뻬 씨를 통해 복잡하고 미묘한 사랑의 감정들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마침내 사랑, 묘약을 찾아 떠나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하셨는데, 소감이 어땠습니까.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제 책을 번역 출판한 한국의 출판사 열림원과 프랑스문화원에서 2010년 12월에 이미 저를 초대했었지요. 서울은 매력이 참 많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뜨겁게 환대를 받아서, 즐거웠던 만남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울 거리를 혼자 거닐 때, 저를 모르는 사람들도 예의 바르게 대해 준 것에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서울 시민 대부분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제게 서울은 명상에 잠기기 참 좋은 도시였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책 속 ‘꾸뻬’ 씨가 정신과 의사라는 이유로 를로르 씨와 동일시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다르더라는 평도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의 독자들이 꾸뻬 씨가 저보다 훨씬 젊다는 것을 알아채신 것일 텐데, 그 차이는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웃음) 물론 꾸뻬 씨와 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꾸뻬 씨도 저처럼 정신과 의사이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으며,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는 매우 친절하지요. 우리는 몇 가지 유사한 경험도 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꾸뻬 씨의 성격이 저랑 닮았고, 꼭 제 동생 같다고 말한답니다.”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마침내 사랑, 묘약을 찾아 떠나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 국내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무려 16주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는 ‘기록’도 세웠죠.

“꾸뻬 씨의 모험은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판됐는데 지금까지 가장 크게 성공한 경우는 10년 전 독일과 현재의 한국에서입니다. 이것을 보고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수십 년간 필사적으로 일을 한 덕에 번영을 이룬 두 나라에서 가난을 모르는 새로운 세대들이 행복에 대해 질문하게 됐는데, 단지 경제적인 번영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더구나 이 사실은, 빈곤에서 벗어나고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돼도 삶의 만족도는 그다지 올라가지 않음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연구 자료들이 확증해 줍니다.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가 지금보다 덜 행복했습니까? 물론 한국에서는 배우 이보영 씨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저에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셨지요.(웃음)”

행복 여행에서 시간 여행으로, 이번엔 사랑 여행을 내놓았습니다. 그 사이 꾸뻬 씨는 어떻게 달라졌고, 를로르 씨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꾸뻬 씨는 그 여행을 하는 동안 나이가 들었지요. 실제로 제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첫 번째 책에서 그는 변화와 모험을 갈망했고, 두 번째 책에서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책에서는 결혼하면서 자신이 아주 젊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침내 아버지가 됩니다. 이 세 단계는 물론 저의 경험이었고, 저의 경험들에서 영감을 받아 그 책들을 썼습니다.”

를로르 씨가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행복에 대한 아이디어는, 심리학에서 행복이 중요한 주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점점 큰 관심사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왔습니다. 저 자신도 인생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데 불확실한 시기에 있었고요. 사실 오늘날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서점의 한 코너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데, 실제로 꾸뻬 씨의 이야기는 행복에 집중하는 전문 심리학자가 쓴 글로서는 처음 나온 책들 중에 하나였지요. 또한 사랑은 우리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의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보기도 했지요. 따라서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 역시 제 삶에서 매우 실제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세 번째 주제가 됐습니다.”

를로르 씨에게 행복이란, 시간이란,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더불어 독자들이 당신 책을 통해 어떤 감정을 공유하길 바라나요.

“그것들은 모든 인간이 직면하는 보편적인 세 가지 주제입니다.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를 쓰면서 저는 독자들을 철학 또는 심리학 개념들을 통해 안내하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질문하는 것을 돕고, 감동을 주면서 울고 웃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어 문화권에서는 특히 볼테르의 영향으로 매우 친숙한 철학 콩트라는 형식을 이용했습니다. 독자들이 꾸뻬 씨가 마치 볼테르의 유명한 콩트의 주인공인 캉디드를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고등학생 때 읽고 나서 잊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그 책을 다시 읽었는데, 독자들의 지적이 맞았습니다. 제가 그 책의 영향을 받았지요. 프랑스에서는 문화란, 우리가 다 잊었을 때도 남아 있는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답니다.”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마침내 사랑, 묘약을 찾아 떠나다
앞으로도 꾸뻬 씨는 많은 여행을 하게 되겠죠? 인생은 늘 여행이니까. 어떤 여행을 계획 중인가요.

“저도 여행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꾸뻬 씨가 첫 여행에서 알게 됐듯이, 여행은 제게 행복의 원천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저 자신을 발견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저는 점점 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여행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앞으로도 더욱 안전에 유의하면서 여행을 할 게 분명하고요. 가끔 저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두 대륙,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미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시아를 계속 여행하고 싶고, 한국도 다시 두루 돌아보고 싶습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사진 열림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