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REPORT

스시를 찾아 일본에 가긴 해도 피자를 먹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에서도 나폴리 정통 피자를 맛볼 수 있게 됐으므로. 전 세계 23번째로 이탈리아 나폴리피자협회(AVPN)의 인증을 받은 ‘베라피자나폴리’가 서울 한남동에 상륙했다. 얇게 빚은 도(dough) 위에 신선한 토마토와 바질 잎,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올려 화덕에 구워낸 담백한 베라 피자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3대 미항 나폴리를 그대로 빼닮았다.
화덕 속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피자.
화덕 속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피자.
피자가 인스턴트 음식으로 분류되던 시절이 있었다. 칼로리는 높은 데다 영양소는 낮아 아이들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웰빙이 유행하고 피자 본연의 맛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화덕 피자집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확실히 미국식 피자에 비해 가벼워졌지만 제대로 된 이탈리아식 피자가 아니라 겉모습만 흉내 내는 정도였다. 입맛이 고급스러워진 대중은 피자의 오리지널리티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등장한 ‘베라 피자’는 그래서 더 반갑다.

이탈리아어 ‘베라(vera)’는 ‘진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베라피자나폴리는 ‘진짜 나폴리 피자’를 의미한다. 나폴리피자협회에서 베라 피자 인증을 받은 피체리아(피자 전문점)는 AVPN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해 관리하는데, 세계 어디를 가든 이곳에 등록된 피체리아를 방문하면 나폴리피자협회가 보증하는 진짜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다.

0.3cm 얇은 도 뜨거운 화덕에서 구워 ‘쫄깃’

한남동 ‘패션5’ 건물 3층에 위치한 베라피자나폴리 매장에서는 나폴리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천장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루의 운세를 점친다는 숫자놀이 ‘톰볼라’ 그림이 장식돼 있으며, 벽에는 1990년대 나폴리에서 맹활약한 ‘축구의 신’ 마라도나의 사진이 걸려 있다. 테이블 옆에는 나폴리 사람들이 행운을 전해주는 것으로 믿는 고추와 마늘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 가족, 연인 단위 손님도 많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소개하고자 외국 클라이언트를 데리고 오는 비즈니스맨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손님들에게 개방돼 있는 주방 또한 눈요기 거리다. 일단,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왔다는 커다란 화덕과 그 옆에 켜켜이 쌓여 있는 참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피자 이올로’라고 불리는 숙련된 장인이 본격적으로 피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빠른 손놀림으로 반죽을 만지작거리던 이올로는 금세 크러스트 두께 2cm, 가운데 부분 0.3cm 두께의 얇디얇은 도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토마토소스와 바질, 모차렐라 치즈 등 각종 신선한 재료들을 올려 섭씨 485도로 온도를 맞춘 장작 화덕에 넣어 1분에서 1분 30초 동안 빠르게 구워낸다. 그야말로 한 편의 ‘피자쇼’다.

짧은 시간에 뜨거운 화덕 속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피자는 별다른 토핑 없이도 최고의 맛을 낸다. 쫄깃한 도에 더해진 토마토와 치즈는 고소하고 풍부하며 담백하다. 특히 도의 테두리 부분인 ‘고르니초네’까지 모두 먹을 것을 권하는데, 천연 효모가 숙성되면서 최고의 풍미와 식감을 선사한다. 그러니 피자 테두리를 버리는 일 따위는 이곳에선 있을 수 없다.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가지고 오는 것들로, 로마에서 원재료의 오리지널을 증명하는 제도인 ‘DOP 인증’을 받은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실내 인테리어.
이탈리아 나폴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실내 인테리어.
반죽 24시간 숙성해 건강한 피자, 伊 맥주 페로니와 궁합

베라피자나폴리의 화덕 피자는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이 없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그 이유는 바로 수제 반죽을 24시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천연발효 반죽은 스스로 소화효소를 만들어낸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장년층 단골손님도 많은 편. 조자연 베라피자나폴리 부지점장은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한 달 동안 매일 먹어도 속이 편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픈 3개월 만에 단골손님을 대거 확보했다”며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순전히 ‘건강한 피자’라는 입소문만으로 이룬 쾌거라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고온에서 구워낸 화덕 피자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다. 그래서 베라피자나폴리는 애피타이저보다 먼저 피자를 선보이는 독특한 서빙 문화도 가지고 있다. 빈속인 손님에게 피자를 먼저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은 그만큼 맛과 영양을 자부하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토마토와 바질, 모차렐라 치즈를 주재료로 만든 마르게리타. 여기에 베이비 루콜라와 치커리를 따로 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때 피자는 미리 잘라두지 않는 것이 좋은데, 뜨거운 피자에 차가운 나이프가 닿는 순간 음식은 식고, 맛은 반감되기 때문이다.

조 부지점장은 나폴리 피자는 콜라나 와인도 어울리지만 이탈리아 맥주 ‘페로니’와 먹을 때 가장 맛이 좋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페로니 맥주는 목 넘김이 좋고 자극적이지 않아 담백한 피자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실제 이탈리아 사람들도 하루의 일과를 끝낸 뒤 화덕 피자 한 판에 페로니 맥주를 곁들이며 피로를 푼다고 한다.
화덕 피자와 잘 어우러지는 페로니 맥주 그리고 청포도 주스.
화덕 피자와 잘 어우러지는 페로니 맥주 그리고 청포도 주스.
Information
위치: 서울 용산구 한남동 729-74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가격대: 마르게리타, 비앙카 포르마지 등 화덕 피자 2만~2만5000원,
파스타: 1만9000~2만9000원, 홍합코제 1만5000원
문의 02-796-7223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