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한국투신운용의 간판 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를 7년째 운용하고 있다. 단기 시황에 휩쓸리기보다 장기적인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그는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대형 수출주의 이익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통신서비스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MARKET LEADER] “하반기 중소형주 펀드보다 대형주 펀드에서 수익 기회 많다”
박현준 부장은…
1999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13년 서강대 MBA
1999~2003년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채권 리서치 및 채권 펀드 운용
2003~2006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섹터 및 포트폴리오 매니저
2006년~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주식운용4팀장


대형주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주식형 펀드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1’은 줄곧 시장을 웃도는 성과로 선전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과 1년 수익률은 각각 1.46%, 7.20%로 코스피 지수를 7.08%포인트, 9.66%포인트 앞선다. 이에‘한국투자네비게이터’로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까지는 대형주에서 높은 수익률 기대

‘한국투자네비게이터’를 7년째 운용 중인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상반기 엔·달러 환율 등 각종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 증시에 대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대형 수출주의 이익 개선세가 하반기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부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장기 수익률을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관심 종목으로 낙폭 과대인 경기 관련주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상반기 펀드 수익률이 다른 대형주 펀드 대비 선방한 데 대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난 상반기 통신서비스와 음식료, 제약 등 내수 업종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펀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이다 보니 최근 중소형주 장세에서 두드러진 수익률을 얻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펀드가 담고 있는 주요 편입 종목(5월 말 기준)은 삼성전자, 삼성SDI, 에스에프에이, LG유플러스, LG전자, 현대차, 아모레퍼시픽, LG디스플레이, 기아차 등이다.

박 부장은 상반기처럼 압도적인 중소형주 장이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형주는 크게 오르지만 조정받을 때 그만큼 하락 폭도 크다”며 “현재 강한 중소형주 사이클을 타고 있지만 향후 조정을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다. 펀드 내에서도 중소형주의 초강세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판단, 일부 중소형주는 차익을 실현하고 비중을 축소했다. 그는 “대형주는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 리스크가 낮지만 중소형주는 거래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며 “특히 현재는 자금이 중소형주로 많이 쏠려 있어 리스크는 더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익과 밸류에이션만을 바탕으로 종목 선정

‘한국투자네비게이터’는 지난 2005년 12월 설정, 현재 1조7000억 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매니저의 종목 선정 역량에 따라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국내 주식형) 중에서는 ‘KB밸류포커스자’(2조2866억 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1조9007억 원)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82.09%로 지난 7년간 연간 수익률 기준으로 매년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상위 30%의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 시황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게 박 부장의 운용 철학이다. 그는 “시장 움직임이 부진할 때는 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시장이 강세일 때 큰 폭의 초과 수익을 내면서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운용된다”며 “중위험·고수익 펀드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내는 게 액티브펀드들의 운용 목표”라며 “시장이 빠질 때 적게 깨지고, 상승세일 때 초과 수익을 누리면 3~5년 투자 시 시장 인덱스와 수익 차가 크게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좁은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서 여의도 내 펀드매니저들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투자 환경에 직면해 있다. 그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이후 3년째 횡보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예전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같은 주도주가 부재한 ‘색깔 없는’ 증시가 이어지다 보니 펀드 운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시장이 크게 조정을 받으면 매니저 입장에서는 살 종목들이 많아져 운용하기 수월하나 지금처럼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강세를 보인 중소형주보다 최근 대형주에서 투자 기회가 많이 보인다는 점은 그의 입장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요즘 오로지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 하반기 증시는 경기 사이클보다 기업 어닝(실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국 경제와 이머징 국가 경제의 경기 사이클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제 단순히 경기 사이클만으로 투자 전략을 논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개별 기업의 이익에 초점을 둔 투자 전략만이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엔저(円低)로 과도하게 조정을 받은 IT,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들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 수출주들은 미국, 유럽 경기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소비 증가에 따라 하반기와 내년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2분기 실적에서도 낮아진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장기 운용 성과가 견조한 상품을 골라 단기 조정을 받을 때마다 투자한다면 주가 상승 시 큰 폭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장기 운용 성과가 견조한 상품을 골라 단기 조정을 받을 때마다 투자한다면 주가 상승 시 큰 폭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삼성전자 긍정적이어서 투자 비중 확대

연말까지 눈여겨볼 만한 유망 업종으로는 IT 하드웨어와 통신서비스가 꼽혔다. 그동안 펀더멘털(내재 가치) 대비 과도하게 조정받은 IT주는 선진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반기 선전한 통신서비스주 역시 가입자 증가에 따른 매출 성장과 마케팅 비용 축소 등으로 어닝 모멘텀이 강한 종목으로 지목했다.

반면 일부 내수주들은 개별 기업의 성장 스토리와 방어주로 부각되면서 최근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향후 실적 수준이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 매력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는 포트폴리오 내 대장주인 삼성전자 비중(5월 말 기준·에프앤가이드)이 20%를 넘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는 “투자 비중은 시장 상황에 맞춰 조금씩 조정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는 이익 수준 대비 저평가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 사업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 얼마든지 상승할 여력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해볼 만한 주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대한 시장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개선과 함께 시장점유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다만 스마트폰 시장 전망과 글로벌 위상 변화는 좀 더 유심히 지켜볼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국내 펀드 투자자들에게 “최근 코스피 지수대에 따라 자금이 들어오고 빠지는 추세이나 단기 수익률만 보고 후행적인 펀드 투자를 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기대와 달리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장기 운용 성과가 견조한 상품을 골라 단기 조정을 받을 때마다 투자한다면 주가 상승 시 큰 폭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