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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에서 조용필까지 연예인 테마주의 허와 실
가왕 조용필이 등장하자 싸이의 인기에 편승해 일명 ‘싸이 테마주’로 분류되던 상장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은 ‘조용필 테마주’도 등장했다. 물론 연예인의 인기에 기댄 테마주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신중론이 훨씬 우세하다.
싸이에서 조용필까지 연예인 테마주의 허와 실
역시 명불허전. 지난 4월 말, 11년 만에 신곡을 발표한 가왕 조용필의 저력은 대단했다.
조용필의 등장은 증권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가왕의 인기가 연일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즈음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 떠도는 사설 정보지에는 ‘조용필 테마주’에 관한 내용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조용필과 관련돼 수혜가 예상되는 상장기업은 JYP엔터테인먼트, 모나리자, 드래곤플라이, 삼익악기 등이었다. 이들이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가 재미있다. 박진영이 최대주주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조용필의 영문 이니셜과 같다는 이유였고, 삼익악기는 기타, 건반 등의 악기를 판매한다는 이유였다.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모나리자와 드래곤플라이는 조용필의 히트곡과 연관이 있다. 화장지업체인 모나리자는 1988년 조용필의 10집 타이틀곡이 ‘모나리자’였고, 드래곤플라이는 1981년 발표한 3집 타이틀곡 ‘고추잠자리’의 영문명인 것.

어디까지나 유머지만 생각해보면 ‘뼈 있는’ 농담이기도 하다. 그간 연예인의 인기에 편승해 누구누구 테마주로 분류된 상장기업들이 결국 해당 연예인이나 기업의 배만 불리고 개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던 예가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지난해 말에는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유명 개그맨이 대주주인 것처럼 내세워 주가를 띄우고 회사 돈을 횡령한 인수·합병(M&A) 전문가와 바지사장, 개그맨 등이 경찰에 적발돼 ‘테마주 경계령’이 내리기도 했다.

물론 연예인 테마주라고 해서 모두 경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칠 만큼 직접적인지, 아니면 위험도 높은 ‘무늬만 테마주’인지를 투자자 입장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싸이 테마주’를 예로 들어보면 설명이 쉬워진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을 발표하며 글로벌 스타로서 입지 굳히기에 나서면서 증권가에서는 다시 ‘싸이 테마주’들이 거론됐다. 먼저 가장 직접적인 관련 종목으로는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손꼽힌다. 실제로 YG는 지난해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고, 올해 ‘젠틀맨’이 발표되면서 또 한 번 상승세를 탔다. 또 다른 종목은 싸이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인 반도체 장비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디아이와 디아이의 자회사로 부친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디아이디다. 이들 기업 역시 주가에 있어 싸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YG와 소속 연예인에 대한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오로라와 자사 인기 모바일 게임에 싸이를 신규 캐릭터로 채택한 위메이드도 싸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 그러나 싸이 캐릭터의 판매는 국내 판권만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일 상한가를 치던 오로라의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가인의 소속사인 로엔, 역시 뮤직비디오 신마다 노출되는 제품들과 관련된 기업들도 싸이 테마주로 구분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공식적인 표현이지만 “테마에 급급하지 말고 실적을 기반으로 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할 수밖에.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