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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어쿼트(David Urquart) 매니저는 아시아 펀드가 향후 1~2년간 연 15%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 주식 중 극도로 저평가된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면 초과 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어쿼트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시아에선 중국이 가장 매력적, 엔저 영향에 한국은 관망”
한국,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펀드 수익률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12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퍼시픽 펀드의 2013년 초 이후 수익률(5월 10일·공모형 펀드 기준)은 6.67%다.
특히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신흥아시아 펀드는 올 들어 17.69%의 수익률로 일본 펀드(32.85%), 대만 펀드(17.69%)의 뒤를 잇고 있다. 낮은 물가상승률과 활발한 내수 소비에 힘입어 아세안 증시가 강세를 띤 덕분이다.

올 들어 미국, 일본 등 정부의 양적완화(QE) 정책에 힘입어 선진국 증시가 아시아 증시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견조한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 주식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투자 기회는 항상 시장이 외면한 곳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아시아 펀드(일본 지역 제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이비드 어쿼트는 최근 방한해 기자와 만나 “아시아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향후 1~2년간 연평균 15% 수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증시에서 유망 업종으로 “최근 2년간 아시아 지역의 금리도 상당 폭 하락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혜 업종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저금리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 투자가 늘고, 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내수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게 어쿼트 매니저의 의견이다. 그는 관광, 자동차 등 소비재와 부동산 업종을 특히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어쿼트 매니저는 아시아 증시의 분석과 관련 펀드 운용 부문에서 26년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다. 현재 호주에서 2조5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아시아(일본 제외) 펀드를 총괄,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3월 말 기준)은 21.2%로 시장 지수(16.6%)를 5%포인트가량 앞선다.

지난 2007년 2월 국내에서 설정된 ‘피델리티아시아자’도 설정액이 1825억 원에 이르며, 올 들어 8.39%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 누적수익률(5월 10일 기준)도 33.61%로 장기 성과가 견조한 해외주식형 펀드로 꼽히고 있다.

그는 ‘시장이 간과하는 곳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다’는 운용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호주, 대만, 싱가포르,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인도 등 11개 아시아 증시에서 향후 12~24개 월 수익 전망이 긍정적이고,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개별 기업을 골라 투자한다.

어쿼트 매니저는 아시아 증시에 투자할 때 세 가지를 기준으로 정한다. 해당 지역의 과거 대비 밸류에이션, 기업 이익의 성장성 지속 여부, 시장의 기대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어쿼트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시아에선 중국이 가장 매력적, 엔저 영향에 한국은 관망”
태국·인도·인도네시아 주식 초과 매입

올 들어 지난 5월 10일까지 아시아 증시에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필리핀(23%)을 비롯해 태국(16%), 인도네시아(15%)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크게 뛰었다.

중국은 정부 규제에 대한 우려로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어쿼트 매니저는 “지금은 상승 여력이 가장 높은 중국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7~8%인데도 시장이 중국 증시에 대해 너무 가혹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며 “시장 자체보다 극도로 저평가된 종목들을 골라 선별, 투자해 볼 만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어쿼트 매니저는 “현재 중국의 주가 움직임은 부진하지만 과거 투자 경험상 극도로 저평가된 종목은 반드시 초과 수익을 안겨주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주가 대비 65% 빠진 한 부동산주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플레 둔화, 신용등급 상향,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 각종 호재들이 증시에 반영되면서 아시아 지역 평균 밸류에이션이 13배까지 상승했지만, 중국은 규제 리스크가 짓누르면서 9배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국가별로는 벤치마크(MSCI아시아퍼시픽 지수) 대비 중국(편입 비중 28.2%)을 비롯해 태국(7.0%), 인도(9.4%), 홍콩(12.6%), 인도네시아(3.6%)의 주식들을 초과해 담고 있다.

이 중 태국 비중은 벤치마크 비중보다 2배 이상 늘려 놨다. 그는 “아시아 시장이라고 하면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을 주로 보지만 태국처럼 작은 국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태국 정부가 인프라 지출 확대, 재정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물론 법인세 인하 조치로 기업들의 이익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향후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의 증가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 논리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데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금리도 2009년 15% 수준에서 최근 6%까지 낮아졌고, 물가상승률도 안정화되면서 주택 투자, 정부의 인프라 지출 확대 등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누리고 있어 눈여겨볼만 하다”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어쿼트 매니저는…1986~88년 호주 시드니 시티그룹 인베스트먼트 뱅크. 1990~93년 오드 미네트 증권(Ord Minnett Securities) 애널리스트. 1996~2004년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애널리스트. 2000~2004년 호주 및 싱가포르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2004~2006년 한국주식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 2006~현재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어쿼트 매니저는…1986~88년 호주 시드니 시티그룹 인베스트먼트 뱅크. 1990~93년 오드 미네트 증권(Ord Minnett Securities) 애널리스트. 1996~2004년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애널리스트. 2000~2004년 호주 및 싱가포르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2004~2006년 한국주식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 2006~현재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포트폴리오 매니저.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 기업의 실적 우려

하지만 올 들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증시에서도 옥석 가리기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대만(6.2%), 호주(26.8%), 싱가포르(5.4%), 필리핀(0.7%) 등은 벤치마크 대비 비중이 작게 구성된 주식들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필리핀 증시는 3년 반 사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급등, 밸류에이션 수준이 21배까지 상승한 상태라 향후 인플레 우려와 함께 가격적인 부담을 우려해야 한다”며 “국가별 투자 비중을 줄이고, 향후 3~4년 EPS의 성장성이 보이는 개별 종목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장성이나 펀더멘털(내재 가치) 측면 모두 아시아 증시가 매력적이나 신흥아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강세다. 이에 대해 그는 “글로벌 펀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채권에서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이동하는 1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채권 자산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리스크를 감당하기 쉬운 자국 증시와 선진국 증시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 내년 정도에는 글로벌 투자자들도 2단계로 넘어가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쿼트 매니저는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 증시에 대해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고,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투자해볼 만한 종목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 투자자들은 현재로선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글로벌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환율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는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상당히 절상됐다가 최근 다시 하락하는 것은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중단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