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S FAVORITE
얼마 전 종영한 한 인기 드라마 속 한 장면. 평생 ‘양복쟁이’로 살아온 중년 남성이 스스로 은퇴한 후 어느 날, 가죽재킷에 가죽바지, 선글라스에 두건 차림으로 나타난다. 옷차림만으로 짐작되듯 당연히 그의 곁엔 고급 바이크 한 대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장면일 터. 바이크 중에서도 남자의 로망으로 손꼽히는 할리데이비슨이 브랜드 탄생 11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전국 투어에 나섰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수십 대가 줄지어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남자들의 숨겨진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3월 27일, 라이더 60여 명이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용인점 앞에 모여들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가 2013년 브랜드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전국 투어 길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바이크로 하는 전국 투어’는 할리데이비슨의 본고장인 미국 현지를 달리는 미국 투어와 더불어 라이더들의 로망으로 손꼽히는 드림 투어. 모터사이클 업계 최초로 기획된 전국 투어는 그런 의미에서 ‘꿈을 실현한다(We fulfill Dreams!)’라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사명을 실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모인 이들은 할리데이비슨의 주 고객이기도 한 40대가 주축을 이뤘다. 부부 라이더도 7쌍이 참여했고, 아빠를 따라 온 아이도 있었다. 남자들이 바이크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인 ‘가족들의 걱정’이 적어도 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닌 듯했다.사실 다른 바이크와 달리 중년층이 선호하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스피드’를 즐기기 위한 것보다 ‘여유 있는 레저’가 목적. 따라서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아내를 뒤에 태우고 달려보면 반대하던 이들도 돌아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그 ‘경험의 맛’은 남다르다. 그러니 이번 전국투어는 얼마나 더 특별한 경험이었을지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 4박 5일간 진행된 이번 투어는 대전~변산반도~여수~부산~제천을 거쳐 출발지로 복귀하는 루트로 총 라이딩 거리는 약 1300km. 막 봄이 오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이뤄져 라이더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같은 길이라도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맛은 다른 법.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품에 안는 기분이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표현이 불가능할 터다. 아닌 게 아니라 일찍 벚꽃이 만개한 남해 지방을 지날 때는 아무리 무뚝뚝한 남자일지라도 감탄사를 뿜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투어는 라이더들에게 있어 여러 가지로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다. 미국과 달리 고속도로 주행이 제한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바이크로 전국을 일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안전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이 첫 번째.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타는 라이더로서 자부심을 새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두 번째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 대열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라 이번 투어 내내 사람들의 환호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끊이지 않았던 것. 김은석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마케팅팀 차장은 “미국에서는 할리데이비슨 대열을 보면 시민들이 의자를 들고 나와 길거리에 앉아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어주는 광경이 흔한데 국내에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더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제공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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