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SHOOT YOUR STRESS

금 유통 및 현물 시장 국내 선두기업인 KGTC의 유동수 대표는 금이란 원자재를 다루면서 시세를 빨리 읽기 위해 세계 정세 등에 늘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국내외 요인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다 보면 그만큼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그런 그의 힐링 센터가 바로 사격장이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목동사격장을 찾아 수백 발씩 격발하면서 머릿속을 깨끗이 비운다.
[스포츠의 백미, 사격] 유동수 KGTC 대표 “매일 쌓이는 긴장·스트레스,사격장서 한방에 날리죠”
지난 4월 11일 저녁 무렵 서울 목동사격장에 양복 차림의 유동수 KGTC 대표가 백팩을 메고 나타났다.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그동안 복잡했던 머리를 식히고자 사격장을 찾았다. 백팩에서 편안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목동사격장에 맡겨둔 개인 소유 공기권총을 찾아와 표적 여러 장과 납탄 수백 발을 챙겨온다.

2~3주 만에 사격장을 찾았다는 유 대표의 처음 시험 격발은 표적에 잘 맞지 않았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영점을 맞추고 마음을 가라앉히자 이내 감을 찾은 유 대표의 실력이 드러난다. 표적 정중앙 10점에 연속해 납탄이 꽂힌다. 그는 같은 사격장에서 연습하는 청소년 선수들과 조용히 경쟁하며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유 대표가 사격을 시작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한 지인의 권유로 사격장을 찾았다. 그는 군대에 있을 때 특등 사수로 포상을 받을 만큼 사격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총 쏘는 것을 취미로 삼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도 유일한 취미가 골프. 약 19년을 쳤고 실력도 꽤 수준급이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사격은 심리적인 영향이 큰 마인드 게임이에요. 표적지를 보고 잘 쏘려 하면 거의 안 맞아요. 차분하게 가늠쇠를 맞추고 느낌이 왔을 때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면 나도 모르게 격발돼 정중앙에 맞죠. 뭔가 집착하면 잘 안 되는 멘탈 스포츠예요.”

유 대표는 사격의 매력이 총을 쏘는 동안 아무 생각이 안 들고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잡념이 있으면 안 되는 스포츠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총소리가 시끄러울지 몰라도 혼자 집중할 때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다.

그는 모든 빨간 날, 좀 여유 있게 끝난 평일 저녁에는 사격장을 찾을 정도로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공기권총, 실탄권총, 클레이 사격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는 집중력이 가장 요구되고 정밀함을 갖춘 공기권총을 가장 선호한다.

“공기권총의 정밀함과 손맛을 좋아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죠. 실탄권총은 반동의 쾌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물론 스포츠에 빠지다 보면 자신만의 장비를 갖고 싶은 법. 유 대표는 정식 생활체육 선수 등록을 하고 오스트리아 스테이어(Steyr)사의 LP 공기권총과 스위스 모리니(Morini)사의 공기소총 두 자루를 구입했다. 참고로 선수 등록을 해야만 총기를 구입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가격은 각각 약 250만~300만 원 선.

그 외 필요한 장비는 사격 신발(30만 원)과 사격용 안경(25만 원)뿐이다. 한 번 사격장을 찾을 때마다 200~250발을 쏘는데 시간은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격장 회원의 경우 납탄은 500발에 5000~1만 원 수준. 사격은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포츠의 백미, 사격] 유동수 KGTC 대표 “매일 쌓이는 긴장·스트레스,사격장서 한방에 날리죠”
서울시 대표선수를 목표로

유 대표의 실력은 꽤 수준급이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 10발씩 6세트로 총 600점 만점으로 진행되는데 그의 최고 점수는 546점. 실제 사격선수가 560~580점대임을 감안하면 아마추어 이상의 실력이다.

그는 재미삼아 표적지 외에도 10원짜리 동전이나 옥수수 알을 겨냥해 맞추기도 한다. 그는 “파리 정도는 총으로 맞출 수 있죠”라고 말한다.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감을 유지하기 위해 2kg짜리 아령을 들고 사격 자세를 연습하며 교정하기도 한다.

사격을 즐기기 시작한 지 약 4년. 유 대표에게는 목표가 있다. 전국체전에 서울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다. 선발전에서 전문 선수가 아닌 일반인 생활체육선수에게도 2명에게 대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을 노리고 있다.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점수를 560점대로 높여야 하기 때문에 최근 틈틈이 훈련하고 있다.

“올림픽에 나오는 외국 선수들을 보면 원래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 많아요. 의사, 세무사 등의 직업을 가진 국가대표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죠. 다른 종목에 비해 나이가 많아도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길게는 국제대회에 나가보는 것, 그리고 국제심판 자격을 따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금융사 파생상품 딜러 출신의 유 대표는 “머리가 복잡한 일을 하는 전문가나 최고경영자(CEO)에게 사격은 아주 적합한 스포츠”라며 “바쁜 업무 중 머리도 리셋할 수 있고 실제 해보면 짜릿한 맛이 있어 절대 지루한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추천했다.

사격이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고 비인기 종목이지만, 골프와 같은 멘탈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분명 사격의 묘미에 빠질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
[스포츠의 백미, 사격] 유동수 KGTC 대표 “매일 쌓이는 긴장·스트레스,사격장서 한방에 날리죠”
유동수 대표는…
1968년생. 연세대 경제학 석사.
삼성선물 파생상품 트레이더.
우리선물 IT팀장·금융공학팀장.
현 KGTC 대표·한국귀금속유통협회 회장· 파생상품투자상담사·금거래소 관련 한국거래소(KRX) 자문위원



사격은 심리적인 영향이 큰 마인드 게임이에요. 표적지를 보고 잘 쏘려 하면 거의 안 맞아요. 차분하게 가늠쇠를 맞추고 느낌이 왔을 때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면 나도 모르게 격발돼 정중앙에 맞죠.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