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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가족 형태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오랜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적·심리적 불안감이 커진 일본에도 대가족 붐이 일기 시작했다. 대가족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자 발 빠르게 관련 산업도 늘고 있다. 대가족이 새로운 수요를 낳으며 시장에도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新 대가족의 경제학] 경제 위기가 낳은 신 트렌드 “일본은 지금 대가족으로 회귀 중”
일본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 대지진 등의 사회 불안을 겪으면서 최근 가족구성원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의 30% 이상을 독신세대가 차지하는 가운데 부모와 자녀 등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한 대가족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대 단위로 살펴보면 일본은 1~2세대가 압도적으로 많으나 실제로는 부모, 자식이 같은 단지나 맨션의 아래위층에 거주하면서 같이 생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선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큰 배경이다. 작년에 전자기기 기업을 필두로 대기업들이 정사원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고용 환경이 불안정해졌다. 또한 2012년에는 후생연금보험료 등 세금과 사회 보험료가 잇따라 인상됐으며, 2013년 1월부터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사업을 위한 ‘부흥특별소득세’가 시행돼 소득세가 2.1% 인상되는 등 가계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불안정해지는 고용 환경과 세금·보험료 상승 등으로 인한 가계 부담의 증가라는, 점차 험난해지는 사회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가족이 모여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비 활동을 함께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서 2010년에 실시한 ‘국세조사’에 의하면 단카이세대(團塊世代)를 중심으로 하는 60대 세대주의 가족 구성이 부부 둘이서만 생활하는 세대보다 ‘부모와 미혼의 자녀’로 구성된 세대가 더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최근의 사회 변화에 착안해 아사히카세이홈즈는 2.5세대, 즉,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그리고 자녀의 독신 형제자매들이 함께 사는 세대주택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부모, 형제와 같이 사는 독신 형제자매 대부분이 수입이 있으면서도 부모세대의 가사와 형제들의 육아를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과 가계 수입이 늘어나 가정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나 각기 수고를 덜 수 있기에 자녀세대들의 사회 활동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가족이 ‘수요’를 낳는다, 관련 산업 붐
[新 대가족의 경제학] 경제 위기가 낳은 신 트렌드 “일본은 지금 대가족으로 회귀 중”
대가족의 장점이 재조명되면서 늘어나는 대가족과 그에 따른 수요 변화에 대응해 업계들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아사히카세이홈즈는 2012년 여름 ‘2.5세대 주택’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주택을 출시했다.

독신으로 혼자 지내는 것이 비경제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한번 시들해졌었던 2세대 주택의 수요가 2008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독신주의자의 비율이나 이혼율 증가도 2.5세대 주택 보급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비즈니스 조사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대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바비큐가 부모, 자식, 친척 등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레저 활동으로 정착함에 따라 관련 용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디스카운트 스토어 돈키호테의 바비큐 관련 상품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 하순까지 지속적으로 높은 판매율을 보이는 등 주 판매 시기였던 여름 이외에도 수요가 높았다.

또한 아웃도어업체인 콜맨 재팬은 2012년도 바비큐 관련 상품 매출액이 전년 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콜맨이 주최하는 야외 이벤트에도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향후에는 아이들이나 시니어 세대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캠프용품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세대가 함께 떠나는 대가족 여행도 증가하고 있다. 대가족의 여행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객실에 커넥팅 룸(connecting room)을 늘리거나 가라오케 기계를 비치해 놓는 숙박시설이 늘고 있다.

하코네코와키엔(箱根小涌園)에 있는 숙박시설 유넷산은 ‘모리노유(森の湯)’를 개장해 온 가족이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여행업체들도 대가족을 겨냥한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등 핵가족이 유행하던 이전과는 달리 가족 여행 인원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1~2인 세대 수요에 맞춰 상품의 소량·소형화에 주력해왔던 편의점도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도록 양을 늘린 음식 품목들을 늘려나가고 있다. 가전제품으로는 넓은 거실에 맞는 대형 TV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주류 시장에서는 가족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 주류의 판매율이 늘어나는 등 대가족을 겨냥한 상품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 불안정, 가계 부담 증가 등으로 이제까지 주류를 이뤄온 핵가족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이 대가족의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일부 변하는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족구성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인해 레저나 주택, 가전기기 등 소비의 수요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주시한다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新 대가족의 경제학] 경제 위기가 낳은 신 트렌드 “일본은 지금 대가족으로 회귀 중”
대가족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아사히카세이홈즈는 ‘2.5세대 주택’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주택을 출시했다. 사진 제공 아사히카세이홈즈 홈페이지
대가족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아사히카세이홈즈는 ‘2.5세대 주택’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주택을 출시했다. 사진 제공 아사히카세이홈즈 홈페이지
일본도 대가족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점차 험난해지는 사회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가족이 모여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비 활동을 함께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장성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