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인생에 세 번의 정년을 맞게 된다. 제1의 정년은 타인이 정년을 결정하는 고용 정년, 제2의 정년은 자기 스스로가 정하는 일의 정년, 제3의 정년은 하나님의 결정에 따라 세상을 떠나는 인생 정년이다. 고용 정년을 맞았더라도 일의 정년까지는 무언가 일이 필요하다. 경제적 이유에서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서도 일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현역시절에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은행, 시니어 워크넷이나 실버취업과 같은 특화된 채용 사이트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
현역시절에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은행, 시니어 워크넷이나 실버취업과 같은 특화된 채용 사이트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
종신고용제가 유지되고 평균 수명이 짧았던 시절의 직장인들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무사히 근무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여성들 또한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남성을 훌륭한 결혼상대자로 생각했다. 정년퇴직 후 남은 인생 또한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자녀들도 교육만 받으면 부모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IMF 이후 종신고용제가 급격하게 붕괴되면서 직장인이 행복했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회사를 몇 군데 옮겨서 근무한다 해도 50세가 넘으면 고용 정년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경험을 한 미국이나 일본의 직장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후반 인생 설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준비한다.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 운용 설계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생애 설계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고용 정년 후 30년 이상의 기간을 좀 더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사회 환원적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세 가지를 병행해 가며 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노후 생활 자금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자리라도 찾는다. 직장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기 위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일의 정년이라고 판단되는 나이까지는 무언가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고용 정년 후에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과 같이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정년퇴직자가 재취업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별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눈높이 낮추고 주특기 만들어야

재취업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재취업의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퇴직자 대부분은 퇴직 직후에는 마땅히 오라는 데도 없는 데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채 몇 개월을 보낸다. 그동안에 소득이 줄어듦에 따른 경제적 압박감과 가정과 사회 내에서의 자기 존재감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뒤늦게 재취업 활동에 뛰어들어 보지만 공백 기간만큼 취업은 더 어려워진다. 주위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경력 공백이 길어질수록 재취업이 더욱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퇴직 전부터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해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재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야말로 재취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다.

둘째는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다.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시대에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일 경우가 많고,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급여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라 전 직장에서 연공서열에 따라 공헌도 이상으로 받았던 금액을 못 받게 된 결과라고 생각하고 눈높이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는 내세울 수 있는 주특기를 갖는 일이다. 퇴직자를 채용하려는 회사들은 그 사람이 과거에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보다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재취업을 한다고 무작정 동분서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그에 맞는 직종과 업종을 정해서 효율적인 구직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주특기가 없는 경우에는 성급하게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전에 주특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재교육부터 받아야 한다.

넷째는 자신의 장점이나 주특기 등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이력서를 만드는 일이다. 가끔 퇴직자들의 재취업 알선을 부탁받고, 이력서를 살펴보면 담당 업무조차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주특기나 담당했던 업무는 물론, 해온 일들의 성과 등을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채용하는 기업에서는 그 사람이 채용 후에도 이전 직장에서 이룬 성과 이상을 달성해줄 잠재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적극적인 구직 활동이다. 퇴직자들에게 재취업은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을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역시절에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은행, 시니어 워크넷이나 실버취업과 같은 특화된 채용 사이트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



젊은 후배들에게 조언자 될 것

재취업한 후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시간이 지난 뒤에 후회하기보다는 미리부터 마음가짐을 확실히 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첫째는 재취업한 직장을 함부로 전 직장과 비교해서 비하시켜 말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큰 조직에서 근무하다가 중소기업에 재취업하게 되면 그 회사의 시스템이나 시설이 크게 뒤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큰 조직에서는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심한 경우 화장실 청소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대조직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겠는가. 중소기업이 효율성 면에서 대기업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전 직장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소한 비용이라도 꼭 필요한 것인지 따져보고 지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인 추세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기업보다 가족경영 기업의 우위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경영 기업의 오너들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남의 돈을 쓸 때는 자기 돈을 쓸 때처럼 아끼지 못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각종 비용 지출에 낭비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년 후 재취업을 하게 되는 영세 중소 기업은 가족경영 기업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회사의 오너 또는 사장은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한다. 따라서 대기업에서는 당연하게 지불되는 경비까지도 아끼는 경향이 있다. 큰 조직에 근무하다가 재취업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물정 모르고 낭비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젊은 후배들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로 비치도록 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재취업한 회사에서 후배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자신의 인맥이나 경험을 통해 해결해 주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 무능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저 사람이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고 소리 없이 도와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료 작성 같은 사소한 일까지도 스스로 해결해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비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 허라미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