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이번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인사는 태자당, 상하이방의 승리로 보인다. 후진타오 전 총서기의 인사는 리커창 총리뿐이어서 공청단의 세력은 후퇴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향후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시진핑 정부에 주어진 과제도 많은 셈이다.
향후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시진핑 정부에 주어진 과제도 많은 셈이다.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가 끝나고 명실상부한 새 정부가 출범했다. 핵심 수뇌부를 살펴보면 새 정부의 정치적 성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경력이 화려하다.

부친은 시중쉰(習仲勳)으로 마오쩌둥(毛澤東)과 연안 피난 시절부터 깊은 인연이 있는 전직 부총리 출신이다. 따라서 시진핑은 공산당 원로의 자제 그룹 일원으로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시진핑은 사회생활의 첫발을 푸젠성(福建省)에서 내디뎠다. 1985~2002년, 무려 17년간이나 푸젠성에서 근무했으며, 그래서 시진핑을 푸젠방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2007년에는 상하이시의 서기로 취임해서 당시 시끄러웠던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사건을 깨끗이 정리해서 장쩌민(江澤民)의 상하이방과도 좋은 연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민해방군에서 일한 경력도 있어서 군 지지 기반도 강하다. 전체적으로 시진핑의 지지 기반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러나 다양한 것이 강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득권층과 일반 인민들 간에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할 뿐 아니라 기득권층 간의 이해관계도 조정해줘야 한다. 부담이 만만치 않고 따라서 기득권층에 부담이 되는 적극적인 개혁 정책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시진핑은 다양한 지지 기반 중에서도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푸젠성이다. 시진핑이 젊은 시절 오래 근무한, 그래서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성장한 당 간부들이 많다. 푸젠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앞으로 푸젠성의 발전상과 핵심 인물들을 챙겨둘 만하다. 참고로 푸젠성의 향후 발전은 대만과의 교류 확대로 연결될 것이다. 아시다시피 대만은 푸젠성 바로 코앞에 있고 예부터 교류가 활발했다.

최근 중국이 자본시장의 개방을 확대하면서 홍콩, 대만을 첫 번째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다음 시진핑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지지 기반이 인민해방군이다. 장쩌민, 후진타오(胡錦濤) 등 상왕들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군사위 주석직을 놓고 작년 말 막후 줄다리기가 치열했던 것은 다 아는 바다. 아무튼 군 지지 기반을 통해 군사위 주석직을 확보한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대외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최근 일본과 댜오위 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놓고 군사 충돌 위험도 불사하고 있다.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후진타오 전 총서기의 복심(腹心)이다. 후진타오의 권력 기반인 공청단(공산당주의 청년단)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커서 30대 말에 일찌감치 공청단 중앙당 제1서기가 됐다. 그 후 농업 중심인 허난성과 공업 중심인 랴오닝성의 요직 성장(省長)을 거쳤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적극적인 천거에도 2007년 6월 당 원로그룹들의 비공식 선거에서 시진핑에게 밀려서 시진핑이 차기 총서기, 리커창은 차기 총리로 낙점을 받았다. 결과는 다 알듯이 이번 양회에서 원자바오에 이어 후임 총리로 선출됐다. 향후 리커창 총리가 얼마나 힘을 받을 것인가는 그가 내세우는 삼화(三化: 도시화·공업화·농업 근대화)의 성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난성과 랴오닝성의 경험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가 과제다.

다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면면을 보면 상하이방이 강세다. 장쩌민과 가까운 4명으로 장더장, 위정성, 류윈산과 장가오리가 있다.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득권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강한 개혁으로 나가기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치 개혁을 주장해왔던 왕양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승격에서 밀려나고, 경제 개혁의 기수로 점쳐지던 왕치산이 다른 부문을 책임지게 된 데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왕양은 작년 말까지 광둥성 서기로 부정부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촌장 선거를 인정하는 등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 개혁의 기수로 부각됐었다. 왕치산은 농업·금융 경험이 많아 이 분야의 개혁을 가장 잘 처리할 사람으로 꼽혔었다. 주룽지 전 총리의 두터운 신임과 후원에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로 선출, 취임돼 경제 분야 담당에서 비껴갔다. 전체적으로 향후 5년은 개혁보단 안정과 성장임을 알 수 있다.



도시화·저소득층 소득 증가에 집중

후진타오, 원자바오 정부 10년은 연평균 10.6%의 고성장을 이뤄냈지만 민생 개선에는 노력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빈부격차다. 빈부격차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지니계수가 사회 불안 한계점인 0.4를 훨씬 뛰어넘어 0.6에 달한다. 또 30년간 써온 한 가구 한 자녀정책으로 인구구조가 너무 빨리 고령화됐다는 평가다. 향후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시진핑 정부에 주어진 과제도 많은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 정부가 첫 번째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도시화 정책이다. 도시화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현재 중국 경제가 처한 난제 타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우선 도시화 투자 금액이 크고 장기간 투자돼 투자승수효과가 크다.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긴 하지만 도시화 비율(도시인구/총인구 비율)은 51%로 세계 평균보다 낮고, 도시의 농민공(農民工)을 빼면 도시화 비율은 35%까지 떨어진다. 2020년 60%를 목표로 40조 위안, 약 8000조 원을 투자 할 계획이 있지만 35%에서 60%까지 올린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

특히 도시화는 투자 자체의 성장률 제고보다 더 중요한 효과가 있다. 바로 생산성 향상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산업구조 전환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고 본다. 도시화로 많은 농민이 도시로 이주하면 지역 산업구조가 1차 산업에서 제조업의 2차와 서비스를 비롯한 3차 산업 중심으로 바뀌는데, 일반적으로 2차·3차 산업으로 가면 생산성이 1차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데이터에 의하면 2차·3차 산업의 1인당 생산성은 각기 1차 산업의 5배 이상, 4배 이상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는 자본장비율 효과다. 도시화로 인해 고정자산 투자가 늘면 소위 자본장비율이란 것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노동생산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1인당 자본장비율이 두 배로 높아지면 노동생산성은 1.5배 올라간다는 연구 자료도 나와 있다.

두 번째로 시진핑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민생 안정의 핵심인 저소득층 소득 증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채택하고 있는 것은 꾸준한 최저 임금 상승이다. 이를 통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빠른 소득 증가를 만들어 빈부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겠지만 누진형 소득세와 상속세 도입도 민생 안정에 중요 과제다. 또 호적제도를 고쳐 도시의 빈민인 농민공 문제를 푸는 것도 도시·농촌 간의 소득차를 완화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