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문화 핫 트렌드

호모 소시어빌리스(Homo Sociabilis), 즉 ‘사교하는 인간’을 일컫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성, 사교성을 갖고 있어 타인과 접촉하며 교류하고 싶어 하고 무리에 소속되기를 원한다.하지만 다이아몬드형으로 형성된 사회계층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상위 1%는 그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 서로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일수록 사교 모임과 네트워킹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일반인들은 소속된 사회계층의 규모가 워낙 크므로 유대관계를 복잡하게 맺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사회계층에서 상위로 올라갈수록 비슷한 부류를 만날 기회가 급속히 줄어든다. 따라서 상위층일수록 인간 교류가 제한돼 늘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역사적으로 상류층이 부와 지위를 이용해 대규모 연회를 열고 일정 수준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갖으며 공통 관심사를 향유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남성들은 지위와 재력을 가질수록 힘이 있는 집단에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도 하고 안위를 보장받기도 하며 권력을 도모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는 부를 축적할수록 스타일과 교양에 대한 욕구가 커져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을 찾게 된다.

사회 상위층 사교 모임의 기원은 그리스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 귀족들의 사교클럽은 교양과 예절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고 수시로 사교댄스와 만찬을 즐겼다. 오늘날의 클럽하우스처럼 공간을 갖추고 식사와 술을 즐기며 정치와 예술을 논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잔치가 있어 사람들이 만나 교류하는 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임은 친인척 중심의 만남이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찾는 서양의 사교클럽과는 차이가 있다. 서양 사교 문화의 중심에 있는 살롱은 프랑스 상류층이 명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여는 사교적 집회 장소를 일컫는다.

조선시대 우리 사회에 널리 자리 잡고 있던 사랑방이 어떻게 보면 프랑스의 살롱과 흡사한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랑방에는 주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지만, 지나는 과객에게까지도 열려 있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서양의 살롱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참석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없다.

근대적 사교클럽은 1904년 고종이 외국인과 내국인의 문화 교류 촉진을 위해 만든 서울 중구 장충동의 ‘서울클럽’이다. 서울클럽은 현대까지 상류층의 사교 모임 장소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회원의 절반이 외국인으로 외교관, 사업가, 변호사가 대부분이고 내국인 회원은 기업인이 대부분이다.
[상위1%, 그들만의 사교클럽] 상위 1%에게 왜 사교가 필요한가
밝고 건전한 사교 문화, 상류층에 자리 잡아

부유층의 사교 모임은 지난 경제발전기 50년 동안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워낙 비밀스럽고 사적인 까닭에 근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사교 모임이 건전하고 밝은 하나의 상류층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소규모로 열리는 사교 모임을 주최하는 단위도, 그리고 사교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선 국내에 진출한 수입 명품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사교 모임을 갖고 있다. 수입 자동차, 명품 가방·구두, 와인·위스키, 럭셔리 시계 등은 10~20명씩 VIP 고객을 주로 강남에 위치한 플래그십 매장으로 초청해 사교 모임을 갖고 있다. 특히 스타일과 그들이 향유하는 명품 브랜드는 공동의 관심사와 취향을 말해주기 때문에 상류층 사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구심점이다.

또한 일정 이상의 금융 자산을 소유한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프라이빗뱅킹(PB)센터는 중산층 고객까지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클래스와 파티가 수시로 열고 있다. 자산가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런 사교 모임은 좋은 인맥 형성과 정보 교환의 장이 되고 있다.

호텔이나 고급 피트니스클럽도 전문 직업인이나 CEO들이 모여 사교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일상생활에서 경제적 혹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함께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풀면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교 모임의 전형적인 근간이 되는 것이 동문이다. 주요 명문대를 중심으로 성공한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재력가 등이 모이는 동문 조직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문을 통한 네트워킹 형성을 위해 가장 좋은 인맥이 모이는 최고경영자과정에는 기업가들이 항상 몰린다.

마지막으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사교 모임을 위한 전용 클럽하우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스위트룸처럼 편안한 공간에 파티, 스파, 운동, 바 등의 시설을 갖춰 기업가들이 은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소수 정예 파티가 이런 VIP 전용 클럽하우스에서 가능하다. 많은 기업가들이 수천만 원의 가입비에 매년 회비를 내고 이런 전용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

꼭 이런 사교 모임을 위한 매개체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주변의 좋은 인맥을 서로 소개하고 받으며 문어발처럼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강남의 한 빌딩 소유주 K 씨는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워낙 마당발이어서 본인 소유의 빌딩 지하를 아예 파티 장소로 만들었다. 갤러리와 오픈 바로 꾸며놓고 한 달에 한두 번씩 지인이나 그가 데려오는 친구들을 모아 사교 파티를 갖는다. 다양한 테마의 파티를 위해 유명 마술사 등을 불러 공연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자산가끼리 사적인 투자 모임을 형성하기도 한다. 한 투자 모임은 주식투자 경력이 길고, 자산 500억 원 이상, 그리고 골프 싱글 정도 등의 가입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이 모인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투자 종목과 수익률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를 갖고, 한 달에 한 번씩 골프 모임, 여행 등을 같이 하며 친밀도를 높인다.

국내에서도 사교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모임의 테마도 다양하게 나뉜다. 가장 일반적으로 골프, 미술 등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부터 재테크 정보를 나누는 투자 모임, 패션과 명품을 중심으로 한 스타일 모임,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나눔을 위한 모임 등 다양하다.

자산가와 상류층의 사교 모임을 기획하는 한 PB센터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상류층의 사교 모임이 그렇게 화려한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 공통 관심사를 나누고 사람을 알게 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뿐, 럭셔리한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수수하고 인간적인 모임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상위 1%의 모임들은 서로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만큼 신뢰도가 높아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고 덧붙였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