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달튼외국인학교를 찾았을 때 박광민 교장은 학부모와 입학 상담 중이었다. 공식적인 입학설명회는 이미 끝났지만 수시로 입학 상담을 해주고 있노라고 했다. 교장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상담을 해주는 광경이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이 학교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라달튼외국인학교에 대한 박 교장의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박 교장은 이 학교의 개교준비위원장을 맡아 설립 계획 당시부터 함께 해왔다.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운영자인 학교법인 봉덕학원의 설립자 이봉덕 여사의 사위로 명지대 교수를 지낸 그는 이 학교의 설립 취지와 목표, 그리고 확고한 교육 철학과 가치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호화 입시설명회나 미디어를 통한 홍보 마케팅을 좀처럼 하지 않는 것도 ‘교육 콘텐츠와 퀄리티’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했다.
[청라달튼 외국인 학교] 박광민 청라달튼외국인학교장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인재 배출할 터”
2011년 개교 후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간단히 말하면 정신이 없었고, 보람이 있었고,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걸 느꼈죠. 제 평가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평가가 더 중요한데, 1년 5학기 중 두 번 시행하는 학교 만족도 평가에서 대단히 좋은 점수를 얻었어요. 특히 초등학교 과정(유치원, 1~4학년)의 경우엔 상당히 높았고요.”

최근 입시설명회도 개최하셨는데 학부모들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 학교는 일부 학교처럼 강남의 호텔을 빌려 호화 입학설명회를 하진 않아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학비를 합리적으로 정하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교육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홍보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2011년 9월 개교 당시에는 85명으로 시작했는데, 까다로운 입학 조건과 위치적, 입지적 단점에도 1년 반 만에 학생 수가 230명이 넘은 건 그 반증이겠지요.”

국내에도 외국인학교가 많은데요, 신생 학교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뭘까요.

“일단 시설과 시스템 면에서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가 없죠. 넓은 부지에 교육 시설부터 골프, 승마 등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이 가능한 환경, 거기다 학생과 교사 비율이 8대1 정도로 학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이 비율은 향후 학생 수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그대로 가져갈 겁니다. 다만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않아 진로 결과가 없다는 건 단점일 수 있겠죠.”

입학 허가는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요.

“현재는 결원이 있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된다면 수시로 입학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다른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에서 전학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외국인학교니만큼 미국 학년의 제대로 된 수업 진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영재를 뽑는 게 아닙니다. 다소 미숙하더라도 우리 학교에 들어와 배워나가는 게 중요하지요. 입학지원서를 비롯해 서류를 제출하면 인터뷰 및 입학시험을 거쳐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데, 지금까지는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한 비율이 20~30% 정도 됩니다.”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유일’이라는 타이틀이 많습니다. 국내 유일하게 비영리 학교법인이 운영한다는 점도 그렇고, 국내 학력을 인정받는 유일한 외국인학교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학교의 경쟁력입니다. 외국인학교 대부분은 외국인이거나 외국 법인이 설립한 반면 우리 학교는 국내 학교법인이 설립한 학교라 운영이 투명하고 공개적이죠. 거기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학교 교육을 통해 한국을 정확히 알리고, 또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내국인 학생들에게는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가르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는 의미는 생각보다 더 큽니다.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한 검정고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한국 역사와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줄 수 있죠. 특히 요즘은 외국 대학보다 국내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아 더욱 유리한 부분이 있어요. 외국에 나가 있던 자녀들이 귀국해서도 학업에 지장이 없으니 그간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기러기 가족’ 등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고요.”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달튼플랜교육’이란 무엇인가요.

“달튼플랜교육은 존 듀이 학파 중 일원인 헬렌 파크허스트(Helen Parkhurst) 여사가 1910년대 창안한 교육 철학과 교육 방법인데요. 우리 학교가 미국의 달튼스쿨과 협약한 이유가 학교법인이 지향하는 교육 철학과 많은 공통점이 있어서입니다. 학생의 능력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수요자 중심 교육, 자기 주도적 학습이 그것입니다.”

교사진은 어떻게 구성됐으며 어떤 경쟁력이 있나요.

“외국인학교의 교사는 반드시 해당 교과의 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2년 이상의 교사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학교에는 현재 38명의 교사들이 있는데, 초기 교사 상당수가 미국 컬럼비아대 출신들입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부분이 바로 교사입니다. 우리 선생님들 중에는 한국에 처음 오신 분들이 많은데, 기혼자의 경우는 일부러 배우자가 한국인인 분들을 선발했어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건데 성과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인 교사들은 교포이거나 어릴 때부터 유학을 했던 분들, 그리고 국내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교과인 국어와 사회 교사 등이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학교 부정 입학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부 잘못된 교육관을 가진 학부모들도 책임이 있고,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학교도 책임이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국 교육에 대한 평가가 조기 유학, 기러기 가족의 양산 등으로 나타났고, 바로 이런 문제를 국내에서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학교 부정 입학 등의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외국인학교는 설립 취지 자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녀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 중 외국에 있다가 국내로 돌아왔을 때 연계성을 갖고 교육할 기관의 필요성 때문에 생긴 학교입니다. 그 취지에 맞게 해당 학교들이 철학을 가지고 교육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들도 학교를 선택할 때 그 점을 평가해야 하고요.”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인재상, 향후 비전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는 ‘6C’입니다. Character(인성), Curiosity(지적 호기심),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ommunication(의사소통), Collaboration(협업), Community(선도적 봉사) 등이지요. 이처럼 글로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능동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죠. 또 하나 글로벌 세계에서 통용되는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는 세계적 명문이 돼 아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자긍심을 갖는 학교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어떤 학부모님이 개교할 때 ‘3년 안에 명문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는데, 물론 명문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교육 철학과 이념하에 공부해서 첫 졸업생을 배출할 때 판가름이 나겠지요. 저는 아이들이 다 아이비리그에 간다고 해서 좋은 학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실력에 맞게 좋아하는 학교, 가고 싶은 학교에 100% 진학하면 좋겠습니다.”



박광민 교장은…
1957년생. 서울대 사회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사회학 석사·박사.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명지대 교수. 현 청라달튼외국인학교장.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