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은 이렇다. 도대체 외국인학교가 어떻기에 거액을 주고 부정을 저지르면서까지 입학을 시키려고 하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출발, 본지는 국내 외국인학교의 속살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대상이 된 학교는 인천에 위치한 청라달튼외국인학교다. 2011년 개교한 신생 외국인학교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된 ‘핫’한 곳이다. 먼저 외국인학교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와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다. 즉 부모 중 한 명 이상의 국적이 외국이거나, 외국 체류 기간을 총 3년 이상 채운 내국인이 입학 대상이다. 그렇다고 학교 이름 뒤에 ‘외국인학교’가 붙어야만 외국인학교인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용산국제학교는 ‘국제학교’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외국인학교다.
왜 이런 혼돈이 생기는 것일까. 그건 바로 우리가 흔히 쓰는 ‘국제학교’라는 명칭이 실은 인터내셔널 스쿨(International School)을 우리식으로 번역한 것으로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 제주국제학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외국교육기관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성된 경제자유구역 등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교육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외국인학교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체류 중인 외국인(시민권 소지자)의 자녀와 내국인이 입학 대상이다.
하지만 외국인학교와 달리 내국인의 해외 거주 요건에 제한이 없어 순수 내국인도 입학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에 위치한 채드윅국제학교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국제학교(KIS 제주)와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NLCS) 제주, 브랭섬홀아시아는 정원에 상관없이 최대 100%까지 내국인 입학이 가능하고, 내국인의 해외 거주 요건도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르다.
이처럼 국제학교의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입학 요건이 까다로운 게 외국인학교다. 내국인의 경우 외국 거주 경험이 전혀 없는 국내파에게는 입학의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국인학교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고, 그에 따라 학교 수도 증가했다.
경제 활동의 이유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의 증가, 다문화 가정의 확산, 게다가 외국 유학 중 국내로 유턴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외국인학교의 수는 총 49개.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 개교한 상암 드와이트 스쿨 서울을 비롯해 서울 22개, 경기도 9개,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전국 18개다.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청라달튼외국인학교(Cheongna Dalton School·CDS)는 2011년 9월에 첫 학기가 시작됐다. 유치원(K) 과정부터 12학년까지 1560명 정원이지만, 첫해 K~10학년까지 8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K~11학년까지 230여 명으로 늘어났다.
학생과 교사의 비율이 평균 8대1로 소수 정예 학업이 이뤄지는 데다 특히 부모가 외국 국적인 학생의 경우 무려 18개 나라에서 오는 등 국적도 다양해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귀며 그 나라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데도 좋은 토대가 되고 있다. 학교 측은 학기 중간 계속 전학 오는 학생들이 많아 향후 학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들이 CDS를 주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유일한 외국인학교라는 점은 커다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외국 대학보다 국내 명문대를 더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다른 외국인학교에 다니다 전학 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 역사와 한국어 교육은 필수라는 점에서도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크다.
거기다 국내 학교법인이 설립한 학교라 외국식 교육을 하면서도 예절과 규율 등을 중시하는 한국 교육의 장점이 결합돼 있다는 것도 여느 외국인학교와 차별점이다. CDS는 엄마들 사이에서 보내고 싶은 학교로 입소문이 자자한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목동 한가람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봉덕학원이 설립자로 이사장과 교장 등 운영진의 교육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외국식 커리큘럼에 한국 교육의 장점 결합
CDS의 또 다른 자랑은 캠퍼스다. 4만6000m²의 대지 규모가 말해주듯 캠퍼스 내 시설은 그야말로 최고다. 규모와 시설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주도 소재 국제학교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다. 기숙사동과 교사들을 위한 타운하우스를 포함한 6개 건물에는 지적(intellectual), 예술적(artistic), 체육적(athletic) 자질과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복도 측 넓은 창을 통해 학생들의 수업 광경을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공개된 교실과 1만20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2개의 도서관 등이 지적 공간이라면, 영상 장비를 갖춘 46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소극장, 학교 곳곳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 등은 예술적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천연 잔디가 깔린 축구장과 각종 체육 수업이 진행되는 실내 운동장, 승마장, 수영장, 그리고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 등 체육 시설도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학이 원칙인 초등학생 과정(K~4학년)은 별도의 전용 건물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교실과 교실 사이에 벽이 없는 오픈 스타일로, 가끔 중·고등학교 과정 학생들과 통합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6학년 학생들이 3학년 반을 찾아 함께 과학 실험을 하며 동생들을 챙기고 있었다. 통합 수업은 교육적 목표도 있지만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
심옥령 초등학교 과정 전담 교장은 “6학년은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생인데 상당히 어른스럽지 않냐”며 “통합 수업을 통해 고학년들은 리더십을 배우고, 저학년들은 언니, 오빠들과 친분을 쌓는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친구 간, 선후배 간,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와 ‘예의’를 중시하는 학교의 원칙 덕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의 큰 다툼이나 말썽이 없고 수업 태도가 좋다는 게 이 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외국인학교마다 어느 나라의 수업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미국식, 영국식 등 다양하게 나뉘는데, CDS는 미국 뉴욕의 달튼스쿨과 제휴, 미국식 커리큘럼을 따른다. 학습자 위주의 교육과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달튼 플랜에 기초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CDS는,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핀란드식 5학기제를 택하고 있다.
7주가 한 학기로 매 학기마다 새로운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하고 과제 위주의 액티브한 활동이 이뤄짐으로써 성과와 재미 면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들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는 것도 학업의 질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다.
실제 학교 곳곳에서 마주친 학생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 소재의 다른 외국인학교를 다니다 전학 왔다는 7학년 학생은 “수업시간이 재밌고 친구들, 선생님들과 사이가 좋다”며 “다만 전에 다니던 학교보다 규제가 심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부모님들은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CDS를 선택했다는 10학년 학생은 “학업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지만, 국내 일반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알아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즐겁게 공부한다”고 만족해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전체 학년 중 초등학생 과정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초등 과정의 경우 통학이 원칙인 데다 스쿨버스도 최장 서울 목동이나 경기도 일산까지만 운행이 가능한 실정이라 아예 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오는 학부모들이 많을 정도.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학비는 어느 수준일까. 학교 운영진은 “‘학비의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 다른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의 학비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CDS의 학비는 초등 과정의 경우 연간 1600만 원 선, 중·고등 과정은 2000만 원 선이며, 기숙사비는 연간 1000만 원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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