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S-Oil) 대표의 ‘한국 사랑’이 유별나다. 사우디아라비아 태생인 마하셔 대표는 ‘나세일’이라는 한국 이름을 작명해 갖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이름의 한자는 벌릴 나(羅), 세상 세(世), 한 일(壹)을 썼으며,‘세상의 신뢰를 얻어 일류기업을 일구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의 이름처럼 함께 사는 이 사회에 대한 나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좋은 최고경영자 (CEO)와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CEO OF THE MONTH] ‘한국 사랑·사회공헌’…진정성이 돋보이는 CEO
나세르 알 마하셔(Nasser Al-Mahasher) 에쓰오일 대표는 연초 시무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전통 한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마하셔 사장이 먼저 한복을 입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몇몇 임원들이 활동성 좋은 생활 한복을 추천했더니 “한국인의 생활상을 체험하고 그 속에 깃든 정서를 이해하려면 정통에 충실해야 한다”며 전통 한복을 고집했다는 전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국에 부임한 이후 전용 차량을 도요타 렉서스에서 현대차 에쿠스로 바꾸고, 휴대전화기 또한 애플 아이폰에서 국산인 삼성 갤럭시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CEO로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경영의 현지화를 통해 기업과 노사관계의 상생을 지향하고자 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마하셔 대표는 ‘기업 시민’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설에 영등포 쪽방촌에 거주하는 홑몸노인과 장애인, 주변 지역 노숙자 등 700여 명에게 떡국을 대접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웃돕기 성금 기탁 등을 직접 주관하면서 ‘나눔 경영’을 강조한 것은 사회가 발전해야 사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순직 소방관 유가족 위문과 위로금 전달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06년 7월 28일 소방방재청과 ‘소방관 가족지킴이(이후 소방영웅지킴이로 바꿈)’ 협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8월 31일 순직 소방관에게 처음으로 위로금 3000만 원을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8명을 포함해 그동안 34명의 순직 소방관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해마다 유자녀 100명에게 300만 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3일 경기도 포천시 플라스틱 공장 화재 진화 중 순직한 포천소방서 고(故) 윤영수(33) 소방장 유족에게 위로금 3000만 원을 전달했다. 해마다 부상한 소방관 30명에게 200만 원씩 의료비를 지원하는 한편 소방관 부부 70쌍을 초청해 ‘휴(休) 캠프’를 제공하는 등 소방관과 가족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마하셔 대표는 유난히 추운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내며 지난해 말 서울 공덕동 에쓰오일 본사 앞에 무료 자판기를 설치했다. 이곳을 지나는 택배기사, 경찰관, 하교하는 학생들, 주부 등 누구나 무료로 검은콩 곡차, 핫초코, 현미차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루에 500여 잔 따뜻한 차가 인근 시민들의 언 몸을 녹이고 있다. 작은 배려지만 시민들과 무언가를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이다. 사막 지역인 중동에서 자라 물의 소중함을 아는 그는 지난해 여름엔 사옥 앞에 음수대를 만들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