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예술영화 전성시대
‘예술영화는 어렵고 재미없고 심지어 졸리다’는 편견은 이제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판이다. 문화 흡수 능력이 뛰어난 젊은 층부터 지극히 대중적인 상업영화에 열광할 것 같은 40~50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영화에 푹 빠져들었다. 바야흐로 예술영화 전성시대다.

지난 1월의 어느 날,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예술전용영화관 씨네큐브에는 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 다섯 명이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프랑스 영화 ‘아무르’의 상영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1시 40분, 그것도 평일이다.

영화 팸플릿을 보며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객석을 뜨지 못한 채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이날, 같은 시간 상영관 안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관객들과 혼자 온 중년 남성 관객도 눈에 띄었다. 평일 낮임에도 객석은 60~70%의 점유율은 돼 보였다.

한때는 ‘그들만의 리그’였던 예술영화가 보다 대중들 가까이 다가왔다. 최근 화제작인 ‘아무르’가 지난 2월 12일 기준으로 관객 수 6만7000여 명을 넘어선 게 하나의 반증이다. 관객 5만 명 이상을 이른 바 ‘초대박’으로 보는 예술영화의 특성을 감안할 때 그 수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예술영화 붐을 이끈 층이 바로 40~50대 중년이라는 점.


평일 낮 시간 중년들의 사랑방 역할 ‘톡톡’

여기에는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예술영화 마니아층이 본격화한 1990년대 중반, 당시 20대였던 관객이 이제 40대가 돼 여전히 예술영화를 즐기고 있다는 것과, 중년들의 문화의식이 높아져 깊이 있는 예술영화를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술영화 전용극장에서는 영화 모임을 갖는 중년 여성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멀티플렉스와 달리 낮 시간대 객석점유율이 높은 것도 그들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시대적인 이유를 곁들이자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의 파급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예술영화의 흥행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예술영화 시장의 성장은 수치적으로도 증명된다. 2개 관을 운영하고 있는 광화문 씨네큐브는 2012년 전년 대비 관객 수가 18% 증가했고, 관객 5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도 지난해 ‘두 개의 문’(7만3547명)과 ‘우리도 사랑일까’(6만5839명) 등 두 편이나 나왔다.

그렇다고 예술영화가 중년들만의 전유물은 결코 아니다. 이화여대 안에 위치한 예술영화 전용극장 아트하우스 모모는 예술영화를 즐기기 위해 찾아든 젊은 층으로 북적거린다. 주말이면 아트하우스 모모를 찾는다는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다른 예술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상영해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예술영화 붐에 힘입어 전용관 수도 부쩍 늘었다. 씨네큐브, 아트하우스 모모 외에도 8개 관을 운영하는 CGV무비꼴라쥬, 스폰지하우스, 씨네코드 선재, KT&G 시네마 상상마당, 서울아트시네마 등이 있으며,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월 말에는 또 하나의 예술영화관이 새로 오픈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이수역에 위치한 아트나인이 그것. 실내 상영관 2개와 야외 상영관 1개를 갖춘 아트나인은 주로 강북권에 밀집돼 있던 예술영화 공간을 강남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술영화는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도 좋다. 도처에 수많은 예술영화 전용관들이 그들만의 다양한 색깔로 무장한 채 ‘같이 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