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은 현지 국가의 금리 수준과 통화 가치가 합쳐져 수익이 나온다.

선진국 대비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통화도 최근 1년간 약세였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약세는 아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2년 12월 13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ETF 포함)의 설정액은 4조1284억 원 줄어들었고,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도 2조5195억 원어치가 빠져나갔다. 반면 해외 채권형 펀드와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각각 2조8864억 원, 1조6251억 원이 순유입됐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이 같은 해외 채권형 펀드의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쳤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해외 채권형 펀드가 투자 대안은 맞지만 요즘처럼 과도한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2013년에도 2012년 같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며 “고수익을 얻었다면 일부 차익을 실현한 후 리밸런싱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2000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2009년부터 KB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운용사 대표 직함만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는 KB자산운용에 합류하자마자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게 성장형과 가치형, 스타일 펀드로 펀드 라인업을 정비하는 작업부터 실시했다.

정비된 펀드의 수익률 제고를 통해 그는 그 사이 설정액이 1조 원 넘는 펀드를 2개나 배출시켰다. KB자산운용의 가치형 대표 펀드인 ‘KB밸류포커스’는 최근 3년간 80.76%의 수익률(2012년 12월 13일 기준)을 기록, 570여 개가 넘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 성과가 가장 좋다. 2011년 말 설정된 ‘KB중소형주포커스’는 32.27%의 수익률로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1위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은 2012년 설정액이 2조1651억 원이나 불었다.

2012년에는 투자 시기를 놓쳤지만 2013년도 펀드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조 대표에게 몇 가지 투자 전략을 물었다.
조재민 대표는... 1962년생
서울대 경영학 학사, 뉴욕대 경영학 석사
1988~55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자금부 시니어딜러, 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 세일즈매니저
1995~96년 동양종합금융 딜링룸 담당
1996~98년 크레디트애그리콜 인도수에즈
홍콩지점 한국데스크 담당
1998~99년 스탠더드뱅크 홍콩지점 아시아채권팀장
1999~2009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이사, 대표이사
현 KB자산운용 대표이사


2012년 KB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들이 선전했다. 그해 잘나간 펀드들이 다음 해 주춤거리는 징크스가 있는데 2012년 성과를 보고 지금 투자해도 될까.

“주식형 펀드는 본질적으로 코스피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린다. 단기적으로 시장에 못 미칠 수는 있어도 3년의 호흡을 가지고 본다면 매년 5% 이상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KB밸류포커스’는 설정액이 1조 원이 넘는 대형 펀드임에도 설정 이후 시장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매년 코스피 대비 5%씩만 초과 수익을 낸다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대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야 하나 그만큼 손실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2012년 해외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쏠렸는데.

“안타깝다. 투자자들은 미리 투자하지 못하고, 더 이상 먹을 게 없는 시점에 투자하는지 모르겠다. 선진국 장기채 금리가 현재보다 얼마나 더 내려갈 수 있겠는가. 2012년 해외 채권형 펀드가 평균 수익률 12.93%(12월 13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수익률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한 소리만 해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마찬가지로 채권시장도 Fed의 언급에 금리가 움직이면 장기 국고채인 20년채, 30년채 투자자들이 ‘악’ 소리 날 수 있다. 금리가 조금 더 내려갈 수는 있지만 얼마나 더 먹을 수 있겠는가.”

해외 채권형 펀드 리밸런싱은 어떻게 해야 하나.

“글로벌 국고채는 더 이상 고수익 상품군이 아니지만 글로벌 하이일드, 이머징 달러 채권,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 세 가지에는 관심을 둘 만하다. 이들 모두 최근 10년간 연평균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단기 성과인 2년 누적 수익률은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만 제외하고 18~19%의 수익을 거두면서 선전했다. 달러 기반의 하이일드 채권, 이머징 달러 채권 모두 미국 장기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에 크게 기여한 덕분이다. 선진국 장기채는 이미 금리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해당 달러채는 투자 가치가 없다고 본다. 그 대신 현지 통화 채권이 유망하다.”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이 유리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머징 현지 통화 채권은 현지 국가의 금리 수준과 통화 가치가 합쳐져 수익이 나온다. 선진국 대비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통화도 최근 1년간 약세였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약세는 아니다. 국가 신용등급도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이머징 국가들은 고성장 속에서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통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2년 각광받았던 브라질 채권은 어떻게 보는가.

“남미 국가들의 공통점이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아 통화 가치가 한번씩 급락했다는 것이다. 브라질 채권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6%의 토빈세(단기 외환 거래에 물리는 세금)를 물어야 하는 약점도 있으나 브라질 채권이 인기인 이유는 ‘절세 효과’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의 ‘몰빵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고금리는 여전히 매력 있다고 본다. ‘KB이머징국공채펀드’도 현재 브라질 채권에 대해 기존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코스피는 1800~2200선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받쳐주고 있어 급락할 위험은 적다. 금리가 하락한 만큼 주식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 수준)은 싸지만 역사상 고점인 2200을 돌파하려면 글로벌 경기가 동시에 회복세로 돌아서야 한다. 최근 2~3년간 끌어온 선진국 재정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 때 강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다.”

그 시점은 언제쯤인가.

“모르겠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복지 축소, 세금 확대 등 정치·사회적 이슈라 2013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민간의 부(富)가 충분하기 때문에 해결 역량은 있다. 1년 반 주기의 경기 소순환 국면으로 살펴보면 바닥은 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하반기께 상승 국면에 들 것으로 본다. 전년 동기 대비로 기저효과를 감안한다면 하반기 코스피 지수 상방이 뚫릴 확률이 더 높다. 절호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다.”

2013년에 준비하는 상품으로는 뭐가 있나.

“운용업계에서 10년 넘게 대표를 맡고 있는데 펀드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회사별로 각각 대표 펀드를 꾸준히 성장시키는 정서가 정착돼야 한다. 또한 펀드 상품은 단기 성과 위주가 아닌 3년 이상 장기 운용 성과로 비교해야 한다. 우리는 그룹주, 배당형, 집중형 등 스타일펀드는 가능한 절제하려고 한다. 2013년에는 ‘인컴(income) 펀드’를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배당주처럼 확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인컴 펀드는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상품일 뿐이다.”

어떤 상품을 주요 자산군으로 둬야 하나.

“펀드 투자는 액티브 주식형과 현지 통화 채권형 펀드 두 축으로 가져가야 한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자산 배분형도 메인 상품은 아니다. 주식형 펀드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크지만 3~6개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를 계속 담고 가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펀드에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부동산, 예금, 보험과 같은 기본 자산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