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ife

붓다(석가모니)와 제자 마하가섭 사이에 오간 염화시중의 미소는 구두장이였던 수다스가 붓다에게 연꽃을 바친 데서 유래됐다.
구두장이 수다스가 바친 연꽃
선 수행을 처음 시작한 마하가섭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는 오쇼 라즈니쉬의 ‘달마어록’ 강의 중에 있는 구두장이 수다스(Sudas)가 바친 연꽃 이야기다.

흔히들 달마를 선(禪)의 창시자라고 알고 있지만, 라즈니쉬는 마하가섭(摩訶迦葉)이 진짜라고 말하고 있다. 붓다의 10대 제자 중에서 첫 번째 제자로서 두타(頭陀: ‘고행’의 의미)제일 마하가섭을 곧잘 잊어버리는 것은, 그가 묵묵히 수행만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하가섭이 이심전심(以心傳心) 즉,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선 수행의 창시자가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한다.



제철도 아닌데 피어난 아름다운 연꽃

어느 날 인도의 바이샬리(Vaisali: 갠지스강 북쪽에 있어서 네팔에 가깝고 부유한 상인과 기품 있는 귀족들이 많이 살던 나라로 유마힐의 고향이기도 하다)에 사는 수다스라는 한 가난한 구두장이가 자기 집 연못에서 제철도 아닌데 피어난 연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제철이 아닐 때 핀 꽃이라서 매우 귀해 비싼 가격에 팔려고 그 연꽃을 가지고 왕궁으로 가고 있을 때, 그 도시에서 첫째가는 부자 한 사람이 황금마차를 타고 와서 수다스에게 금화 500냥을 줄 테니 그 꽃을 팔라고 했다. 바로 그때 왕이 탄 마차가 다가와 말했다.

“그 부자가 너에게 얼마를 주든지 나는 그 돈의 네 배를 주마. 그러니 그 연꽃을 팔지 말고 기다려라.”

왕이 이렇게 제시하자 그 부자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이 왕이라도 그런 식으로 하시면 지금 우리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는 수다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왕이 부르는 값의 네 배를 주겠다.”

이렇게 해 그 연꽃의 값은 순식간에 어마어마하게 치솟아 오르게 됐다.

그때 돌연 수다스는 외쳤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나는 이 연꽃을 팔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왕과 부자는 모두 깜짝 놀랐다.



왕국보다 더 크고, 모든 보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

수다스는 말했다.

“가격이 얼마까지 올라갔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더 원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이 꽃을 팔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두 분이 서로 붓다께 이 연꽃을 바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두 분이 어떤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그분께 이 꽃을 바치려고 하니, 나 또한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직접 이 연꽃을 붓다께 선물하겠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그분은 두 배로 놀라실 것입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다스는 이렇게 말하고 붓다를 찾아갔다.

그때 이미 왕과 부자는 그곳에 먼저 도착해 연꽃 사건을 이야기한 뒤였다. 수다스는 붓다 앞에 와서 절을 한 뒤에 그의 발아래에 연꽃을 바쳤다. 이때 붓다가 말했다.

“수다스여, 그대는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들은 그대에게 많은 돈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

감동한 수다스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신께서 이 연꽃을 손에 들고만 계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왕국 전체보다 더 큰 것입니다. 그것은 부자의 모든 보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가난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일은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는 한 저 수다스도 기억될 것이고, 바친 연꽃도 기억될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이 연꽃을 손에 들고만 계십시오.”



이심전심과 염화시중의 미소

붓다는 그의 말대로 연꽃을 손에 들었다. 그때는 아침시간이었고, 아침 설법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붓다는 아침 설법을 하는 대신에 그 연꽃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제자 중에서 한 사람인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지었다. 마하가섭은 결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짓자 붓다는 그를 불러 그에게 연꽃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선의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하가섭에게 그 의미를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체험을 경전의 문자나 언어 없이 전달하는 교외별전(敎外別傳), 그것을 전해 받은 사람은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이심전심,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임을 뜻하는 염화시중(拈華示衆)과 마하가섭의 미소가 바로 이것이다. 마하가섭과 붓다 사이에서 일어난 이 상황으로부터 선의 큰 강물이 시작됐다고 라즈니쉬는 설명한다.



모든 체험을 경전의 문자나 언어 없이 전달하는 교외별전(敎外別傳), 그것을 전해 받은 사람은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맨발로 히말라야의 설산으로 떠난 달마

마하가섭보다 1000년쯤 뒤인 6세기경에 달마(達磨)는 남부 인도의 팔라바스(Pallavas)라는 한 왕국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붓다와 마찬가지로 그도 왕국을 버리고 진리를 찾아 나섰다. 달마는 왕국을 포기하면서 그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저를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다면 저를 막지 마십시오. 죽음을 초월한 그 무엇을 찾아가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이렇게 출가한 그는 스승의 뜻에 따라 중국으로 갔다. 3년여의 여행 끝에 중국에 도착한 달마는 양무제(梁武帝)의 환영을 받았고, 그를 설복해 진심으로 감동시켰다. 이후 달마는 숭산의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벽을 마주하고 앉아서 면벽 참선수행을 했다.

9년의 시간이 흐른 뒤, 혜가라는 한 젊은이가 달마를 찾아왔다. 그는 칼을 꺼내 자신의 한쪽 손을 잘라서 달마 앞에 던지며 말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당신이 돌아앉거나 돌아보지 않으시면, 제 머리를 잘라서 당신 앞에 던지겠습니다.”

달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대야말로 진정으로 나의 사람이다. 이제 머리를 자를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혜가는 달마의 제자가 됐다. 뒤에 달마는 중국을 떠나면서 혜가를 포함한 네 명의 제자를 불렀다. 달마는 제자들에게 간단한 문장으로 자신의 가르침의 본질을 말하라고 했다. 세 사람의 제자는 이런 저런 말로 설명을 했지만, 혜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달마의 발아래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윽고 달마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말했다. 이제 그대는 나의 후계자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해 언어 밖에서 뜻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또한 이심전심이고 교외별전으로 중국 대승선(大乘禪)의 시작이었다.

달마는 그날 밤 어떤 제자에 의해선가 독살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 또 다른 하나의 기이한 전설이 전해진다. 그로부터 3년 뒤에 어떤 사람이 달마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맨발의 달마는 지팡이 끝에 신발 한 짝을 매달고서 히말라야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자들은 호기심으로 달마의 무덤을 파 보았는데, 그 속에는 신발 한 짝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달마는 히말라야의 만년설 속에서 죽기를 원했다고 한다. 달마는 책을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달마어록’은 그의 제자들이 쓴 것으로 둔황 문서에서 발견됐으며, 라즈니쉬의 풍부한 해설은 우리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전진문 (사)대구독서포럼 운영위원장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