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부동산 대책으로 시행한 취득세와 미분양 아파트 양도소득세 감면제도가 2012년 말 종료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은 형국이다. 가계 부채가 심각하고 담보대출 금리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으며 집을 경매로 처분해도 주택담보대출 원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 소유자도 19만 명에 달한다.

기존 주택이 거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고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2003년 이후 최고로 상승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나 투자자는 좀처럼 거래 시장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2012년 주택 시장은 수도권 침체, 지방 강세,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 지속으로 표현할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2011년에 이어 매매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침체가 지속됐고 전세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반면 지방은 2011년에 이어 매매와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상승폭은 전년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특징적인 것은 상승세를 이끌던 부산과 대전은 2012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방도 지역적 차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2년 12월 3일 기준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국 기준 0.2% 하락했고 서울은 4.4%나 하락했다. 하지만 전세 가격은 전국 4.2%, 서울 2.2% 상승했다.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부동산 “수익형 부동산 공급 과잉 우려 재건축 투자는 긴 안목 필요”
투자자라면 수도권 부동산에 관심 필요

2013년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의 경우 약보합세로 예상되나, 거시경제의 회복에 따라 상저하고(上底下高)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방은 상승세는 유지하겠지만 2012년에 비하면 상승 탄력이 상당히 줄어들면서 상고하저(上高下底)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시장은 지방의 경우 2013년 입주 물량이 40% 이상 크게 증가하면서 전세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수도권의 경우 전체 주택 입주 물량은 2012년과 동일하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에 따라 아파트 전세 가격은 다소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이라면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세와 매매 가격이 안정화되는 지방보다는 입주 물량 감소에 따라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수도권은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구입 압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안한 세계 경제 흐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로 선뜻 돌아서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013 자산시장 ‘지뢰’ 찾기] 부동산 “수익형 부동산 공급 과잉 우려 재건축 투자는 긴 안목 필요”
주택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듯, 매도 시점은 1~2년 후

그렇다면 부동산으로 차익을 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걸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2.6%로서 미국 111.4%, 싱가포르 112.6%, 일본 115.2%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고 1000명당 주택수도 우리나라는 364명으로 일본 451명, 미국 410명, 영국 439명보다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까지 증가하고 주택수와 관련되는 가구수도 2035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2000년대 10년간 세계 주요국에 비해 안정적 흐름을 보여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택 수요도 꾸준하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건수는 2011년 기준 44만3400건에 달하고 주택 노후로 새로운 주택이나 더 큰 평형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수요도 많다. 대학을 가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독립하는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침체가 당장에 회복되진 않겠지만 1~2년 후 해결이 가시화되고 안정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부동산 시장도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부동산 소유자라면 급매물 가격으로 처분하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때 매도 시점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주택자의 경우에는 지금의 세계 불황에 따른 부동산 침체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입주 물량 감소에 따라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선별적 접근 필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사람의 증가로 높은 인기 속에 물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12년 기준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의 20%에 달하고 2013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 가구 증가와 월세 시장 성장으로 전망은 밝지만,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공급 물량의 80% 이상이 원룸 형태로 공급되다 보니 단기 공급 과잉으로 임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어 임대 시세와 공급 물량 등을 체크해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피트니스센터, 키즈카페 등 부대시설과 공원 조망 등이 갖춰지는 등 2~3인 가구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투룸 형태의 공급이 증가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가나 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상가는 부침이 심하고 경쟁 상권이 생기면 급속하게 상권이 쇠락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아파트, 호텔, 사무실, 할인점, 영화관, 백화점 등이 복합적으로 개발돼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몰링 개념의 상가는 추천할 만하다. 건물에 투자할 때는 지하철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있는 역세권이면서 대지가 넓어 지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유망하다.



재건축은 철저한 사업성 분석 후 여유 자금으로 접근

재건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상징돼 높은 가격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조합원 간, 해당 지방자치단체 간 사업에 대한 이견 차이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업성과 직결될 수 있는 소형평형의무비율이나 분양가상한제도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재건축은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부동산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입주 시점의 시세를 고려할 때 투자 차익을 계량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동산 상품 중 하나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입주까지 5~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다 보니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하고 단지마다 사업성이 다르므로 철저히 분석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한편 앞으로는 재건축연한(20년)을 채우지 않더라도 건축물에 대한 중대한 기능적,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 10%의 동의를 받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1980년대 준공된 목동과 상계동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