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옛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인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교 사원의 도시 루앙프라방으로 초대한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가로지르는 메콩 강
인도차이나 반도를 가로지르는 메콩 강
라오스의 두 번째 도시이자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다. 베트남과 인접한 지리적인 이유로 베트남전 당시 폭탄이 가장 많이 떨어진 비운의 나라가 라오스다.

200여 개 소수 민족으로 이뤄진 라오스는 봉족인 라오숭과 카무족인 라오퉁, 그리고 라오족인 라오룸 등 3개의 계급 사회로 이루어져 있다. 라오스인들은 동남아 국가 중 한국인과 가장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다. 그래서인지 길가에서 만나는 이들이 여느 곳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
빠구 동굴에 모셔진 불상
빠구 동굴에 모셔진 불상
느리고 여유를 아는 라오스인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메콩 강이다. 중국에서 시작한 메콩 강이 티베트를 지나 도착하는 곳이 루앙프라방이다.

겉으로 보기에 메콩 강은 진흙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맑다. 진흙과 뻘 때문에 황토색으로 보일 뿐이다. 메콩 강은 이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강가에 서면 집을 얹은 기다란 배와 천진하게 물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라오스에서 빅트리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 가이드 손미자 씨는 루앙프라방의 매력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빼어난 자연환경과 34개의 사원, 그리고 무엇보다 라오스인들의 소박한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베트남인들이 북한 사람들처럼 성격이 급하고 격하다면 라오스인들은 느리고 여유가 있는 게 충청도 사람과 비슷하다는 게 라오스인들을 겪어본 손 씨의 생각이다.

루앙프라방은 일종의 왕족 마을로, 전쟁 당시 모두가 피난을 갔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돌아와 호텔과 카페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라오스 제1의 관광도시로 부상해 연간 38만~40만 명의 관광객이 루앙프라방을 방문한다. 관광객은 태국, 중국,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오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많이 찾는다.
메콩 강에서 만난 어부
메콩 강에서 만난 어부
메콩 강을 따라 펼쳐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

빌라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메콩 강 유람에 나섰다. 몸통이 긴 배를 타고 황토색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오는 메콩 강을 2시간여 거슬러 올라가 도착한 곳은 빠구 동굴. 베트남전 당시 인근 주민의 피난처였다는 빠구 동굴은 2500여 개의 부처상이 있는 탐룸, 1500여 개의 부처상이 있는 탐봄으로 나뉜다.

지금은 부처상이 주인인 이곳은 16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무속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1547년 라오스가 불교를 수용하면서 불교 성지로 자리 잡아 새해를 앞두고 부처를 깎아 모신 후 제사를 지냈다.

빠구 동굴에서 배로 40여 분 거리에는 민속촌 ‘반상하이’가 있다. 라오스어로 ‘반’은 동네, ‘상하이’는 도자기를 빚는다는 뜻이란다. 500년 전 도자기를 빚었던 이곳은 지금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지금은 ‘라오라오’라는 민속주를 만드는 모습과 베틀을 짜는 여인들, 그렇게 짠 비단을 파는 아이들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반상하이에서 다시 배로 1시간 20여 분을 내려와 루앙프라방에 닿았다.
세계문화유산인 시엠통 사원
세계문화유산인 시엠통 사원
해질 무렵의 시엠통 사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시엠통 사원은 루앙프라방에서 1560년대 원형 그대로를 간직한, 유일한 사원이다.

사원 오른편에 자리한 황금색 건물은 라오왕국의 마지막 왕 시사방봉의 관을 보관하는 곳. 건물 안쪽에는 장례 당시 사용한 가마와 장식 등을 보관하고 있다. 사원 한가운데 들어선 본당 앞에 서면 화려한 문양을 가진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사원의 본당 시엠통 사원은 유리 모자이크가 유명한데, 석양을 받아 빛을 발하면 장관을 연출한다.

손 씨는 유리 모자이크가 산스크리트 문화의 흔적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시엠통 사원을 뒤로하고 일행은 다시 배에 올랐다. 배에서 저녁을 먹으며 바라본 메콩 강의 석양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디너 크루즈의 마지막 코스는 강 건너 마을에서 준비한 민속무용. 식사와 뱃삯, 민속무용 관람을 포함해 1인당 30~35달러라니 그들의 노고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신앙의 구심점이자 교육기관인 사원

이튿날은 왓마이 사원에서 아침을 맞았다. 왓마이 사원은 루앙프라방 전통 구조로 지어진 사원으로 1796년에 건축을 시작해 77년에 걸쳐 완공됐다고 한다. 왓마이 사원은 왕궁 옆에 자리해 예전 왕이 기도하던 사원이기도 하다. 지금도 새해맞이 축제를 이곳에서 연다. 왓마이 사원에서 물로 불상을 씻으면 이를 신호로 루앙프라방의 33개 사원에서 새해맞이 축제가 시작된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아침마다 스님들의 공양 행렬을 만난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아침마다 스님들의 공양 행렬을 만난다.
라오스에서 불교는 국교와도 같다. 예전에는 마을을 이루면 사원부터 세웠다. 그 덕에 1893년 프랑스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 65개의 사원이 있었다. 65개 사원이 있었다는 건, 65개의 마을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원은 지금도 라오스에서 신앙의 구심점이자 교육기관 구실을 한다. 현재 교육 여건이 많이 좋아졌으나 시골로 가면 여전히 고등교육기관이 없다.

따라서 루앙프라방의 사원으로 유학 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제적인 이유로 사원에 들어가는 수련승도 많은데, 사원에서는 불경뿐 아니라 언어, 문화, 컴퓨터 등을 가르친다.

루앙프라방에서 빠트릴 수 없는 곳이 시내에 있는 왕립박물관이다. 현재 왕립박물관으로 쓰이는 건물은 라오왕조의 마지막 왕인 시사방봉과 그의 아들이 1975년까지 실제 살던 곳이다. 시사방봉의 아들이 실종된 후 1976년 3월부터 왕립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왕궁을 개조해 문을 연 왕립박물관
왕궁을 개조해 문을 연 왕립박물관
왕립박물관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1904~1905년 사이 재건축한 것으로 프랑스풍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왕립박물관 내에 불상을 모시는 사원은 지난달에 완공됐다. 원래 있던 불상은 높이 83cm에 무게 54.3kg의 98% 순금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쟁과 식민 지배를 당하는 사이 사라져 지금은 전설만이 남아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시엠통 사원은 루앙프라방에서 1560년대 원형 그대로를 간직한, 유일한 사원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시엠통 사원은 루앙프라방에서 1560년대 원형 그대로를 간직한, 유일한 사원이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의 초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의 초대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협찬 베트남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