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실물경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한 고객한테 연락을 해 장사가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 물어본다.
그 정비소는 장기간 정직함과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장소에서 영업을 해 온 곳이다. 여러 번의 크고 작은 경기 침체 때에도 확보된 단골들이 있어 끄떡없는 편이다. 주변의 다른 업소가 문을 닫음으로 인해 갈 곳을 잃어버린 손님들이 이곳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장사가 더 잘되곤 했다. 따라서 ‘이곳마저 장사가 안 된다면 정말 경기가 나쁘구나’ 하고 판단을 내려도 될 만한 곳이다.
전화상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정비소로 직접 찾아가서 직원들과 몇 시간을 같이 보내는가 하면 점심식사도 수리 중인 자동차들 사이에서 하면서 그들의 말도 들어보며 분위기도 살펴봤다. 그 며칠 후에는 LA 한인타운에서 장사가 잘되는 순두붓집에도 가보았다. 이곳도 평소 점심시간에는 바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정비소와 식당 두 군데를 살펴보며 처음으로 받은 인상은 주차장이 평소에 비해 덜 붐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정비소에 가면 건물 주차장으로는 부족해 도로 옆에 빈틈없이 수리 중인 차들이 세워져 있었으나 이번에는 건물 주차장은 만원이었지만 도로변에는 주차할 자리가 많이 있었다.
순두붓집도 평소에는 주차공간이 항상 부족해 경비원이 교통정리까지 했었지만 이번에 들렀을 땐 경비 아저씨가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손님 저 손님의 주차 문제로 실랑이 할 일이 없어 편안해 보이는 경비 아저씨의 표정과는 달리 순두부 식당 내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정비소 직원들의 표정처럼 불안감이 역력해 보였다.
순두붓집이나 정비소 사장들은 여러 번 힘든 상황을 잘 견뎌온 사업주답게 표정에서 어려움을 읽을 수는 없었으나 매상 변화를 뻔히 아는 직원들은 아무래도 감원에 대한 걱정으로 사업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순두붓집은 식당에 점심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12시 반경에 홀의 절반도 차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고, 정비소도 빈자리는 없었으나 정비소 사장이 직접 업소 근방의 자동차딜러에게 전화를 하며 일이 끊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다시 더블딥(double-dip)에 빠져버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Standard & Poors Case Shiller Home Price Index) 산정위원회 위원장이자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블리처(David Blitzer)는 “주택 가격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주택 가격 하락 폭이 2011년 1분기까지 대공황 때인 1930년대 초의 31%를 초과한 33%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투자를 해도 괜찮겠느냐”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조금만 기다리세요”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 게 이미 3년이 넘었다. 지금은 오히려 3년 전보다 더 많은 악재와 변수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의 큰 흐름이 어느 쪽으로 향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능력 밖이라고 느끼며 개별 회사에 대한 평가로 시작해서 기초부터 올라가는 보텀업(bottom-up)으로 분석 방식을 바꿔 나름대로 시장 적응을 시도하고 있지만, 2007년도 여름에 느꼈던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 온다. 그러한 불안감을 순두붓집과 정비소가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이번 여름도 화려한 계절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베어스턴스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투자 컨설턴트
현 김앤정 웰스 매니지먼트(Kim & Jung Wealth Management) 대표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