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연극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될 정도로 유명한 프랑스의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반(反)연극 ‘대머리 여가수’가 2011년 1월 14일 드디어 한국에서 첫 막을 올렸다.
[On Stage 1] 포복절도 코믹 소동극! ‘대머리 여가수’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1950년 5월 프랑스 파리의 녹탕뷜(Noctambule)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오늘날까지 60년간 쉼 없이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명작이다. 일상의 파괴에서 오는 황당한 코믹함으로 관객과 공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신나는 놀이마당 연극 ‘대머리 여가수’의 시작은 사뭇 생경하다.

“일주일은 칠 일이고 일, 월, 화, 수, 목, 금, 토의 순서로 돼있다”, “천장은 위에 있고 바닥은 밑에 있으며, 서 씨가 서 씨 부인의 남편이면 서 씨 부인은 서 씨의 부인이다”라는 식의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연극 무대 위에서 접하게 되니 말이다.
비일상적인 것들이 일상이 되고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을 주고받는 연극 ‘대머리 여가수’의 한 장면
비일상적인 것들이 일상이 되고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을 주고받는 연극 ‘대머리 여가수’의 한 장면
극의 내용은 너무나 독특하다. 전형적인 한국 중산층 가정의 거실에서 안락의자에 앉은 서 씨가 신문을 읽고 있다. 오늘 먹은 저녁식사의 메뉴, 루마니아식 요구르트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서 씨 부부 사이에서 오간다.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대화가 계속해서 펼쳐질 즈음, 마 씨 부부가 서 씨 부부 집을 방문한다. 부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마 씨와 마 씨 부인. 부부인 그들은 과거 어디서 만났는지 황당한 추적을 시작한다.

각각 광주여고와 광주일고를 졸업한 두 사람. 5년 전 광주를 떠나 전주로 이사를 간 두 사람. 오전 8시 반 전주에서 8호 객차 내 창가 3번, 그리고 바로 옆자리 4번에 앉아 서울에 도착한 두 사람.

고양시 행신동 19번지 아뜨빌라 6층 8호에 사는 두 사람. 심지어 같은 침실, 같은 침대, 같은 이불을 쓰고, 이름이 효리인 딸을 가졌다는 놀라운 우연의 일치를 확인하며 마침내 서로가 부부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격한다는 내용이다.
[On Stage 1] 포복절도 코믹 소동극! ‘대머리 여가수’
인간 언어의 부조리함을 고민했던 이오네스코는 우리가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는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실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하다고 믿었다. 부조리극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대머리 여가수’는 기존의 연극적인 특성에 도전을 가한 작품으로 모든 비일상적인 것들이 일상이 되고, 인물들은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을 주고받는다.

배우 안석환의 첫 연출 도전! 각색에서 출연까지 1인 3역
[On Stage 1] 포복절도 코믹 소동극!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 대표 연기파 배우 안석환은 오래전부터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대머리 여가수’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해 관객과 진심으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구상해왔다.

한국 미술계의 거목 임옥상 화백이 무대 디자인을, 한글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의상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 디자인을, 그리고 마임이스트 고재경이 광대들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책임진다.

이오네스코의 원작이 영국 중산층인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의 일상을 그렸다면 안석환은 번안 과정을 통해 한국의 중산층인 서 씨 부부와 마 씨 부부의 일상을 연출해 냈다. 그리고 당대의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 언어의 뉘앙스를 그대로 살려 한국적인 언어유희로 절묘하게 표현해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공연 일시: 2011년 1월 14일(금)~3월 31일(목)
평일 오후 8시, 토·일요일 3·7시(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 장소: 대학로 SM아트홀

공연 문의: 02-764-8760


박진아 기자 p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