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펀드 환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첫째, 2007년 하반기에 집중됐던 펀드 자금이 원금 회복 구간에 진입하면서 꾸준히 이탈하고 있고, 둘째, 주식형 펀드의 성과 등에 대해 실망한 투자자들이 증권사 랩어카운트나 주식 직접투자로 발길을 옮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 가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투자목표 달성으로 인한 펀드 환매는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원금 회복, 랩어카운트나 주식 직접투자로의 이동과 같은 이유로 인한 환매는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펀드는 시장상황에 따라 사고파는 유가증권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하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또 랩어카운트나 주식 직접투자와는 기대수익이나 위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대체 목적으로 투자금을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펀드 환매의 첫째 원인은 원금 회복이나 차익 실현이다. 2007년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상회하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시중자금이 펀드시장에 몰렸다. 이들 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큰 손실을 기록하다가 주가 반등에 힘입어 원금 회복에 가까워지자 대거 환매에 나섰다.
메리츠증권 분석자료에 따르면 2007년 6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설정액이 약 57조 원에 이르는데, 2009년부터 2010년 동안 해지 금액이 약 70조 원에 달해 상당부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조정받았던 2008년에도 약 3조 원이 순유입됐고 입금액이 약 19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때 유입된 자금의 차익실현성 환매가 앞으로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투자자들의 심리는 펀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불안감도 원인이다.
여러 주식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반기에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의 근거는 그동안 많이 올라서 주가의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것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막연한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임의적인 사건에서 어떤 패턴을 찾으려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앞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 그 다음에는 뒷면이 나올 차례라고 생각한다. 어떤 차례든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 대 50임에도 보이지 않는 ‘신의 손’에 의해 방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에 의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조정기가 상반기일지, 하반기일지는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시장예측에 따라 펀드를 사고파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일례로 피터린치는 세계 최대 펀드인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환상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다. 피터린치가 올린 수익률을 감안하면 마젤란 펀드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은 모두 큰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마젤란 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왜 손해를 본 것일까. 이는 수시로 펀드에 돈을 넣었다 뺐다 하다가 시장과 어긋난 매매를 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샤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장상황에 따라 사고파는 마켓 타이밍 투자자가 매수 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와 비슷한 수익률을 내려면 주식시장이 부진한 82%의 시기를 정확히 맞혀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얻을 수 있는 성과를 굳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시장의 등락을 예측할 필요가 있을까.
랩어카운트와 펀드의 장단점
펀드 환매의 둘째 이유는 펀드를 대체하는 투자수단으로서 증권사 랩어카운트와 주식 직접투자가 부상하면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랩어카운트 설정액은 2010년 11월 말 기준 35조9984억 원으로 전년 연말 대비 16조281억 원(80.3%) 증가했다.
특히 랩어카운트 가운데 투자자문사의 운용자문을 받는 자문사형 랩 잔액은 11월 말 4조130억 원으로 2009년 말 284억 원에 비해 대폭 늘었다. 2011년에도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 같은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성과가 저조했을 경우 그 책임이 증권사에 있는지 자문사에 있는지 애매하다. 자문사형 랩이 자문사의 명성을 이용해 판매되고 있는 데 반해 실제로 자문사의 투자 조언이 랩 운용에 있어 적시에 온전히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얼마든지 증권사가 자문사의 조언과 다르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특정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에서 투자 위험이 펀드보다 훨씬 높다. 또 펀드와 달리 고객별로 독립된 계좌를 관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규모 작아 우량 종목 등에 분산투자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랩어카운트는 일부 자산을 분산투자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수익 얘기만 듣고 지나치게 많은 자산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주식 직접투자는 랩어카운트보다 더 위험하다.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직접투자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1년 1월 6일까지 최근 한 달간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0.75%에 그쳐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68% 오른 것에 비해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직접투자는 손실 위험이 더욱 크다. 주식에 대한 이해나 리서치 능력이 없다면 좋은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식투자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한 꾸준히 이를 관리하기가 불가능하다. 단지 소문에 따라서 사고파는 투자는 크게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투자방법이다.
요컨대 하루 빨리 금융회사의 마케팅 정책이나 단기적인 시장상황에 따른 투자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보다는 노후 준비나 자녀교육비 마련과 같은 투자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한 자산 배분과 상품 선택 등의 프로세스를 차곡차곡 밟을 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 jymin@asset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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