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펀드평가사를 경영하던 5년 전, 과로로 쓰러졌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건강관리에 남다른 투자를 하고 있다. 직접 고안한 스트레칭으로 아침을 열고, 음양오행법에 따라 식사를 한다. 건강관리가 성공적 은퇴의 필요조건이라는 그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에서 만났다.
[Health Care] “다이내믹 스트레칭과 올바른 수분 섭취가 건강의 비결”
펀드 1세대인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2010년 8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펀드평가와 자산관리를 하던 그가 돌연 은퇴 연구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에서 만난 그는 최근의 이직이 ‘돌연’은 아니라고 말했다. 10년 주기로 인생을 설계한다는 그는 펀드평가와 자산관리에 이어 향후 10년은 은퇴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생전 유언의 중요성
[Health Care] “다이내믹 스트레칭과 올바른 수분 섭취가 건강의 비결”
우 소장은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를 이야기하는 지금까지도 ‘한국형 은퇴 모델’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 자녀에게 노후를 의탁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는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은퇴를 하면 대학부터 간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하며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은퇴 자금으로 10억이 필요하다느니, 적립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라는 등 돈 얘기만 하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한국식 은퇴 설계의 현주소다.

“전 세계에서 40인치 TV까지 받으면서 신혼을 시작하는 데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학자금도 마찬가지고요. 자식들한테 들이는 돈만 줄여도 노후 준비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독립을 못하는 거죠. 학자금과 신혼자금을 대준다면 노후를 책임진다는 각서를 받든가요. 그만큼 우리가 쿨하지 못한 거죠.”

부모와 자식 간에 쿨한 관계와 함께 그는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생전 유언(living will)을 강조한다. 외국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효력이 없지만 그는 웰다잉(well-dying)을 위해 생전 유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골골 80’이란 말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골골 하면서 장수를 한다는 말인데, 그의 생각은 다르다. 암에 걸리더라도 수술은 하지 않고, 오히려 곡기를 줄여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나은 게 아닌가 싶다. 그가 생전 유언으로 ‘70세가 넘으면 정기건강검진을 하지 말고, 유사시 심폐소생술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다.

퍼스널 트레이닝과 요가에서 창안한 다이내믹 스트레칭

“궁극적으로는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편안한 죽음을 맞자는 거죠. 실제 생활에서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음식도 조절하면서 건강관리에 제법 신경 쓰는 편입니다.”

우 소장은 5년 전 과로로 쓰러진 후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게 됐다고 했다. 펀드평가사를 경영하며 밤낮 없이 뛰던 그 시절, 조깅하다 쓰러진 것이 건강을 돌아본 계기가 됐다. 돌아보니 몸무게는 5kg 이상 불어있었고, 디스크가 옆으로 새어나온 상태였다. 주변에서는 디스크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운동으로 극복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 길로 헬스클럽을 찾아가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다. 50회 정도 개인 지도를 받는 틈틈이 요가 책을 보며 동작을 연구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요가 동작을 연구했다. 그런 식으로 그는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칭법을 개발했고, ‘다이내믹 스트레칭’이란 이름을 붙였다.

우 소장은 5년째 이 다이내믹 스트레칭으로 매일 아침을 연다. 아침 6시면 헬스클럽에 들러서 30분간 다이내믹 스트레칭을 한다. 요가에 가까운 다이내믹 스트레칭을 하면 금세 땀이 난다. 이어 트레드밀 위에서 뛰기와 걷기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마지막 30분은 다시 다이내믹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정리한다.

“지방이나 해외 출장을 가도 가벼운 운동은 빼먹지 않습니다. 방에서 비치타월을 깔고 윗몸 일으키기 100~200회, 푸시업 50개 이상 등 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5년간 하다 보니까 체력도 점점 좋아지고 이젠 다리도 웬만큼 찢어집니다.”

걷기는 그에게 또 다른 활력을 준다. 걷기를 즐기는 그는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보통 5km를 걷는다. 지난 여름휴가에는 2박 3일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는데 더 없이 좋은 나들이였다. 그는 특히 3코스와 5코스가 좋다고 추천했다.
[Health Care] “다이내믹 스트레칭과 올바른 수분 섭취가 건강의 비결”
건강한 식단과 효과적인 수분 섭취 노하우

식사도 중요한 건강관리법이다. 우 소장은 채소 위주의 식단을 선호한다. 그는 아침으로 죽과 샐러드를 먹는다. 샐러드는 신선한 것으로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대신 국이나 찌개에 있는 국물은 거의 먹지 않는다.

국물을 먹게 되면 그 안에 든 소금을 섭취하게 돼 건강에 나쁠 뿐 아니라 수분 섭취가 줄어 이중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국물을 안 먹는 대신 신선한 물을 규칙적으로 마신다. 의사들이 권장하는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은 꼭 마신다.

물을 챙겨 먹은 지 3년째. 물을 마시는 데도 좋은 시간대가 있다. 그는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와 오후 5시경이 수분을 섭취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말했다.

많은 직장인들은 그 시간대에 커피를 마시는데, 그는 이 같은 현상을 경계했다. 커피를 마시면 수분 섭취가 줄어들고, 커피의 이뇨작용으로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 더 많은 수분을 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커피 한 잔을 마셨다면 그 두 배의 물을 마셔야 한다.

“가끔 몸이 무거우면 단식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술이 좀 과했는데 다음날 아침 트레드밀에서 뛰는데 몸 상태가 별로였어요. 그래서 저녁을 걸렀어요. 그러면 몸 상태가 돌아오거든요. 결론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건강은 파워가 아니라 이 사회를 위해 창조적이고 활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인 거죠.”

우 소장은 은퇴 후에도 이런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직장과 집이 전부인 한국의 직선형 라이프스타일보다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미국의 순환형 삶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이 나(I) 중심이라면 유럽과 미국은 우리(We) 중심의 문화가 빨리 정착했다.

그 결과 사회봉사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다. 물론 미국도 이전에는 한국처럼 은퇴하면 쉬는 것만 생각했다. 은퇴하면 날씨 좋은 플로리다에서 쉬는 게 로망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미국에서는 은퇴라는 말 자체를 거의 안 쓴다. 은퇴 후에도 노숙자 상담이나 초등학교에 가서 컨설팅을 하고 아프리카로 가서 자원봉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나와 가족을 위해서만 산다면 얼마나 폐쇄적인 삶입니까. 내가 행복하게 산 이 사회를 위해 살다 보면 멋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은퇴자들의 생각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우리를 위해 사회에 뛰어든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겠죠.”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