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Girl(s)'
“저기…. 나, 결혼해. 그전에 한번만 만나!”라는 멘트로 대학로를 뜨겁게 달궜던 연극 ‘썸 걸즈(Some Girls)’가 2년 만에 다시 무대를 찾는다. 성과 사랑, 이별 이야기 등을 극중 소재로 풀어내 20~30대 여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영화감독이자 대학교수인 강진우가 결혼을 앞두고 과거에 연애했던 네 명의 여자를 둘만의 추억이 간직된 각각의 호텔 방으로 부르면서 시작된다.
평일 오후 8시, 토·일·공휴일 3시·6시(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 장소: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공연 문의: 02-556-5910
2007 ~2008년에 걸쳐 한국에서 공연된 ‘썸 걸즈’는 유료 객석 점유율 120%를 달성하며 보조석까지 매진시킨 대학로에서 가장 성공한 공연이다. 주목할 만한 소재와 새로운 형식으로 극찬을 받은 바로 그 작품이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속속들이 모두 알고 있다 믿지만, 이별하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음을 깨닫게 하는 강진우의 실체. 여자라면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이 시대 진정한 나쁜 남자, 강진우의 특기는 바로 ‘말도 없이 잠적하기’다.
그는 약혼을 앞두고 과거의 찜찜한 잘못을 말끔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뻔뻔하게 늘어놓고 과거의 여자들에게 이해를 요구한다.
옛날 여자들을 만나 여자의 아픈 마음을 더 파헤쳐 놓는 이 남자의 행동은 여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저 ‘헐’이라는 탄식을 자아낼 뿐이다. 그는 왜, 무엇 때문에 다시 그녀들을 만나는 지독한 여행을 시작하게 됐을까. 과거의 여자들을 만나면서 드러나는 남자의 실체. 그동안 여성들이 궁금해 했던 남자들의 이별 시스템을 ‘썸 걸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여자 ‘민하’는 대학원 시절의 연인으로 언제나 섹시하고 도발적인 자유분방한 여자다. 이미 진우에게는 늘 두 번째 여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그의 존재가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와의 재회를 통해 그녀는 또 한 번의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세 번째 여자 ‘정희’는 중년의 여배우로 그가 졸업 후 조연출로 참여한 첫 영화의 감독의 아내다. 결혼 생활 이후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던 그녀에게 그의 존재는 행복 자체였지만 불륜 사실이 발각되자 그는 혼자 도망쳐 버렸다. 다시 찾아온 그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건 여전히 상처뿐이다.
네 번째 여자 ‘은후’는 나쁜 남자 강지우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다. 하지만 그의 이별이 늘 그러했던 그는 그녀를 아무 말 없이 떠났었다. 약혼녀와 결혼 날짜를 잡고 다시 나타난 그는 그녀를 가장 사랑했다고 말하며 결혼 전에 오해를 풀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애원한다.
다행히 강진우의 전 여자들은 사랑에 눈 먼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다. 순진함과 요염함, 원숙함, 당돌함으로 채색된 여자 4명의 캐릭터는 자신들의 마음을 끝까지 농락하려는 진우의 속셈을 남김없이 무대 위로 드러낸다.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는 공연이다. 여자들끼리 보면 더 재미있을 한 남자와 네 여자의 유감 멜로가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지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사랑의 아픔을 토해내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듣는 순간, 여성 관객들은 어느새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박진아 객원기자 p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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