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야 평원 위의 선율, 알카사르 성채

[The Explorer] Segovia, Spain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스페인을 여행하며 기대도 않던 이 작은 마을에서 바쁘게만 살아오던 내 삶에 작은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언덕 위 난간에 걸터앉아 황금 물결 일렁이는 광활한 들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삶은 때론 바람 같은 것이다.

일렁이는 보리밭과 낭만적인 알카사르 성채

저 멀리 한 노인이 낡은 주택가 벤치에 앉아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 노인의 여유로움이 부러워 발길을 그리로 돌렸다. 노인이 부른 것도 아닌데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 들판에 하늘거리는 양귀비 물결을 바라보며, 일렁이는 보리밭의 보리 내음에 취해 나는 그 노인과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월드 디즈니의 모델이 됐던, 세고비아의 상징, 알카사르 성채
월드 디즈니의 모델이 됐던, 세고비아의 상징, 알카사르 성채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작은 기쁨을 가슴에 간직한 채.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바람이 참 상쾌하고 고맙게 느껴지던 늦은 오후였다. 새로운 풍경 속에서 새로운 내 삶의 방식과 여유를 찾은 것이다. 새로운 시선이며, 새로운 시도였다. 고요히 바라만 보는 시간이 좋았다. 여행은 바라봄을 통한 자각이며, 새로운 풍경을 통한 깨달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The Explorer] Segovia, Spain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약 1시간을 달려가면 작은 도시 세고비아(Segovia)의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월트 디즈니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인상적인 건축물들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게 된 도시다.

과거 이곳의 절반은 산악지대, 절반은 평야지대로 전통적인 황무지였으나, 초기 정착민들이 이곳의 붉은 돌과 채석으로 집을 짓고 살면서 수평선을 경계로 파랑과 핑크가 조화로운 성곽 도시를 건설했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로마인들의 군사기지로 로마인들이 거주했었다. 그들은 제국의 존속을 위해 수로를 건설했으며 현재 세고비아의 상징인 로마 수도교(Aqueduct)가 역사적인 유물로 남아 있다.

1088년에는 알폰소(Alfonso) 6세가 외세에 대한 방위와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성곽을 쌓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 됐으며, 당시의 모습이 여전히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세고비아의 역사지구는 198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명소로 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여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란 어떤 장점을 갖고 있을까. 반나절이나, 하루 동안 천천히 걸으며 그 도시를 충분히 호흡하고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편안한 마음으로 한가롭게 걷다 보면, 도시의 다양한 느낌들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도시를 이해하고, 닮아간다. 그 작은 도시에 푹 빠져 드는 것이다.
[The Explorer] Segovia, Spain
여행도 사랑과 같다. 그런 면에서 세고비아는 아주 작은 도시로, 걸어서 충분히 모든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오히려 남는 시간을 좁은 골목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탐험하는 것도 큰 매력일 것이다.

골목을 돌면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에 화들짝 놀라는 기쁨도 누려보고, 기대하지 못한 풍경과 상상치 못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에 경탄하는 즐거움, 역사의 숨소리를 온몸으로 듣고 느껴보는 것이다. 여행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관광 코스로는 월트 디즈니 만화 영화 <백설공주>의 배경이 된 성의 모태인 알카사르(Alcazar)를 시작으로 도심의 상징인 대성당(Cathedral)을 둘러보고, 대성당에서 포석(鋪石)이 아름다운 아기자기한 골목을 지나 로마 수도교에 이르면 그 장엄함에 놀랄 것이다. 어스레한 밤, 시나브로 연두색 조명이 비출 때면 아름다움이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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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에 온 것이 하늘의 축복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게다가 살바도르 교회(El Salvador Church)와 같은 옛 로마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커다란 선물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스페인의 열정을 고스란히 호흡한다. 골목길을 더듬는다. 타박타박, 그 발걸음으로 나의 온몸이 세고비아와 마주한다. 고스란히 세고비아를 느낀다.

세고비아는 음악의 선율이다. 작은 마을, 세고비아는 고요하고 뜨거운 열정이다. 밤이 깊어지면, 이 도시에 젖어 든다. 보석같이 작은 도시는 온통 채색돼 꿈결 같은 낭만이 흐르고 만다. 어두움이 포석에 내려앉으면, 도시는 더욱 또렷이 윤곽을 드러낸다.

어디선가, 낭랑한 세고비아 기타 퉁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세고비아의 밤은 먼 길 떠나온 여행자의 깊고 고독한 가슴에 다가온다.
[The Explorer] Segovia, Spain
저 멀리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나에게 상념을 허락한다. 대상은 나에게 메시지다. 이미 존재해 온 그 자연, 그 도시는 새롭게 다가온 나그네에게 말을 건넨다. 고요히 바라본다는 것은, 나의 내면과 대화하는 순간이다.

여행은 이동을 필요로 하지만, 좋은 여행은 대상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 대상이 자연이든, 역사든, 사랑이든, 혹은 한줄기 바람이든, 여행은 고요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여기 온 이유를 깨닫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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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편안한 휴식을 줄 것 같은 오래된 성곽, 바로 세고비아에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다. 성 안의 전망 탑에서 바라보는 세고비아 도시 전경은 평화롭고 사랑스럽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들풀과 아스라이 보이는 초원 너머의 세상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으로 오늘도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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