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두바이에서는 ‘제1회 DIFC 걸프 아트 페어’ 행사가 열렸다.이번 행사는 중동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는 두바이가 최초로 주최한 국제미술품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미술품 딜러들의 관심을 모았다. 행사를참관한 서진수 강남대 교수가 머니 독자들을 위해 특별 기고문을 보내왔다.<편집자 주>두바이로 떠나는 비행기 내에서 필자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일 달러로 넘쳐나는 중동 국가에서 열리는 첫 아트 페어라….’‘제1회 DIFC 걸프 아트 페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을 모은 행사였다. 필자는 이번 행사가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팔기보다는 자본과 예술시장을 적절히 조합한 행사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선 이번 아트 페어를 진행하기 위해 두바이 정부는 주관사 지분의 51%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 넘겨 금융자본과의 결합을 시도했다. 두바이의 대표적 갤러리인 마질리스 갤러리(Majlis Gallery), B21, XVA 등은 행사 기간에 시내 선착장에서 ‘선착장 현대미술시장’을 열었다. 3일간 계속된 교육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의 경매회사 소더비에 아웃소싱했으며, 초대 화랑도 40개로 제한해 대회의 질적 수준에도 많이 신경을 썼다.이번 행사는 휴양차 마이애미를 찾은 부유층을 겨냥해 성공한 미국 마이애미 아트 페어와 틈새시장을 뚫어 성공한 런던 프리즈 아트 페어 등을 벤치마킹했다. 런던의 화이트큐브, 파리의 엔리코 나바라, 비엔나의 맘, 뉴욕의 막스 랭, 도쿄의 SCAI 등 전 세계 쟁쟁한 화랑이 다수 참가했다는 것만 봐도 두바이 정부가 이번 행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개방적인 도시다. 이번 행사는 두바이의 신흥 개발 지역인 주메이라 리조트 안에 있는 마디나 아레나에서 열렸는데 필자가 아트 페어를 참관하고 느낀 점은 행사 주최 측이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이번 행사를 개최하면서 두바이는 많은 면에서 수도 아부다비를 의식했다. 실제로 아부다비는 2012년까지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설하고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 분관을 건립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크리스티 경매가 아부다비에서 연속 성공을 거둔 것도 두바이가 아트 페어에 관심을 갖게 만든 이유다. 또 아부다비(인구 170만 명), 두바이(120만 명)에 이어 제3의 토후국인 샤르자가 올해 8회째로 ‘샤르자 비엔날레’를 개최해 왔다는 점도 아트 페어 개최에 사활을 건 이유로 해석된다.아트 페어는 목, 금, 토(현지 시각) 3일간 개최됐는데 첫 날인 목요일은 화랑 고객과 후원자들을 초대해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됐다. 목요일이 주말이고 금, 토요일이 휴일인 두바이는 주말 3일간을 전시 기간으로 정한 셈이다. 첫날 입장료는 다른 날의 2.5배인 200디르함(5만3200원)이고, 다음 이틀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로 요금은 80디르함(1만8000원)이었다.일반적으로 아트 페어는 5~6일간 열리는데 비해 이번 행사는 기간을 짧게 진행하는 대신 입장료에 차등을 둬 행사의 질적 수준으로 높이는데 주력했다. 아랍 전통 복장을 한 사람은 전체 관람객의 10~20% 정도여서 두바이 자국 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세계 허브도시답게 다양한 나라의 컬렉터들이 대거 전시장을 찾았다. 첫 회라 행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현지 화랑은 그동안 유대 관계를 가졌던 고객을 초청해 각종 이벤트를 열고 외국 화랑을 소개해 주는 등 나름대로 소득을 올린데 비해 외국 화랑들의 성과는 반반이었다. 오일 달러가 넘치는 곳답게 비싼 작품을 판매한 화랑도 있는가 하면 문의는 대단히 많은데 판매로 이어지지 못한 화랑도 눈에 띄었다.두바이는 중동지역 오일 머니의 관문이다. 두바이에 건설돼 있거나 건설 중인 버즈 알 아랍,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 스키 두바이, 버즈 두바이 등은 하나같이 세계 최고, 세계 제일, 세계 최초다. 경제적인 면에서 두바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신흥 경제 대국의 이미지를 톡톡히 보여줬다. 그런 두바이가 미술 등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버즈 알 아랍,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 등 하드웨어에 치중한 두바이 정부는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력을 쏟기 시작했으며 이번 두바이 아트 페어는 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제 두바이는 대규모 문화 이벤트를 통해 UAE는 물론 전 이슬람권을 대표하는 문화 허브를 꿈꾸고 있다. 인공적인 건설과 사막 사파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고층 마천루에는 그에 걸맞은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바이 정부는 이번 아트 페어를 미술, 휴양, 레저, 쇼핑을 한데 묶어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또 두바이는 중동 최고의 금융시장이자 면세 지역이어서 딜러와 컬렉터들에겐 상당한 매력이 있다.미술 시장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필자의 느낌으로 두바이는 아랍 문화에 대한 사전조사만 철저히 한다면 분명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인물화를 그리지 않는 아랍에서는 추상화가 오히려 더 인기가 높고 도시 밖의 생활인 사막의 생활을 소재로 다룬 말 그림이나 낙타와 아랍인의 삶, 그리고 아랍 문자를 활용한 캘리그래피(아랍문자를 예술화한 작품) 작품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이번 아트 페어 기간에는 두바이 통치자 겸 연방정부 총리인 셰이크 무함마드가 현장을 둘러보며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그는 실제로 우리나라 김창열 화백의 150호(1억4000만 원)짜리 물방울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1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유독 한국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점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병우 작가의 사진 작품 소나무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모 축구선수에게 판매됐고 전광영 화백의 화선지 작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컬렉터가 구입했다.1970~80년대 건설업으로 막대한 오일 달러를 벌어들인 한국이 이제 미술품으로 제2의 중동 번영을 꽃피울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