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우 NH투자증권 사장의 시너지경영

근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최고경영자(CEO)는 남영우 NH투자증권 사장이다. 지난 2월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 후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취임한 남 사장은 빠른 속도로 영업망을 확장해가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대한 농협 지점망과의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으며 성공적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3400억 원으로 늘려 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여기에 사모펀드(PEF)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인수합병(M&A),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같은 신상품을 통해 수익모델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남 사장은 2010년까지 빅5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수립했다. 남 사장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 NH투자증권 운영 방향과 전략 등을 들어봤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4월 말 100%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마침 주가 하락기와 맞물려 주가가 연중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고 시장에서 회의적인 전망도 제기돼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요.다행스럽게도 당시 상황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인 93.2%의 청약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증자를 마쳤습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는 토대를 다질 수 있었고 신용등급도 6단계나 오른 A-를 받아 공신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SRI펀드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 것도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사장으로 내정되고 나서부터 다른 증권사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은 무엇보다 독특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형 회사들은 이미 재산을 불려준다거나, 가치 투자를 한다거나, 해외 투자를 한다는 등 특색 있는 펀드를 이미 출시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만들어봐야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펀드입니다.물론 NH증권이 원조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이런 종류의 펀드가 많지 않은 데다 공익성을 띤 농협의 자회사라는 특징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펀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투자 기준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종목을 선정해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또 판매 보수의 일정액을 공익사업에 기부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이런 취지에 동참해주셔서 발매 3개월 만에 800억 원이 넘는 수탁고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한 대형 투자기관은 500억 원의 투자도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1조 원 이상으로 규모를 키운다는 목표입니다.”- “매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우의 품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잘 운용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의 허가가 나면 곧 공모를 시작할 예정인데 8%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실물펀드가 생소하지만 본격적으로 상품이 출시되면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농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와 농가 소득 증대 기여 등 부대 효과도 기대됩니다. 한우에 이어 다양한 형태의 실물 펀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농협과 NH투자증권은 은행과 증권사로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은행원들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려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은 리스크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증권사의 경우 변동성이 큰 주식을 다루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형성된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두 문화가 이질적이라는 얘기는 서로의 장점을 흡수했을 때 훨씬 발전된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은행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를 배우게 되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철저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별도의 팀을 구성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세종증권 시절의 주요 매출 구성을 보니 소매영업과 자산운용 부문에서 주로 많은 수익을 얻어왔더군요. 특히 다른 회사에 비해 자산운용 부문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영업할 수 있는 토대를 이미 갖춰놓고 있는 셈이죠. 따라서 자기자본만 뒷받침된다면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훌륭한 영업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달 수원과 춘천 울산에 지점을 개설했고 청주 창원 제주 목포 등에도 거점 점포를 개설해나갈 계획입니다. 농협의 지역 본부가 있는 지역에 NH증권의 거점 점포를 개설해 지역 농협과 교육 연수 등의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협과의 연계영업을 활성화해 ‘윈윈’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류가 활발해지면 농협 점포 안에 증권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입니다. 과거 은행계열 증권사 중에도 은행 지점에 증권 창구를 둔 곳이 있었는데 상호 이해 부족과 인적자원 교류 취약 등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연계 영업을 활성화해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농협의 거점 점포에는 아직 제대로 투자되지 않은 자금들이 많이 있습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정기예금에 예치하는 경우도 있고 저수익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농협 지역본부에 거점 점포가 개설되면 이런 유휴자금을 우리 증권사에서 운용, 더 높은 수익을 올려 농협의 재정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증권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탁 수수료에 편중된 수입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NH투자증권도 위탁수수료 비중이 매우 컸습니다. 모든 증권사들이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자산관리나 IB영업을 강화하는 것도 현재와 같은 수익구조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NH증권도 브로커리지 비중을 30%로 낮추고 IB영업 비중을 40%, 법인영업 비중을 30%로 높여갈 생각입니다. SRI펀드 같은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2003년 LG카드 사태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LG카드 주요 채권단이었던 농협의 담당 상무였는데요, LG카드 회생을 위해 거의 3개월간 휴일도 없이 출근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자칫 외환위기 때처럼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던 긴박한 상황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LG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기억은 NH투자증권의 성공적 인수가 아닌가 합니다. 인수단장으로서 거의 2년간 작업을 지휘했는데요, 올 초에 성공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