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세권 부동산 입체조명

마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가들은 로마가 수많은 부침을 거듭한 끝에 대제국을 건설하기까지는 교통수단, 그 중에서도 도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Omnes viae Romam ducunt).’는 말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였던 로마의 번영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교통수단은 한 나라의 명운과 직결돼 있다.이런 관점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들여다보자. 거미줄 같은 도로망이 사방에 펼쳐져 있지만 인구 1000만이 몰려 사는 서울의 교통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하철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선 ‘모든 길은 지하철로 통한다.’는 말로 바뀔 법하다.특히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는 지하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하철 개통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집값 상승이다. 주택시장에서 역세권은 집값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다.일례로 한국철도학회가 발표한 ‘지하철 건설에 따른 공간적 영향 분석’이라는 논문은 7호선 개통에 따른 강남권과 서남권의 부동산 가격 변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 개통 전에는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 역세권 효과 등의 이유로 서남권에 비해 강남권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지만 개통 후에는 서남권이 강남권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역세권 효과는 여전히 강남권이 서남권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9호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 남부를 동서로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은 강서권 지역 주민들에게는 꿈의 노선이다.아이로니컬하게도 서울시는 9호선의 배색을 ‘황금색’으로 결정했다. 여의도와 강남을 연결하기 때문에 9호선은 엄청난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골든 메트로’인 셈이다. 그동안 강서권 주민들은 강남으로 이동하기 위해 2, 5호선을 갈아타야 했었지만 9호선이 개통되면서 이러한 불편이 줄어들게 됐다.9호선은 김포공항~여의도~고속터미널~코엑스~방이동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총 38㎞구간에 37개의 정거장이 건설되며 13개 정거장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9호선이 개통되면 김포에서 강남까지가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9호선은 1, 2, 3단계로 나눠서 건설된다. 1단계 구간은 김포공항에서 시작해 가양동 염창동을 지나 여의도 노량진 흑석동 반포동 고속터미널까지 연결되는 구간으로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는 “가양동에서 반포동까지 이동하는 인구가 시간당 3만~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9호선이 앞으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유동인구를 원활하게 실어 나르는 도시철도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포공항역에서는 인천공항철도와 연결된다.2단계 구간은 고속터미널부터 종합운동장까지로 현재 실시계획이 진행 중이며 내년에 개발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는 종합운동장부터 송파동과 방이동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9호선의 개통은 강서구 동작구 양천구의 매매값, 임대수요 상권 등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여건 등의 이유로 저평가됐던 강서구는 9호선과 마곡지구 발산지구 방화뉴타운 등 각종 개발 호재들이 한꺼번에 발표되면서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지역 구별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강서구 매매지수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1.5였고 강남구는 11.8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에 조사한 결과에서는 강서구와 강남구가 13.3과 14.5로 격차를 줄였다. 이는 지하철 9호선 건설에 따른 기대감이 아파트 값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볼 수 있다.전세, 월세 등 임대시장도 마찬가지다. 작년 9월 강서구 전세지수는 마이너스 7.1이었고 강남구는 2.0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강서구(13.5)가 강남구(11.1)를 앞서는 형국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강서구, 양천구는 20~30평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이 몰려있어 전세 수요가 많다.”면서 “9호선 개통으로 강남에 직장을 둔 신혼부부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9호선 개통에 따라 가장 많은 수혜를 누리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지하철 건설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각 지역마다 개통 효과가 이미 반영된 상태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평가된 곳은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가양동 방화동으로 이곳은 서울에서도 가장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어 그동안 매매값이 제자리 걸음을 걸어왔었다. 길성프랑프리텔 24평형은 2억 원, 길훈아파트 23평형은 1억3000만 원대에 거래되는 등 매매값이 평당 1000만 원에도 못 미친다. 이들 아파트는 마곡지구 바로 앞에 위치해 개발이 시작되는 오는 2008년부터는 매매값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지역에서는 중형 평형대가 매매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므로 30평형대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하지만 방화동은 뉴타운 후보지인데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택지인 마곡지구가 연구개발(R&D)단지로 개발되면서 전체적으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방화동 동부센트레빌 42평형은 10월 현재 매매값이 6억2500만 원으로 1년 전(4억4750만 원)보다 39.7%나 뛰었다.염창동은 강변북로와 성산대교, 서부간선도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한강 조망권이 형성된 단지들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염창동 한화꿈에그린 2차는 가구 수가 149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지만 2년 전에 비해 25평형 매매값이 46.2%, 32평형이 47.0%나 뛰어 강서구 평균치(31.9%)를 크게 웃돌았다.최근 목동에 재개발 투자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도 9호선 건설과 연관이 있다. 현재 양천구는 9호선 3개 역사와 연결되는 목 2, 3, 4동을 뉴타운으로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목동 1단지 신시가지아파트 35평형은 2년 동안 6억1000만 원→11억2500만 원으로 뛰었고 45평형은 8억2000만 원→16억 원으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바로 옆 한신 청구아파트도 주목받고 있다.2호선과 환승되는 당산역은 여의도, 강남으로 대표되는 꿈의 금융벨트 초입에 있어 상당한 프리미엄이 예상된다. 당산동 삼성래미안 5차 37평형이 2년 만에 42.2%나 올랐고 인근의 강변 삼성래미안 37평형도 같은 기간 35.6% 뛰었다. 당산동 5가 동보, 한신아파트는 현재 평당 매매값이 1000만 원 선이지만 개통 이후 1300만 원 대까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여의도에서는 국회의사당 부근 서여의도 권역과 5호선과 환승되는 여의도역 부근의 사무실 임대료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서여의도는 용적률이 낮고 지하철 연계가 불편해 그동안 동여의도에 비해 임대료가 낮았다. 노량진동과 흑석동은 뉴타운 및 재개발 구역과 연계된 곳이 유망지역으로 분류된다.이 중에서도 흑석동은 명수대현대와 같이 한강을 볼 수 있는 곳이 유리하다. 흑석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흑석동은 동작구라는 이유로 가격 상승에 한계를 보였다.”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