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레이싱카 시스템 트렌드

계 4대 자동차 경주대회는 르망 24시, F(포뮬러)-1,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나스카(NASCAR)다. 자동차 레이싱 대회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못지않게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는 인기 스포츠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아찔아찔한 레이스는 극한의 스포츠를 즐기는 현대인의 기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국내에도 자동차 레이싱 대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광역시(송도신도시), 경기 여주군과 전남 영암·해남군 등이 경기장 건설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경주대회는 해당 국가의 자동차 산업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레이싱 대회 유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술력은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낙 고속으로 달리다보니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자동차 핵심 기술은 물론 부품 기술 수준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가 세계 7~8위 수준이지만 유수의 레이싱대회에서 우승한 수준 높은 자동차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최근 자동차 업계에 나타난 트렌드는 ‘고성능 레이싱 카’에 적용된 시스템이 양산차에 고스란히 채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스포츠 세단의 수요가 커지면서 속도감을 즐기려는 운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 경주대회는 양산차 기술의 시험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물론 마력과 출력이 커진다는 것은 연비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원유를 100%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우리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높여주는 엔진이 개발되고 있다.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F-1 기술은 패들시프트(Paddle shift)다. 재규어 페라리 마세라티 사브 캐딜락 렉서스 혼다의 양산차 모델에 적용돼 있는 이 기술은 핸들의 양쪽 끝에 변속장치를 둬 손쉽게 변속될 수 있도록 했다. 고속을 필요로 하는 레이싱 자동차에는 필수적인 장치로 양손을 핸들에 둔 상태에서 기어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 대개 6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돼 있는 데다 차체가 워낙 가벼워 가속력과 핸들링, 제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폭발적인 스피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엔진의 변신도 주목된다. 폭스바겐이 개발한 W형 엔진은 엔진룸 크기를 줄여 직렬 엔진의 출력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페이톤 W12모델에 탑재돼 있는 이 엔진은 V형 6기통 실린더 뱅크 2개를 결합해 크기는 일반 V8엔진과 비슷하며 5998cc로 최대 출력은 420마력, 최대 토크는 55Nm으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6.1초다. 이 엔진은 이탈리아 나르도(Nardo) 스피드 서킷에서 여러 개의 최단 시간에 우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 W12의 최고 출력은 600마력으로 제로백이 3.5초였고 최고 시속은 350km를 기록했다. 24시간 동안 7000km를 달려 평균 시속 293.6km를 기록해 종전 페라리가 갖고 있던 기록(290.3km)을 갈아 치웠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푸조의 206WRC는 푸조의 레이싱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자동차다. 206WRC는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세계랠리챔피언십(WRC) 대회를 우승한 푸조의 전설적인 자동차다. 알루미늄 세이프티 롤바와 206RC 모델에만 장착되던 아틀란티스 17인치 광폭 타이어와 레이싱 스타일의 버킷 시트(운전자의 몸을 감싸주도록 설계된 좌석)가 장착됐으며, 알루미늄 페달과 기어 레버 등에 마이크로 카본 룩(고강도 특수 피혁)이 설치됐다. 2.0리터 4실린더 엔진이 실린 206WRC는 최고 출력 180마력 7000rpm, 최대 토크 20.6kg·m를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20km로 제로백은 7.4초다.아우디는 지난 89년 세계 최초로 양산 승용차에 직분사 디젤엔진인 TDI(Turbo Direct Injection)를 장착해 세계 유수의 레이싱 대회를 휩쓸었다. 아우디의 놀라운 자동차 기술의 결정판인 R10 TDI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시스템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24시에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회 출전해 5회 우승의 신기록을 세운 R8을 그대로 이어받았다.이 차는 경주용 자동차에는 가솔린엔진을 달아야 한다는 그동안의 통념을 완전히 깨트렸다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동차로 기록된다. 아우디의 R10 TDI는 엔진 전체를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최고 출력 650마력에 5500cc, V12 TDI를 적용했다.아우디 R10 TDI는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 세브링 서킷에서 열린 미국 르망24시 12시리즈에 처녀 출전해 우승을 차지해 세계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이 가솔린이 아닌 디젤엔진으로 레이싱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는 새로운 기록도 갖게 됐다.링컨LS에는 F-1, 나스카 레이싱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사륜구동 독립 서스펜션인 리어 서스펜션이 장착됐다. 이 기술은 바퀴마다 각각 독립적으로 구동해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최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SLA(short-and long-arm) 방식을 적용해 급제동 시 자동차의 뒷부분이 뜨는 리프트 현상을 막아준다.닛산 인피니티의 독립 서스펜션인 ATTESA E-TS 시스템(Advanced Total Traction Engineering System for All Electronic Torque Split)은 지능형 사륜구동 방식으로 링컨, 혼다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 기술은 닛산의 스포츠카 ‘스카이라인 GT-R’에 적용됐다. ‘스카이라인 GT-R’는 1989년 JTC (Japan Touring Car) 및 파리~다카르랠리 등의 레이싱 대회에 출전,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일본 자동차 기술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ATTESA E-TS 시스템은 비포장도로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 시 지면과의 접지력을 높여 안전성을 높여준다. 현재 FX35와 FX45에 장착돼 있으며 북미 지역에서는 FX 시리즈 외에 M35, G35에 적용돼 있다. 캐딜락과 사브에는 카본 마그네슘과 카본 피버 등 고강성 신소재를 적용한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또 캐딜락 STS에는 타이어의 압력을 자동으로 체크해 주는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됐다.세계 4대 자동차 경주 대회■ 르망24시 3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교대로 대회 전용 트랙(서킷)을 돌며 운전해 순위를 결정한다. 한 사람이 최소 2~8시간 나눠서 운전한다. 그만큼 드라이버의 지구력과 차량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4대 자동차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F1 4대 자동차 대회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매년 전 세계를 순회하며 19차례 열리는 F1 대회에는 연인원 380만 명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또 150개국에서 TV 중계로 카레이싱을 즐기는 시청자까지 합치면 연인원 70억~80억 명이 경주 실황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F-1 전용 머신이 사용돼 드라이버가 정해진 바퀴 수만큼 서킷을 돌아 승자를 결정한다. 다른 대회에 비해 비용이 가장 많이 들고 속도도 가장 빨라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4대 대회 중 유일한 랠리 레이싱으로 운전자와 보조운전자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춰서 지정된 코스를 빨리 통과하느냐가 중요하다. 코스 대부분이 비포장도로로 돼 있으며 일부러 악천후 시기를 골라 대회가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나스카(NASCAR) 4대 대회 중 유일한 지역 레이싱대회로 드라이버가 타원형의 코스를 달리며 순위를 결정한다. 현재 시판중인 차량을 경주용 차로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관중들은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