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소월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소월길 남산케이블카 매표소를 지나 백범광장으로 가다 보면 빨간색 벽돌로 된 프랑스풍의 카페 ‘촛불 1978’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978년 처음 문을 연 촛불 1978은 여러 번의 증·개축을 통해 오늘의 모습이 됐다.원래 촛불 1978은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출발했다.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시던 공간이었지만 지난 95년 현재 카페 주인인 장경수 씨가 5000만 원에 가게를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변신에 들어갔다. 장 씨가 인수하기 전만 해도 매출은 하루에 고작 9만~15만 원 선이었다. 커피 홍차 등 차 종류와 쿠키 등을 팔다 보니 매상이 지지부진했던 것. 그는 식사와 차를 함께 마시는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면서 착안한 것이 연인들을 위한 ‘프러포즈 카페’였다.그러나 공간이 협소해 매상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지난 2000년 어느 날 그는 건물주의 전화를 받았다. 근면 성실하던 그의 모습을 높이 평가해 왔던 건물주는 바로 옆 카센터까지 합쳐 부지 전체(100평)를 인수할 것을 제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해 부지 전체를 매입했다. 그러나 매입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문제였다.신축과 리모델링을 놓고 저울질하기도 수차례였다. 여러 건축사 사무실을 방문해 신축을 타진했지만 촛불 1978 부근은 층고 제한으로 묶여 있어 신축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산 반대 방향으로 창을 내 건물을 지어볼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명동의 건물 숲이 시야를 가렸다. 이뿐만 아니라 이곳은 1종 주거지역이라 40% 정도를 주차장 부지로 확보해야 했다. 결국 그는 기존 건물을 대대적으로 수리하는 리모델링을 선택했다.우뚝 솟은 남산과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건물을 낮게 지었다. 이때문에 촛불 1978은 출입구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다. H빔을 외곽에 세워 중간 기둥수를 최소화했다. 건물 외벽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도록 빨간색 벽돌을 사용했으며 연인 카페의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음향과 조명시설을 대폭 교체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프러포즈가 가능하도록 좌석 주변을 허리 높이의 벽돌로 둘러쌌다는 점이다. 전공(조경학)을 최대한 발휘해 실내외 조경도 독특하게 꾸몄다. 물론 이 모든 작업을 한꺼번에 진행한 것은 아니다. 그는 기존 카페를 운영하면서 3년에 걸쳐 리모델링했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2년 전부터다. 그는 구체적인 매출액을 밝히기는 꺼렸지만 증·개축한 만큼의 매출은 신장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방 등 기존 공간을 늘리지 못하고 매장만 늘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