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동하면서 상가 시장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03년과 2004년 초 부동산 붐이 일었을 때 무더기로 분양됐던 상가들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상가 임대료는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최근 2~3년간 계속된 경기 불황은 상가 시장에 직격탄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정부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상가 시장을 고사 직전으로 몰고 간 상태다.최근 상가를 분양받는 투자자들은 대개 자신이 직접 입주하기보다는 임대 사업이 목적이다. 문제는 분양 시점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그렸으나 최근엔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휴업 상태로 방치된 상가들이 부지기수고 세입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이럴 경우 떠오르는 대안이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평가된 물건을 얼마나 싸게 구입하느냐다. 싸게 구입해 리모델링이라는 과정을 거쳐 건물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핵심 키워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불황은 상가 리모델링에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상가 리모델링에는 상가주택, 중소형 상가, 단지 내 상가, 근린상가, 테마 상가 등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권을 어떻게 분석하느냐다. 상권이라는 것은 내 점포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며 그들의 나이, 성별, 기호도 등이 어떠냐는 점이다.구체적으로 △출근 시간에 사람이 많은가, 아니면 퇴근 시간에 사람이 많은가 △걸어서 5분 내에 살고 있는 가구수는 얼마인가 △주거지의 형태는 아파트인가, 아니면 단독주택인가 △주변에는 어떤 업종들이 호황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 상권 분석 시 중요하게 따져보는 부분이다.상권에 대한 기초 분석이 끝나면 해당 상가를 어떤 업종으로,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살펴보자. 만약 퇴근 길목에 위치하고 있고 건물 앞의 빈 공간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면 삼겹살구이 등 각종 고기 구이집이 유리하다. 반대로 출근길에 위치하고 있다면 샌드위치, 포장 김밥, 테이크아웃 커피점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출퇴근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면 의류, 액세서리, 팬시 매장으로 바꿔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업종이 결정됐다면 상가의 면적을 결정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임대 수요를 충족한 후 리모델링하는 것. 그러나 이럴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성남에 사는 배모 씨는 최근 경매로 연면적 80평짜리 상가 주택을 1억5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 건물은 편도2차선 도로에 접해 있다. 1층 2개의 점포 중 1개 점포는 과일, 야채가게로 운용되고 있었으며 나머지 점포는 빈 채로 있었다. 이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주변 임대료를 생각하면 월세를 70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하지만 내부 시설이 워낙 낡아 주변 시세만큼 받기가 어려웠다. 결국 배 씨는 1층의 2개 점포를 3개 점포로 나눠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도로에 접한 점포는 지금보다 더 늘리는 대신 나머지 공간은 둘로 나누는 등 건물의 배치를 다시 짰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모델링 후 이 건물은 보증금이 1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높아지고 월세 역시 50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무려 80만 원이나 뛰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배 씨가 들인 공사비는 총 2400만 원. 뛴 월세를 감안하면 배 씨는 투자금을 2년 만에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98년 9월 개점한 고양시 화정동 S쇼핑몰은 리모델링 후 자산 가치가 높아진 대표적 사례다. 340여 명의 투자자로 구성된 이 상가는 외환위기 때 시행사의 부도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분양자들과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노력으로 리모델링에 성공했으며 지금은 한신코아를 사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이 밖에 최근 리모델링에 성공한 용산 민자역사 ‘아이파크 몰’과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메쯔’ 등도 성공케이스로 꼽힌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심각한 영업난에 봉착한 테마 상가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첫째는 대다수 테마 쇼핑몰들이 전용면적(영업할 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을 2평 남짓한 매장(계좌 매장)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면 분양가가 떨어져 분양은 쉽지만 개점 이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2~3개의 매장을 합치기엔 임대료나 관리비가 부담스럽다. 이러한 계좌 매장은 남대문 동대문 등 전통적인 도매상가에서 힌트를 얻어 기획됐다. 때문에 다양하게 상품을 진열하거나 화려하게 매장을 디스플레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두 번째는 기획 및 운영 능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방문하면 필요한 상품들이 한군데 모여 있어 쇼핑하기에 매우 편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마 상가들은 상품 배치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상가는 계좌 단위로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자가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0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분양이 잘되면 모르지만 입점 후 경기가 악화돼 상가 운영이 어렵게 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대부분의 상가들은 이럴 경우 분양자협의회를 구성해 위탁 경영을 모색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개별 분양자들로부터 동의서 위임장 등을 받아 법인 또는 특정 개인에게 상가 경영을 맡기는 위탁 경영은 추후 상가를 통째로 날리게 되는 문제로 커질 소지도 있다. 예를 들면 위탁 업체와 분양자 간 금전이 오갔다든지, 매장의 위치를 바꿔 이익을 도모한다든지, 반대로 분양자들이 위탁사의 운영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는 경우에는 리모델링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테마 쇼핑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의회 또는 관리단 등 단일화된 협의체를 구성하되 위탁 경영사의 독립적인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반대로 위탁 경영사는 해당 상가가 ‘내 소유’라는 생각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상가를 리모델링할 때는 법적 안전장치가 잘 마련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내부 인테리어를 잘 꾸몄다고 해도 건물 자체에 위규 문제가 발생하면 장사는커녕 건물 유지에 정신이 팔려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건축물 관리 대장을 확인해 불법 건축물은 아닌지, 혹 주차장을 불법용도로 변경하지는 않았는지, 토지계획에 포함돼 있는 상가는 아닌지, 가압류, 가처분돼 있지는 않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건물 구조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의류매장은 전기설비, 음식점은 전기 상하수도 설비를 확인해야 한다. 커피숍이나 의류점은 창문의 크기를 넓혀 고객의 이목이 집중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내부 설계 시 주방이나 카운터 위치를 먼저 결정한 뒤 나머지 공간 활용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