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라일 PCA생명 사장의 ‘1등신화’비결

영은 축구와 같습니다. 가장 훌륭한 사람을 뽑아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면 5년 안에 외국계 보험사 중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는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습니다.”영국 축구팀 뉴캐슬유나이티드 중앙 공격수로 활약했던 빌 라일 PCA생명 사장은 이처럼 경영을 축구에 자주 비유한다. 그는 16세까지 현역 축구선수로 각종 경기에 참가했고 이후에도 30세까지 축구팀 코치를 하며 일과 축구를 병행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보험 업계에 투신한 이후 영업사원 최고 영예인 ‘백만달러원탁회의(MDRT)’ 회원이 되기도 했다. 이후 글로벌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 인도PCA의 연 100% 성장을 이끌었으며 말레이시아PCA의 업계 1위 등극 신화를 일궈내기도 했다. 또 2001년 한국PCA생명 대리점을 구축하며 영업 토대를 닦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 딸 하나를 두고 있는 등 한국 문화도 잘 알고 있다. 작년 12월 한국 지사장에 취임한 빌 라일 사장을 만나 PCA생명의 영업 전략과 보험업 발전 방안 등을 들어봤다.-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입니까.“제가 특별히 개인 역량이 뛰어나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또 동기 유발을 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칭찬을 많이 합니다. 사실 과거 최고경영자(CEO)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전략을 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역할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면서 회사 내 어떤 직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합니다.”-한국 시장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보십니까.“한국은 정보기술 발달로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정보에 접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유통이 빨라지면서 비즈니스의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보험업에서도 이런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고객들의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최단시간 안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술 발전으로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우리 회사도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개인별 최적의 맞춤형 상품을 언제든지 설계할 수 있도록 영업 지원 자동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재무설계사(FC)들이 언제 어디서나 고객별로 원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앞으로 3세대 이동통신이나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활용해 더 빠른 속도로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전자 서명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즉석에서 보험 가입 절차를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나갈 예정입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FC들도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고객 욕구에 기반한 판매(needs based selling)’란 원칙을 천명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불행하게도 한국의 보험 고객 대부분은 판매원들이 설명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처한 상황은 각기 다릅니다. 자녀의 수도 다르고 연령도 다르며 교육 받은 정도에도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급여도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개인 고객들의 상황에 맞춘 최적의 상품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생보사들은 고객의 상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FC들도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인기 상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고객과 FC들의 마인드 모두를 바꿔 고객의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상품을 판매해야 합니다.”-하지만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원칙을 천명하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을 텐데요.“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보험 회사가 같은 전략과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전략의 실행입니다. 뛰어난 FC를 뽑아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 상품을 설계해줄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있으며 직접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다양한 접촉 통로도 마련했습니다. 일례로 회사 고위 임원들은 매 분기마다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도 가집니다. 보험 판매와 관련한 사람들과도 3개월에 한 번씩은 접촉해 고객들의 잠재 욕구를 파악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 PCA의 DNA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는데 어떤 계기로 보험 업계에 입문했습니까.“대학을 졸업한 후 엔지니어 관련 일자리를 알아봤는데 보수도 높지 않고 일이 힘든 데다 전망도 좋지 않았습니다. 모바일 텔레콤 분야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당시 이동통신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970~80년대 영국에서 보험은 거대한 비즈니스였습니다. 따라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보험 업종만의 고유한 특징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례로 휴대폰 제조업체는 고객과 2~3년 정도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5년, TV는 고객과 10년 정도 관계를 맺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보험 회사는 고객과 한 번 관계를 맺게 되면 평생 그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보험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장점이죠. 게다가 보험업은 고객에게 불행이 일어났을 때 고객을 보호하는 유일한 업종입니다. 다른 산업은 고객에게 불행한 일이 터지면 고객 재산을 빼앗아가기에 급급합니다. 신용카드 회사를 생각해보세요. 재해나 사고로 신용이 불량해지면 당장 카드를 정지시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보험 업체는 고객에게 거금을 지급합니다. 다른 어떤 산업도 보험업처럼 고객을 보호하지는 못합니다. 보험업은 숭고한 직업(noble profession)입니다.”-하지만 보험업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은데요.“영국에서도 보험업에 대한 인식이 이전에 좋지 않았습니다. 보험업의 고유한 장점이 잘못 이해됐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영국에서 보험 영업을 하려면 FC들이 반드시 국제공인재무관리사(CFP) 자격증을 획득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보험업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실제 MBA(경영학석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소지한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FC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한때 보험 판매인이 20만 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5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대신 높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입니다.”-5년내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략은 무엇입니까.“우선 최고의 인재를 뽑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두 번째로 인재를 강하게 훈련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다양한 블루오션 판매 채널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욕구에 따라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전화든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고객들과 만나고 거래를 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네 번째로 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추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모든 전략과 전술을 실행할 때 고객 가치를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삼는 것입니다.”-축구선수 출신인데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보셨나요.“레알마드리드는 최고 선수를 갖고 있지만 팀워크 문제 등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요, 잉글랜드 대표팀도 좋은 선수를 가진 반면 너무 특정 포메이션만 고집하다보니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팀도 마찬가지로 원톱 시스템에만 의존하다보니 공격 흐름이 단조로웠어요. 투톱 등 다양한 전술 구사가 필요했습니다.”-개인적으로 재산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개인적으로 주식은 변동성이 심해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런던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부동산을 갖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자산이 부동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근처나 골프장 인근 등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진 부동산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