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닥 시장이 지난 7월 1일로 개장 10주년을 맞았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지난 10년간 코스닥은 경이적 수준으로 규모를 키워 대한민국의 대표적 신기술 시장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급속한 외형 성장 속에 투기 세력이 난무했고 주가도 10년 전의 반 토막 수준에 머무르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도 노출했다. 영욕의 10년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코스닥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갈지 조망해 본다.코스닥은 지난 10년간 급속한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중소 벤처기업에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기회를 주고 일반인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로 지난 96년 개설된 코스닥 시장은 초기 시가총액이 8조60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시가총액이 7배 이상 급증, 62조 원 대로 불어났다. 이는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10년 전 343개에서 현재 927개로 3배 이상 늘어나 유가증권 시장을 앞질렀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21억 원에서 2조 원 규모로 늘어났고 거래량도 하루 14만 주에서 5억9000만 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도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시가총액 500억 원 이하 기업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500억 원 이상 중견 및 대형 기업의 비중이 30%를 넘어섰다.코스닥 기업들의 재무적 안정성도 높아졌다. 코스닥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01년 668억 원이었지만 작년 742억 원으로 증가했고 평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68%에서 85%로 크게 낮아졌다. 또 신규 상장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이 1999년 17억 원에서 작년 70억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으며 부채비율도 204%에서 78%로 급락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1년 코스닥 100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에 불과했지만 현재 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기대치보다는 낮지만 코스닥은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 공급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다. 시장 개설 이후 코스닥 기업들은 유상증자와 공모 등을 통해 총 26조9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또 전체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벤처기업이 45.4%를 차지하는 등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이런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코스닥은 시장가치 기준으로 세계 신기술 시장 가운데 미국 나스닥과 일본 자스닥, 영국 AIM에 이은 세계 4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거래의 활발함을 나타내는 회전율(누적거래대금/시가총액×100)은 879.1%로 전 세계 신기술 시장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투기 목적의 단기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급격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는 10년 전 수준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1000에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1999년 벤처 거품기에 2934까지 치솟았지만 거품이 붕괴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57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10년 동안 주가는 거의 반 토막이 났고 고점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단기 투자가 성행하면서 내재가치가 높은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중이 61%에 달하는 반면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외국인과 기관 보유 비중은 각각 13.5%와 9.0% 수준에 그치고 있다.스타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도 코스닥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스타 벤처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NHN과 휴맥스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스코나 이베이처럼 시장에서 적정한 투자자금을 조달해 단기간에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한국 성공사례인 휴맥스의 자기자본은 3억8000만 달러로 미국 시스코의 60분의 1에 불과하고 구글의 2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외환위기 이후 주요 코스닥 기업들의 매출액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코스닥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5.5%에 그치고 있으며 특히 일반 기업을 제외한 코스닥 벤처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4.7%에 머물러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지난 10년간 코스닥에서는 수많은 신흥 갑부의 흥망이 교차했다. 우선 벤처 거품을 지나면서 갑작스럽게 부를 축적했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꺼번에 몰락했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장흥순 전 터보테크 대표는 대박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고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도 작년 말 형기를 마쳤다. 허록 전 리타워텍 대표와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도 허위사실 유포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김형순 전 로커스 사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다.성실하게 기업을 키워와 신흥 부자 반열에 오른 기업가도 많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코스닥 보유 주식의 시가 평가액이 1000억 원이 넘는 주식 부자는 총 13명에 달했다. 이해진 NHN 전략담당임원(CSO)은 주가 상승으로 보유 주식 시가총액이 2878억 원으로 집계돼 코스닥 최대 부호로 올라섰다. 뒤를 이어 동서(동서식품의 모기업)의 김상헌 대표가 2558억 원으로 2위에 올랐고 서울반도체 이정훈 대표와 집진설비 보수 업체인 지엔텍의 정봉규 대표가 각각 1892억 원과 1858억 원으로 3, 4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교육시장 1위 업체인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가 1789억 원으로 5위를 기록했으며 네오위즈 나성균 대표는 1762억 원으로 6위에 랭크됐다.여성 가운데는 정영희 소프트맥스 대표의 주식 평가액이 216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케너텍 정복임 대표가 166억 원으로 2위, 임영현 대양이앤씨 대표가 122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지난 10년간 외형 성장을 해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질적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이 내실을 다져갈 것”이라며 “테마주보다는 실적주,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그는 “코스닥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상장폐지 종목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제 코스닥 시장에서도 테마주만 노리지 말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벤처캐피털과 정부 펀드 등이 주도하는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며 진입과 퇴출을 용이하게 해야 코스닥 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